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적성성 성성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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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적성성 성성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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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5.13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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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 처음 만나는 명상(13) ㅣ 박대성 교무(본지 편집장, 길용선원 지도교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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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은 항상 적적(寂寂)한 가운데 성성(惺惺)함을 가지고 성성한 가운데 적적함을 가질지니,

만일 혼침에 기울어지거든 새로운 정신을 차리고

망상에 흐르거든 정념으로 돌이켜서 무위자연의 본래 면목 자리에 그쳐 있으라”


'적적(寂寂)'이란 한자어는 깜깜한 밤하늘이 별빛 하나 없이 고요한 상태로 비유할 수 있습니다. 좌선을 하고 있는 우리의 마음 상태가 이렇게 고요해야 한다는 걸 의미하는 것이지요. 그러나 단순히 고요하기만 하다는 것이 요즘 말로'멍 때리는'상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더구나 멍한 상태를 넘어서서'혼침(昏沈)'곧 졸아 버리기까지 한다면 공부가 난감한 상황에 처하는 것이죠.


물론 정신적으로 스트레스 받는 일이 많은 현대 사회에서 일상이나 업무시간에 종종 멍 한 상태에 빠져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뇌가 잠시 쉬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다만 습관화 되지않도록 유념하시는 게 좋습니다.


'성성(惺惺)'은'적적'과 상반되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곧 마음에 별이 총총하게 떠있는 상태를 상징합니다. 별이 총총한 것은 좋은데 무대 위의 사이키 조명처럼 사방을 초점과 순서 없이 산란하게 비추고 있다면 우리 마음은 곧 차분한 상태를 잃고'망상(妄想)'에 빠지게 되는 겁니다. 그래서 우리는 좌선을 할 때'적적'이라는 상태와'성성'이라는 상태, 이 두 가지를 중도(中道)에 맞게 유지해야 합니다.


삼학에 비유한다면 정신수양으로 분별성과 주착심이 없는 경지를 '적적'으로 사리연구로 대소유무와 시비이해가 밝게 분석되는 상태를'성성'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불교 수행의 측면에서는 모든 번뇌가 그친 상태인 지(止= 사마타(samatha))를 적적으로 마음 챙김이 확립된 상태인 관(觀= 위빠사나(vipassan)을 성성으로 각각 배치해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뛰어난 선사(禪師)였던 영가 현각(永嘉玄覺665-713) 스님은“성성적적(惺惺寂寂)은 옳지만 성성망상(惺惺妄想)은 그르고, 적적성성(寂寂惺惺)은 옳지만 적적무기(寂寂無記)는 그른 것이다” 라고 했습니다. 망상과 잡념에 성성하게 깨어 있으면 정신 기운만 허비할 뿐이요, 적적한 반면 아무 생각도 없다면 캄캄한 동굴 속에 들어 앉아 있는 것과다를 게 없습니다.


좌선을 하다보면 우리는 곧잘 졸게 되거나 잡념에 빠지게 되는 경우를 자주 접하게 됩니다. 이런 일이 반복되다보면'나는 선 체질이 아닌가 보다'스스로 좌절하며 좌선을 포기하게 되는 경우도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혼침과 잡념에 빠지는 것을 두려워 할 것이 아니라. 혼침에 빠질 때 새로운 정신을 차리는 것과 망상에 빠졌을 때 정념(正念)으로 돌리기를 잊지 않고 챙기는 것을 우직하게 반복하는 것이 바로 좌선공부를 하는 진정한 의미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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