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명(立命), 마음을 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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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명(立命), 마음을 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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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5.20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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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상 작가의 ‘인문학으로 대종경 읽기’ 21-04 l 정법현 교도 (북일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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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태산은 사실로 이해하기 좋은 신앙처를 발견하고 신앙생활을 잘 하면 지혜로운 사람이나 어리석은 사람이나 모두 안심입명(安心立命)한다고 하였다. 그러나 안심과 입명은 그리 쉽게 가닿을 수 있는 경지가 아니다. 혹독할 정도로 마음공부를 하지 않으면 안심할 수 없고, 안심한 뒤에 그 마음에 최선을 다하지 못하면 입명할 수 없다.


「맹자」의'진심장구'는 마음공부 방법론 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진심장구(盡心章句)'에서 진심은 '마음을 다하다'라는 뜻이고, 장구는 '글 혹은 문장의 모음'이란 뜻이다. 사드의 불법적 배치에 항거하여 천만 배 절을 하고 무기한 단식농성을 하는 것이 바로 진심(盡心)이다. 무언가에 대해 마음을 다 쓰지 아니하면 이뤄낼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이것이 마음공부의 요체인 것이다.


맹자가 말하였다. “그 마음에 최선을 다하는 자는 그 성을 아니, 그 성을 알면 하늘을 알게 된다. 그 마음을 보존하여 그 성을 기르면 하늘을 섬길 수 있다. 생명의 길고 짧은 것은 다르지 않으니 몸을 닦고 천명을 기다리면 천명을 확립할 수 있다.”


孟子曰盡其心者知其性也知其性則知

天矣存其心養其性所以事天也壽不貳

修身以俟之所以立命也

(「맹자」, 진심장구상, 제1장)


여기서 성(性)이란 본성(本性), 자성(自性), 성품(性品), 성리(性理)를 가리킨다. 사전을 찾아보면 성리는'인간의 성품과 자연의 이치를 아울러 이르는 말이며, 주자학에서 인간의 본성 또는 존재원리를 이르는 말이고 인간이 가져야 할 도리'라고 뜻풀이가 되어 있다. 기대승은 퇴계 이황에게 보낸 편지에서 진심장구에서는“기쁨·노여움·슬픔·즐거움은 정(情)이요, 그것이 발현되기 전에는 성이다. 치우치거나 기댄 바 없기 때문에 중도라 한다. 발현되어 모두 절도에 맞음은 정의 바름이요 어그러짐이 없기 때문에 조화라 한다. 큰 근본이란 것은 하늘이 준 성인데, 천하의 이치가 모두 여기로부터 나오니 도의 본체이다.”라고 썼다.


기대승과 이황이 주고받은 편지로 저유명한 사단칠정론의 일부이다. 이황이 사단과 칠정이 분리되어 있다고 했기 때문에 그것은 분리될 수 없다는 논거로 제시된 문장이다. 사단이란 성에 가깝고 칠정이란 정에 가깝다.


「맹자강설」의 저자인 이기동은 성, 정(情), 사려분별지각(思慮分別知覺)을 마음의요소라고하였다. “ 마음의요소 가운데서도 성은 만물에 공통으로 존재하는 것으로서 사람의 의지와 관계없이 존재하며, 성의 발현된 모습인 정도 또한 사람의 의지와 관계없이 존재하지만, 사려분별지각의 기능은 사람의 의지대로 작용할 수 있다.” “성은 만물을 모두 살리는 천명이기 때문에, 성이 정으로 발현되면서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아니하면, 그 정은 남을 자기처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가득 차게 되고, 몸은 그 사랑을 실천하는 도구가 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성이 정으로 발현되는 순간 사려분별지각의 기능이 개입한다”


이기동은 성에서 정이 나올 때, 사려분별지각이 개입한다고 했다. 탐진치가 많으면 탐진치의 정이 나오고 탐진치가 없으면 맑은 정이 나오게 되는데, 그 작용을 사려분별지각 기능이 한다는 것이다. 사려분별지각의 기능이 작동을 멈추게 되면 성에서 나오는 정은 온통 탐진치로 가득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마음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란 곧 사려분별지각의 기능이 언제나 선한 방향으로 활발하게 작용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을 의미한다.


최선을 다해 마음공부를 하면 성을 알게 된다. 그 성을 알면 하늘을 알게 된다. 하늘이란 원불교식으로 말하자면 법신불사은이다. 마음공부를 열심히 하여 성을 기르면 법신불사은을 제대로 섬길 수있다. 소태산은 이러한 섬김을 가리켜 '사실로 이해하기 좋은 신앙'이라고 했다. 중생은 법신불사은을 섬기고, 법신불사은은 중생을 섬긴다. 섬기고 섬기는 것을 은혜라고 한다. 은혜를 아는 것, 이것

이 천명이다. 법신불사은이 우주만물에 두루 작용하는 원리가 바로 천명인데, 그천명을 확립하는 것을 입명이라고 한다. 그리하여 마침내 '입명이란 법신불사은의 은혜를 다른 중생들에게 전하는 것'이 된다. 교의품 14장에서 소태산이 말한 '안심입명'이란 바로 이러한 뜻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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