[요즘 청년] 환영받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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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청년] 환영받는 사람
  • 관리자
  • 승인 2017.03.06 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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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정 교도(안암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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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분검사는 한 해를 마무리하며 자기 검사를 통해 참회반조하고 그 속에서 일어나는 새로운 다짐 속에 다시금 진급을 위한 수양과 공부의 길을 놓지 않게 하는 원불교만의 송년회 방식이다.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조용히 한 해를 돌아보면 순간순간 지나쳐 온 나의 일분 일초가 소중하게 느껴져서 함부로 점수를 매길 수가 없다. 객관적인 자기 관찰과 평가를 새로운 자기 분발과 수행정진의 계기로 삼을 수 있게 하고, 일체 생령을 남김없이 불보살 만들고자 하시는 대종사님의 깊은 마음을 생각하면 각 항목별로 신중하고 정성스럽게 점수를 매길 수 밖에 없게 된다.
벌써 몇 년째 교당에서 연말마다 신분검사를 하다보니 검사 항목과 방법에 대해 누가 물어보면 척척 알려줄 수 있는 정도가 되었지만, 이번에는 유독 마음에 걸리는 항목이 있었다. 바로 '기능(30점)'항목이었다. 기능은 “농, 공, 상에 대한 기술적인 역량과 능력으로 농은 영농기술과 역량, 공은 기계관리의 기술역량, 상은 기업적인 상술과 역량을 말한다.”고 적혀있었다.
각 기능별로 10점을 만점으로 하여 점수를 매기려고 보니 나는 농사도 지을 줄 모르고, 기계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고,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지만 실무에 대한 역량이 부족하니 어느 기능도 능하지 못한 꼴이 되어서 스스로 높은 점수를 줄 수가 없었다. 이때 교무님께서 '어디서든지 환영받는 쓸모있는 사람이 되라.'고 하신 대종사님의 말씀을 전해주셨다. 순간, 머릿 속이 번뜩하고 그동안 잘못된 나의 생각이 바로 잡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동안 내가 살면서 배우고 경험하며 쌓아온 나의 실력, '기능'이란 것들은 어쩌면 모두 내가 하고 싶은 것 혹은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것들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자리에서나 환영을 받는다는 것은 내가 잘 하는 것만 내세워서 남에게 인정을 받는 것이 아니라, 어느 때 어느 곳에서든지 누군가가 나를 필요로 할 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항상 준비가 되었는지에 따라 달린 것이 아닐까.
그렇지만 지금까지의 나는 내가 할 수 없는 일을 할 수 없이 해야 할 때, 그 일을 할 줄 모르는 나 자신을 송구스럽게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내가 못하는 일을 시킨다고 상대를 원망하고 있었나. 내가 잘 하는 것들만 원하는 곳을 쫓아다니기보다 나의 능력과 기술을 두루 갖추어 언제 어디서든지 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렇게 여러 생각을 오가며 점수를 매기고 나서 나는 스스로 후한 점수를 주지 못함에 부끄러웠고 그 동안 자만했던 나 자신을 반성했다.
정산종사님께서 “신분의성을 마음공부에 들이대면 삼학 공부에 성공하고 사농공상에 들이대면 직업에 성공하나니라.”고 하셨는데 그 말씀은 또한, 삼학 공부에 성공하는 사람은 결국 직업에도 성공하는 사람이 된다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나도 직업에서 성공하기를 원한다면 먼저 신분의성을 바탕으로 삼대력을 갖춘 사람이 되어야 되는 것이다. 도학과 과학 중에서 우선 도학을 부지런히 기르고, 도학을 바탕으로 한 과학 공부를 하여야 참 공부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신분검사를 하며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큰 서원과 끊임없는 정성으로 사은에 보은하는 과학과 도학의 길 걷게 해주소서.”

신정절에 쓴 나의 새해 소원이자 스스로에게 한 이 다짐이 이루어질 수 있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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