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울안 오피니언] 성주성지에서 보내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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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울안 오피니언] 성주성지에서 보내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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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4.03 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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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해윤 교무(은혜의 집, 봉도수위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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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오늘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정산종사님과 주산종사님께서 나고 자란 성주성지로 거처를 옮겨 왔습니다. 성지의 고요하고 맑은 기운은 여느 때와 같이 편안하게 우리를 품어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성지를 향해 오는 길목에는 곳곳이 경찰차와 어지러운 현수막으로 나부끼고 있어서 현실적 긴장감을 여실히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성주성지 수호 비상대책위' 활동 6개월 동안 여러 번의 고비가 있었지만 지난 2월 27일 롯데상사 이사회에서 이곳 롯데골프장 부지 교환을 승인하던 날과, 28일 국방부에서 부지교환 계약을 하던 날은 예상된 과정이었지만 여기까지 오지 않도록 막아내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과 상실감이 그 어느 때보다도 컷습니다.

그리고 3월 1일, 대구경북교구 재가, 출가들과 함께 했던 구도길 순례에서 직접 눈으로 확인 해보니 그들은 너무나 신속하게 골프장을 군사기지화하고 있었습니다. 지금 이곳 성지부근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비단 국내문제에 그치지 않고 한반도를 넘어 동북아의 뜨거운 국제 이슈가 되어 앞날을 알 수 없게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것이 끝난 것도 아니고, 다만 진행 중인 상태이긴 하지만 언제든지 중단할 수도 있는 것이고, 보류 할 수도 있는 문제입니다. 그래서 이 정부와 미국의 군부세력은 한국의 불확실한 정치상황을 고려하여 이 문제를 신속히 진행하여 돌이킬 수 없도록 '알박기'를 하려는 것입니다.
성지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요? 이곳에서 자라난 풀 한포기, 나무 한그루, 돌멩이가 모이고 모여 이룬 이 산천과 하늘이 함께 성인을 낳고 성인을 기르는 동안 성인은 또 그 하늘과 자연을 당신의 너른 품으로 안으셨겠지요. 더구나 100여 년 전 어지러운 세상 가운데에서 도탄에 빠진 민중을 구원하고 세상을 건질 큰 뜻을 품으셨던 성인께서 천지신명께 기도하며 이 산천 계곡을 돌아 전라도로 건너 가시던 발걸음은 막막한 어둠속에서 희망의 빛을 따라 가셨겠지요. 그래서 우리는 이곳에서 100년의 시간을 간격 없이 성인을 뵈러 기도하게 되고 그 발걸음에서 성인의 큰 뜻을 체화하려 길을 걷는 것이 아닐까요?
저는 지난 해 여름 유럽의 정신 문화적 축이 되고 있는'카미노(예수의 제자 야고보의 무덤으로 가는 순례길)'순례를 다녀왔습니다. 뙤약볕에서 30일 동안 800Km를 걸으며 종교적 순례가 갖는 큰 의미를 체험했습니다. 무려 천년이나 이어진 순례에서 많은 사람들이 걷다가 죽음을 맞기도 하고 전쟁 중에 국경을 넘어야 했던 이국인들에게는 통제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그런데도 순례는 계속되어 천 년동안 발길이 끊이지 않았고 전 세계 사람들이 자신을 찾기 위해서 또는 종교적 체험을 위해서 순례를 하고 있습니다.
100여 년 전 조선사회 지역 간 언어를 비롯한 사회 문화적인 차이가 소통되기 어려웠던 시절에, 기층 민중들의 삶을 훑어서 경상도에서 전라도까지 밟아 가셨던 공간적 수평이동은 정산종사님께서 대종사님의 상수제자가 되어 새 회상을 창건하시는데 중요한 밑거름이 되었을 것이라는 그 깊은 의미를 다시 되새겨 봅니다.

훗날 소태산 대종사님의 위대한 사상과 종교적 가르침이 세계 보편 종교로써 세상에 드러날 때 정산종사님의 구도길을 따라 성주에서 영산에 이르는 '구도길 순례'가 수많은 사람들로 가득 찰 것을 그려 봅니다.
우리가 지켜야할 성지와 구도길은 이것 하나만으로도 이유가 충분합니다. 지금 우리에게 성지순례는 성지수호입니다. 3월, 4월 성주로 발걸음을 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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