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문명과 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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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문명과 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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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4.21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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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튼교무의 정전산책 (90) ㅣ 방길튼 교무(나주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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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 제자들이 소태산 대종사께 사왔던 의복 중에는 당시 유행하던 백화점의 산물도 있었으며, 대종사님은 이러한 첨단의 유행을 즐겨하지는 않았지만 거부하지도 않았던 것입니다. 소태산은 물질문명의 사회 속에서 물질가치를 폄하하지도 않으면서 그 물질가치에 매몰되지 않도록 중도를 잡아 그 물질가치를 잘 사용했던 것입니다.
『정전』의 30계문의 조항들이 물질문명을 배제하는 해석이 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계문도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는 개교정신에 근거해야 하며, 물질문명에 바탕한 정신개벽의 계문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사례가 바로 미(美)의 추구와 예(禮)의 존중에 대한 해석이 될 것입니다.

# 미(美)와 정신문명
원기14년(1929)에 당시 경성회원이었던 이공주는 '본회 전무출신 부인계의 의복제정안'으로 「의복 옷감은 봄, 가을, 겨울 세 철 다 입을 수 있는 세루로 정하고 경제적인 색깔인 흑색으로 하자」는 안건을 제안하니 「난잡한 화장은 일체 폐지하자」는 내용이 추가되어 상정됩니다. 이에 대종사님은 「갑」으로 감정합니다.

'전무출신 부인계(現정토회원)'에 한정된 안건이지만「갑」이란 감정 의도를 단순히 전근대적 가치로만 해석할 것이 아니라 물질문명과 정신문명의 두가치가 아우르는 방향으로 해석해야 할 것입니다.
'의복을 빛나게 꾸미지 말라'는 계문의 경우, 「물질문명과 정신문명의 병행」의 시각으로 볼 때 과연 소태산은 패션을 외면했을까? 미(美)의 추구를 어떻게 수용하셨을까?
분명 대종사님은 패션이라는 물질문명을 밝게 수용하셨을 것입니다. 기념일 때면 옷도 잘 입고 나오라고 권장하시었기 때문입니다. 다만 자신의 상황과 형편에 과분할 정도로 의복을 꾸미지 말라는 것이지 패션자체를 거부한 것은 아닌 것입니다.
'금은보패 구하는데 정신을 뺏기지 말라'는 계문의 경우에도 자기 사랑의 방법으로 또는 부의 창출을 위하여 패물장식을 꾸미거나 모으는 것은 타당하나, 의복과 금은보패가 자신의 가치보다 더 존숭되어 그가치에 끌려다니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결국 이공주의 '본회 전무출신 부인계의 의복제정안'의 의견안에 대한 소태산 대종사의 「갑」의 감정은 의복과 화장을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과하게 하여 끌려가지 말라는, 즉 과하지만 말고 이를 잘 활용하라는 것으로 의복과 화장이라는 물질가치가 자기존재인 정신가치보다 근본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또한 금은보패를 사용하는 자신이 정신개벽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으로, 물질이 소중하니까 물질을 아끼고 물질을 잘 사용하는 정신가치를 더욱 살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점이 이 계문의 본의일 것입니다. 가치전도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 예와 정신 문명
'예 아닌 노래 부르고 춤추는 자리에 쫓아 놀지 말라'의 경우에서도 노래와 춤 자체가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향후 미래사회는 여가의 사회가 될 것이며 감성의 사회가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노래와 춤은 인간이 서로의 존재와 감정을 교류하는 중요 수단이 될 것입니다. 이 계문의 포인트는 '예(禮)'에 있습니다. '예'를 어떠한 관점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계문의 범과 유무가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미래시대의 예의 핵심은 타자성에 있다할것입니다. 타인이 싫어하고 거부하면 정당성을 잃게 되는 것입니다. 서로 교류하는 사이에 타인에게 예를 잃는다는 것은 타자의 입장과 처지를 고려하지 않고 자기입장에서 자기위주로 심신작용을 처리하는 상호존중성을 잃게 되는 실례(失禮)일 것입니다. 타자에 대한 존중을 놓쳤다는 것입니다. 예는 이러한 인간존중의 관점에서 바라보아야지 전근대적인 집단윤리의 가치에 매몰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미래의 문화는 물질문명이 전제되므로 노래와 춤도 물질문명을 향유하는 조건이 될 것입니다. 오락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다만 그것이 예(禮)라는 정신문명에 주체하여 수용하고 활용하느냐는 것이 과제가 될 것입니다.

계문은 미와 예 그리고 법이라는 사회성 속에서 해석되고 실천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물질문명을 선용하는 정신문명의 계문이어야 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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