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울안 오피니언] 숨은 진주같은 원불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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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울안 오피니언] 숨은 진주같은 원불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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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5.13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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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울안 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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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창욱 목사(대구 새민족교회)

성주 소성리에 있으면서 개인적인 배움이 있다. 원불교를 알게 된 것이다. 개신교 기도처 천막 바로 옆에 원불교 기도처 컨테이너가 있다. 기도처는 마을회관 입구에 있는데, 바로 앞 도로는 기도회와 미사, 집회 장소이다. 상황이 발생하면 원불교 교무님들은 법복으로 복장을 통일하고 도로에 나란히 대열을 지어 앉는다. 그리고 그들의 종교의식을 진행한다. 많은 투쟁현장을 다녔고, 나 자신도 투쟁을 했지만 원불교의 투쟁방식은 참 평화적이다. 삼평리 투쟁(경북 청도 송전탑)을 이렇게 평화적으로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반성도 한다.


성주 소성리는 원불교 2대 종법사인 정산종사가 태어난 곳이다. 원불교에는 5대 성지가 있다. 성주 성지는 원불교 5대 성지 중 하나인데, 소태산 대종사와 관련되지 않은 유일한 성지이다. 이를 볼 때, 원불교에서 정산종사의 비중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바로 그곳에 사드가 들어온 까닭에 원불교는 사드반대에 최우선 당사자가 됐다.


종단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사드반대 투쟁을 한다. 전국 교당에서 순번을 정해서 하루도 빠짐없이 기도처를 지킨다. 그곳에서 한 오백미터쯤 더 올라가면 진밭교라는 작은 다리가 있다. 그곳은 롯데골프장으로 들어가는 입구인데, 진밭교 바로 앞에도 원불교 진밭 평화교당이라는 이름의 천막이 있다. 그곳에서도 교무님들이 24시간 교대로 자리를 지키며 기도하는데, 공사차량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는 최후의 저지선이다.


원불교의 장점이자 특징이 무엇일까? 원불교의 원이 원만(圓滿)을 상징하듯이, 매우 평화적이다. 내가 느낀 원불교는 공적 가치를 매우 중시하는 종교이다. 물론 모든 종교가 공적 가치를 추구하기는 한다. 하지만 실제 세력이 커지면 교주나 핵심세력은 그 세력을 이용하여 사를 도모하는 종교가 되고 만다. 대형교회가 그렇다. 비자금을 만들고, 그 돈으로 권력을 과시하고, 교회를 세습한다. 이런 게 다 공(公)을 파괴하는 사(私)이다. 그러나 원불교는 청렴해서 욕망을 채울 여지가 별로 없다.


정산종사는 17세 때, 소태산 대종사를 만났다. 가장 나이가 어렸지만 수제자가 되었다. 1943년 소태산 대종사가 열반한 후 2대 종법사가 되었다. 당시 대부분의 신흥종교가 창시자 사망 후 망하거나 제자들의 갈등으로 분열되는 양상을 생각하면 불법연구회도 끝나는구나 생각했는데 정산종사는 원불교를 반석 위에 올려놓았다. 원불교의 처음 이름은 불법연구회이었는데 정산종사가 원불교로 개정하였고, 교리를 정립해서 원불교를 체계화했다.


종교에서 지도자가 누구이냐는 종교의 명운을 좌우하는 일이다. 원불교도들이 미국이 조종하는 거대한 안보 마피아 권력을 두려워하지 않고, 정산종사에 대한 존경심으로 성지를 지키겠다는 결의와 실천을 하는 것을 볼 때, 좋은 지도자가 주는 후광이 실로 중요하고 크다는 것을 느낀다. 5월 3일 진밭교 평화교당에 가서 교무님들과 이야기하는데 옆에 세워 놓은 입간판에서 이런 글을 봤다. 이 글이 원불교의 성격을 잘 나타낸다고 본다.


“사심이 공(空)하여야 공(公)심이 나고 공(公)심이 나야 단합되며, 단합이 되어야 시방을 화(和)하는 참 주인이 되나니라”


원불교는 교세는 크지 않지만, 숨은 진주같이 자기 종교의 도를 수행하며 내실을 키워왔구나 하는 인상을 받았다. 사회참여는 주로 학교, 지역봉사 위주로 해 왔고, 권력이 민중을 학대하는 현장에는 다른 종단에 비해 소극적이었는데, 성주 소성리 덕에 권력에 피해 받은 최우선당사자가 됐고 또 투쟁의 선봉이 됐다.


나는 소성리 사드반대 투쟁에 원불교가 최전선에 서는 것을 보면서, 안보를 구실로 욕망을 채우는 국정농단세력들과 한국의 양심세력 간의 최후의 싸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 하나님께서 사드반대투쟁에 헌신하는 원불교에 은총을 내리시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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