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울안이 만난 사람] ‘이 일을 어찌할꼬’는 소태산의 시대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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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울안이 만난 사람] ‘이 일을 어찌할꼬’는 소태산의 시대정신
  • 관리자
  • 승인 2017.04.13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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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울안이 만난 사람

한울안이만난사람(이윤택).jpg

“많이 겹치죠. 제가 살아온 모습과 대종사님이 걸어오신 모습이”

영광 법성에서만 제대로 맛볼 수 있다는 그 유명한 굴비정식을 한 상 차려 놓고도 한국 근현대사와 지역 풍속사를 종횡무진의 달변으로 풀어놓느라 수저를 옮길 틈이 없는 백발의 한 남자. 그가 바로 소태산 대종사의 삶을 연극으로 준비하고 있는 '문화게릴라'이윤택(법명 영택, 사진 가운데) 연출가이다.

“변방에서 정신개벽 운동을 시작해, 일제로부터 교단을 지켜낸 대종사님의 삶이나'연희단 거리패'를 통해 전국에서 난장을 벌이는 저의 삶이나 결국엔 한 가지 모습 같아요.”
최근에 논란이 된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권력에게 적잖은 피해를 입은 그였기에 이번 작품을 준비하며 살펴 본 소태산의 발자취가 자신의 지난 삶과 자연스럽게 오버랩 되는 것 같다.
“대종사님께서 깨닫기 전에 품었던'이 일을 어찌할꼬?'라는 의심과 깨달음 이후에 세상을 바라보며 '이 일을 어찌할꼬!'하신 문제의식이 지금의 시대정신과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그래서 이번 작품의 제목도「이 일을 어찌할꼬!」로정했단다. 이번 작품을 준비하며 경산종법사에게 “유학 보낸 식구가 집에 돌아 온 것 같다”는 평을 들은 이윤택 연출가와 원불교의 인연은 어떠했을까? 현재는 퇴임해 수도원에서 정양 중인 황영규 원로교무의 첫 발령지 부산 대신교당에서 까까머리 고등학생 제자였던 그는 당시를 이렇게 회고한다.
“매일 교당에 와서 먹을 것을 '털어'먹고 놀았어요. 합창반도 만들어서 경진대회도 나가고, 학생회실에서 음악이나 시를 쓰면서 신나게 보냈지요. 말썽도 많이 부려서 교무님이 교당에서 쫓아낸 적도 있었습니다. 하하!” 호탕하게 웃어 보지만 황 원로교무가 학생들에게 매주 교리강연을 시키면서 '쫀쫀하게' 공부를 시킨 공덕으로 여전히 교리와 교사 실력이 녹록치 않다.
2월 22일 영광국제마음훈련원을 찾은 이윤택 연출의 숙소는 늦도록 불이 꺼지지 않았다. “대본의 마지막 마침표는 영산에서 찍고 싶었다”는 바램을 이루기 위해 성지를 찾은 것이다. 다음 날 기자와 극단 관계자 등 일행과 함께 영산성지를두루 살피며 극적인 영감(靈感)을 가다듬고 완성된 대본을 따끈하게 인쇄해 밤 12시까지 함께 읽으며 이번 연극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지나치게 화려한 무대장치는 설치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만석중 놀이'라는 전래의 그림자극으로 배경을 꾸미고 싶어요. 불교적 정서를 담고 있기도 한데 이번 연극을 통해 원불교가 전통놀이를 되살리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극에는 판소리와 정가 등 한국적 음악이 충분히 활용될 것이라고도 밝혔다.
“대종사님의 십상(十相)을 중심으로 극이 구성될 것입니다. 전반부에는 바랭이네(사타원 이원화 선진)를 통해, 후반부에는 황 순사(황이천 선진)의 눈으로 대종사님을 그려내볼까합니다”
한편 종교적 인물을 그리는 것에 대한 부담은 없는지 물었다 . “심산 김창숙 선생(1879~1962)의 삶을 '나는 누구냐'라는 제목의 연극으로 꾸민 적이 있습니다. 성균관대학교를 설립한 꼬장꼬장한 선비셨죠. 극으로 만들기 위해 선생의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냈더니 성균관대 유학과(儒學科)교수들이 '우리 선생님은 그런적 없다'하며 반대를 하더라고요. 그때 여든이 넘은 원로 유학자 한 분이 '심산 선생도 사람이다. 어찌 인간적인 모습이없겠느냐'하면서 '아주 잘 봤다'고 인사를 합니다. 그런 모습을 보며 '종교적 수양이 절정에 이르게 되면 사고의 폭도 저렇게 넓어지겠구나'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그러면서 “종법사님께서 일반인들도 누구나 와서 재밌게 볼 수 있도록 만들어보라고 하셨으니 걱정 없지요. 하하!”하며 또 한번 크게 웃어 보인다.
이쯤 되면 그에게 소태산이라는 인물을 어떻게 읽어내렸는지 그만의 독법(讀法)이 궁금해진다. “경계인(境界人) 또는 방외인(方外人)이란 말이 있습니다. 옛날에는 성 안에 사는 사람과 성 밖에 사는 사람이 나뉘어져 있었어요. 성 안에 사는 사람들은 제도권에 있는 사람들, 지금으로 말하면 서울 또는 중앙에 있는 사람들을 말하죠. 성 밖에 사는 사람들은 지금으로 보면 지방에 사는 사람들로 볼 수 있을 거예요. 소태산이라는 인물이 바로 그래요. 영광이라는 성 밖에서 느닷없이 등장을 했다는 거죠. 그러면서 한 번도 현실이라는 틀을 벗어나지 않고 '개벽'이라는 우주적인 담론으로 성 밖과 성 안을 종횡무진하게 오고가셨단 말입니다”
그렇다면 소태산의 생애를 다룬 이번 연극은 그에게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연극이라는 장르는 현실과 꿈을 왔다 갔다 합니다. 사실 종교도 마찬가지지요. 그래서 고대로부터 종교와 연극이 하나로 엮여져 거대한 의식을 만들어 왔지요. 천주교의 '미사'도 예수와 제자들의 '최후의 만찬'을 재현하는 하나의 '재현극(再現劇)'으로 볼 수 있습니다. 원불교 문화의 발전을 위해 교단에서 필요로 한다면 저의 제자들을 보내서 연극을 지도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또한 어린이나 청소년을 위한 극으로 재편집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아무튼 이번 연극을 통해 원불교 문화가 진일보했으면 더 바랄 것이 없습니다”
서울의 '30스튜디오'와 경남 김해의 '도요창작 스튜디오'를 오가며 '연희단 거리패' 제자들과 더불어 생활하고 있는 그에게 '연극이란 무엇인가?'라는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연극은 더불어 함께 사는 삶이에요. 혼자 사는 게 아니죠. 요즘 젊은이들은 개인주의적이에요. 스스로 고립돼 있고 분산돼 있어 서로 만나지 않아요. 굉장히 정직하고 사리분별이 있고 총명하지만 '연대'하지는 않아요. 연극은 절대 혼자서는 할 수 없어요. 예전에 누군가가 '당신은 왜 시를 쓰지 않느냐'고 물었어요. 그래서 제가 '시는 외로울 때 쓰는 건데 나는 연극을 하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외롭지 않다'고 대답했어요. 시는 혼자서 쓰는 것이지만 연극은 만나야 하는것이니까요. 많은 젊은이들에게 이렇게 말해요. '연극을 해라.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 라구요. 왜냐하면 연극을 하면 이웃이 생기기 때문이죠."
연극 「이 일을 어찌할꼬」는 6월 4일(일)·6일(화) 3시, 7시 30분 공연, 7일(수) 3시 공연으로 남산 국립극장 'KB청소년하늘극장'에서 펼쳐 치며 이후 각 교구별로 순회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편집장 박대성 교무

* 이윤택(영택)은 1952년 부산에서 태어났으며, 원기55년 입교했다. 경남고를 졸업하고 서울연극학교를 다니다가 중퇴하고 군대에 갔다. 부산 우체국, 한일합섬, 한국전력 등 열세 가지 직업을 거친 후 1979년 한국방송통신대학교를 졸업하고 부산일보 편집부 기자로 일했다.

시인이자 극작가, 연극, 뮤지컬 연출가이며, 연극작업을하면서도 끊임없이 시, 평론, 시나리오, TV드라마, 신문칼럼을 쓰는 문학가이면서 뮤지컬, 무용, 축제극, 이벤트연출 등 다방면에서활동하는전방위예술가이다. '문화게릴라'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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