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울안 오피니언] 기립 박수로 환영해야 할 사건 - 원불교 서사극 ‘이 일을 어찌할꼬’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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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울안 오피니언] 기립 박수로 환영해야 할 사건 - 원불교 서사극 ‘이 일을 어찌할꼬’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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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7.30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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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도갑 교무(교화훈련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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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학교에 다닐 때 연극을 한 경험이 있었고 한때는 연극배우가 되려는 생각도 하였다. 그 인연으로 교당에 다닐 때 청년들과 대종사 성극을 연출하며 공연한 적도 있었고 출가하여 총부 기숙사에서는 대각개교절에 연극을 기획하고 연출했던 기억이 새롭다.


사실은 연극에 몰입하면 쉽게 무아(無我)를 경험한다. 내가 대종사가 되고 황 순사가 됨으로써 수행자가 자신을 비우는 경험을 극을 통해 간단히 해결한다. 한 작품에 배역을 맡으면 출연자는 온전히 자기를 내려놓고 전혀 다른 극중 인물이 된다. 나를 고집하면 연기를 할 수가 없다. 그러므로 뛰어난 연기자는 자신을 버리고 무아를 실현하는 탁월한 능력을 갖추고 있는것이다.


지난해 한울안신문 편집장 박대성 교무와 이경민 정토의 안내로 대학로에서 연극을 함께 보면서 이윤택 선생에게 대종사 성극을 부탁하여 허락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 기뻤다. 이것은 아마도 원불교 100년을 시작하는 최고의 '사건'으로 기억될 것이다. 연극은 종합예술이며 공연문화로 일반 대중과 하나 되는 감동과 체험을 선물한다.


마침 익산 공연을 하는 날 아침에 총부 예회에서 연출가 이윤택 선생은 이렇게 감상을 말했다. “한국사회에서 종교의 성자를 연극으로 만들어서 성공한 적이 거의 없다. 첫째는 일반인들이 무관심과 둘째는 교단의 원로들이 생각하는 인물을 그려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따가운 비판을 받기 쉽다는 것이다. 처음에 성극을 하겠다는 제의를 선 듯 받아서 준비를 하였지만 공연이 가까워질수록 엄습하는 중압감이 대단했다”는 이야기를 진솔하게 해 주셨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가 이 연극을 준비하면서 소태산의 존재를 동양의 최고의 현인으로, 서양의 위대한 철학자와 동일한 인물로 인정하게 되었고 또한 자신의 존재 가치를 확인하였다고 한다. 더 놀란 것은 남은 생을 소태산과 그 제자들의 삶을 극으로 만드는 일에 혼을 다 쏟겠다는 선언을 기념관 법신불 앞에서 하신 것이다. 그 순간 '이럴 수가!' 하는 탄성과 온 몸이 전율하는 흥분을 느꼈다. 이것은 모든 출가·재가 대중들이 기립 박수로 환영해야 할 대 사건이다.


공연이 시작 되면서 애니메이션 동화를 배경으로 동서양의 음악이 울리고 민요와 가곡과 판소리 등으로 풀어가는 대사는 깊은 호소력을 지니고 있었다. 모두가 일상의 삶 속에서 일어나는 평범한 일이었다. 그러나 '이 일을 어찌 할꼬!' 라는 화두를 통해 인간의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크게 문명한 도덕세계로 안내하려 하는 한 편의 장엄한 마당놀이에 동참한 대중들은 신명나는 흥겨움과 설렘이 있었다.


막을 내리기 전 대종사의 상여가 나갈 때 “울지 마라! 울지 마! 통곡을 그칩시다!”며 절규하는 외침은 우리에게 정신 바짝 차리고 소태산의 거룩한 가르침을 잘 지키고 영접하라는 추상같은 불호령으로 들렸다.


이번에 황 순사로 출연한 김계원 도무는 동국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하고 서울 대학로에서 기성 극단의 단원으로 활동하며 탄탄한 연기를 공부한 전문인이다. 김 도무에게 기숙사 예비 교무들에게 잊혀 진연극을 다시 시작할 수 있게 해 달라고 부탁했다. 연기에 매력을 느낀 교무들이 교당 청소년들에게 성극으로 교화를 펼치는 생생한 활동을 상상해 본다.


또한 원광대학교에 연극영화과가 생겨서 인재를 기르고 많은 작품을 공연할 수 있는 날을 기대한다. 연극은 문학과 음악, 무용과 미술 등이 아우르는 표현예술이며 대중문화의 꽃이다. 우리시대 최고의 연출가 이윤택 선생의 등장으로 소태산 대종사의 교법과 삶이 극을 통해 온 세상에 경이롭게 들어나는 모습이 눈앞에 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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