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념은 망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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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념은 망념이 아니다
  • 관리자
  • 승인 2017.05.26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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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 처음 만나는 명상(14) ㅣ 박대성 교무(본지 편집장, 길용선원 지도교무)

처음으로 좌선을 하는 사람은 흔히 다리가 아프고 망상이 침노하는 데에 괴로와하나니, 다리가 아프면 잠깐 바꾸어 놓는 것도 좋으며, 망념이 침노하면 다만 망념인 줄만 알아두면 망념이 스스로 없어지나니 절대로 그것을 성가시게 여기지 말며 낙망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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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은 구조적으로 한 가지 자세를 몇 시간씩 지속하게 되면 관절에 큰 무리를 받게 됩니다. 그러므로 처음 좌선을 하는 사람은 당연히 5분만 앉아 있어도 다리가 저리고 아픈 것은 너무나 당연합니다.


실상 우리가 하는 좌선 공부는 신선처럼 여유롭게 숲과 자연을 벗 삼아 '유유자적(悠悠自適)'하는 공부가 아닙니다. 옛말에 대붕(大鵬: 상상 속의 거대한 새)은 제비처럼 바람을 타고 나는것이 아니라 거슬러 날아가고, 죽은 물고기는 물에 떠내려가지만 살아 있는 물고기는 물살을 거슬러 올라간다고 했습니다(大鵬逆風飛生魚逆水泳).


주어진 상황과 업력에 순종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벗어나기 위해 생사를 걸어 놓는 큰 결심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좌선 공부를 하는 사람은 중생의 숙명을 끊고 부처가 되기 위한 마음의 혁명가입니다.


처음에는 다리뿐만 아니라 온 몸이 아프고, 망념이 들끓어 온 마음이 요란해 집니다. 그럼에도 끊임없이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는 로켓이 중력을 뚫을 만큼의 추진력이 있어야 대기권을 뚫고 날아가는 것처럼 일백 개의 골절(骨節)과 일천 번의 정성(精誠)이 사무쳐야, 중생의 업장(業障)을 뚫을 마음의 힘을 얻어 불보살의 경지에 도달하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좌선 자세는 될 수 있으면 처음 취한것을 마치기 전까지 바꾸지 않고 유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나 참을 수 없을 만큼 힘들 다면 살짝 바꾸어 주고, 자신이 자세를 바꿨다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다른 판단을 하지 않도록 합니다. 또한 좌선을 마치고 나서 다리를 펴기 힘들 정도로 아프면 무릎과 발목 사이의 안쪽 뼈대 가운데 부근(누곡혈)을 몇 십초 정도 지그시 눌러주면 도움이 됩니다.


지금 우리 앞에 4~5살짜리 어린 아이가 있다고 가정합시다. 그 아이는 자신을 외면하고 놀아주지 않으면 달래주고, 알아달라고 칭얼대기 시작할 것입니다. 그럴 땐 윽박지르거나 혼낼 것이 아니라 잠깐 관심을 가져주고 달래주거나 힘껏 안아주면 금방 얼굴에 생기가 돌고 자기가 충분히 혼자서 놀 수도 있습니다.


망념도 이와 같아서 외면하거나 억누른다고 사라지지 않습니다. 다만 '망념이구나.'하고 관심을 주고 알아차리는 것만 가지고도 어렵지 않게 사라집니다. 우리 마음의 망념은 외부에서 들어 온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의 한 구석에 자리 잡고 있는'그림자'입니다.


그러므로 없앨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깊이 수용하고 하나로 일치시켜 내 마음의 한 부분으로 인정해야 비로소 사라지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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