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가못하면둘이, 둘이못하면셋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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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가못하면둘이, 둘이못하면셋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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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7.01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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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지타원 한지성 대호법 발인식에서 원불교여성회 홍일심 회장이 봉독한 고사와 김형수 작가의 조시(弔詩)

고사(4면).jpg

사랑하는 회장님,


오래오래, 지금보다는 훨씬 오래, 회장님과 이 사업을 하고 회장님께 가르침을 받을 수 있을거라 저희는 한번도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아직도 혼날것이 많고, 아직도 배움을 받아야 할 것이 많은데, 이렇게 가시면 저희는 경계 경계마다 어디에서 마음공부의 본을 받고 공도사업의 갈 길을 물어야 할까요.


회장님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저희는 그저 교당만 왕래하는 평범한 교도로, 공부할 기회도 복을 지을 기회도 없이, 여성으로써 선진 회상을 만난 큰 기쁨도 알지 못한 채, 작은 평안에 만족하며 살았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지난 22년 동안 우리는 정말 많이 만났고, 정말 많은 생각을 했고, 정말 많은 일을 함께 했습니다. 도저히 이루어질 수 없을 거란 꿈이, 회장님과 함께라면 하나 하나 이루어져, 우리는 북한동포를 도왔고, 소외계층의 힘이 되었고, 세계 교화의 일꾼이 되었고, 아프리카에 학교를 세웠고, 유엔활동을 했습니다. 우리 한 명 한 명은 내세울 것도 없고 특별할 것 없는 보통 사람이었지만, 회장님의 가르침과 격려로, 함께 힘과 지혜를 뭉쳐 대종사님 교법으로 실천을 할 때,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희망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때로는 그 과정에서 회장님께 꾸지람도 듣고 더 잘하라는 호통도 들어야 했습니다. 늘 공중사를 최우선으로 생각하시는 회장님의 뜨거운 공심에 부응하지 못하고 야속한 마음을 먹기도 했습니다. 그런 철없는 저희를 바라보시는 회장님의 마음은 얼마나 안타깝고 얼마나 초조하셨을까요. 이렇게 빨리 회장님을 떠나보내리라 알지 못했던 어리석은 저희들은, 회장님 혼자 외롭고 힘든 길을 가실 때 아무런 도움이 못되어드릴 때도 많았습니다.


지금 이렇게 회장님과 헤어지면, 우리는 언제 다시, 회장님께서 일구신 신명나는 한울안 일판에서 세계사업 일원사업을 합창하며 다시 웃고 다시 울고 다시 그 다정한 정을 나눌 수 있을까요.


그러나 저희들은 이 황망한 슬픔에 맞서 회장님의 가르침을 떠올리며 힘을 내려 합니다. 우리는 기러기 대장을 잃었지만 결코 꿈을 향한 비행을 멈추지 않겠습니다. '변화하는 여성 변화시키는 여성, 우리가 희망입니다!' 회장님께서 외쳐주신 이 구호는 앞으로도 많은 보통여성들의 잠재력을 일깨워 세상의 큰 일꾼으로 만들어 줄 것입니다. 회장님께서 늘 꿈꾸시던 세계적 종교 원불교를 만드는데 우리 대종사님의 딸들이 누구보다 앞서 앞으로 나아가겠습니다. 여성인재를 기다리기보다 우리가 모두 인재임을 깨달아 선공후사의 정신으로 이 사업을 이어가겠습니다.


부디 그동안 무겁게 지셨던 모든 것을 놓으시고 편히 쉬세요. 저희가 비록 회장님의 포부와 경륜을 따라가지 못하겠지만 하나가 못하면 둘이, 둘이 못하면 셋이 뭉쳐서 원불교여성회를 지키고 키워가겠습니다. 꼭 다시 저희 곁으로 오셔서 저희의 지금 이 다짐과 약속이 잘 지켜지고 있음을 보아주시고, 저희와 함께 다시 한번 신명나게 일하시기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회장님 안녕히 가세요. 사랑합니다. 그리고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별빛 뒤에 서 계신가 봐

- 사모님 영전에 엎드려 외우다 -

김형수/『 소태산평전』작가

나는 무슨 말을 드려야 할지 몰랐어
분명히 앞에 계셨는데
너무 컸나 봐 빛이 환해서 안 보였나 봐
조심스럽고 어렵고 이름조차 외울 수 없는
사모님, 수십 년 우리 글쟁이들의 사모님


『소태산 평전』얘기할 땐 청중 속이었어
얼마나 황송했는지 몰라
원불교가 아직 얕아요. 김 선생 말 안 들을까 응원 왔어요
사모님께는 나도'한울안'이었나 봐
익산 강연 때도 연구소 발제 때도
끝나고 찾아봤더니 이미 가셨어


전쟁 때 개성교당에서 오셨대
나는'노마드 개성교당'이니까 편하게 떠들었어.
원불교에 숱한 얘기가 숨어 있어요
그럼 김 선생이 써 봐요. 우리가 여건 만들까?
나는 그 우리가 장적조, 최도화라 생각했어
이공주, 황정신행이라 여겼어
집집마다 드리운 선천의 장막을 치우신 분들


아픈 몸 그대로 하늘이었던 게지
이 시대의 미륵이 재가 여성의 눈빛 속에 있는 걸
왜 몰라. 나도 한번 말씀을 들을 거야
한 주 두 주 끌다가 한 달 두 달 벼르다가
끝내 놓치고 오늘이야. 저 봐
꽃이 피고 다시 지워진 뒤에
새가 날아간 흔적 같아
바람이 말끔히 쓸고 간 자리 같아


그 쟁쟁한 목소리 여기 남겨 놓고
닿을 수 없는, 오감을 초월한, 안타까운
저 별빛 뒤에 서 계신
저 나뭇잎 뒤 저 거미줄 뒤
한없이 외롭고 눈부신
소태산의 금강이 되신 사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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