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상식적이고합리적인교단운영(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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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상식적이고합리적인교단운영(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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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8.08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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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원불교의 새 시대를 전망한다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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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운영에 있어서 상식과 합리적인 방식이 전제되어야 한다. 대산종법사 당시에 필자가 자주 듣던 말은 앞으로 교단운영을 할 때 전문인 집단을 구성하여 그에 의해서 정책을 내고 일을 추진하여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그리고 종법사는 누가 해도 무방한 그런 공의와 전문성에 바탕한 교단운영을 강조한 것이다. 사실 그 동안 도가(道家)의 미풍이 스승의 말에 복종하고 따르는 것으로 인식되어 왔다. 물론 어른을 존중하고 스승을 존중하고 순응하는 것이 아름답게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모든 공사를 그렇게 처리한다면 일반인들의 상식과 합리에 어긋나는 것도 미화해야 되는 문제들이 자주 발생할 수 있다.


원불교에서는 종법사의 경륜이 중시되고 모든 중대사는 수위단에서 결의하게 되어 있고, 형식상은 그런대로 무난하게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사실에 있어서는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의 사안들이 있다. 예를 들면, 교서 번역의 경우를 보자. 외국어로 교서를 번역을 하려면 교서(敎書) 이해에 바탕이 되는 종교적, 문화적, 역사적, 언어학적, 철학적 연구들이 절대 필요하고 그런 전문훈련이 되어야 한다. 교서를 영어로 번역할 경우에는 원불교의 뿌리가되는 불교와 유교 도교가 바탕이 되어야 하고 그에 관련하여 인도철학과 종교문화 그리고 중국의 철학과 종교문화를 이해해야 하고 거기에 더불어 서양의 철학과 언어학과 종교 사상에 대한 연구가 밑받침이 되어야 한다.


필자가 미국에 와서 10여 년간 원불교학, 불교학, 선학(禪學)을 가르치면서 영어로 소개된 수많은 번역서들과 저서들을 찾아보고 비교해서 보기도 하면서 한 책에서 부족한 것을 여러 다른 책에서 보기도 한다. 그들의 번역서와 연구서들 역시 앞에 전제한 그런 선행 연구들이 바탕이 되어야 가능한 것이었다. 따라서 그 번역의 질을 평가하는데는 그 분야의 전문학자나 번역의 전문가들이 아닌 일반대중이나 수위단회나 총부의 어떤 부서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더 많은 세월을 통해서 선행번역과 연구를 바탕으로 더 깊이 연구하고 역사적 언어적 철학적 수련이 더 많이 된 후학들이 나와서 계속 이어서 해야 할 일들이다. 그런데 아직 외국어로 번역할만한 수준의 교학자들이 많지 않고 그리고 아직도 비교 검토해야 할 내용이 많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어떤 것을 교단에서 지정해서 다른 번역을 인정하지 않고 배척하고 하는 것은 앞으로 자발적인 연구를 불가능하게 하고 교학의 발전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원불교의 외국 교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특히 영역교전과 정산종사 법어는 유산 정유성 원로교무님의 노력이 바탕이 된 것이었다. 미국에서 40여년간 서양철학과 종교사상 그리고 중국철학 인도철학 한국사상을 연구하고 강의하면서 닦아온 학문적 노력이 그 바탕에 있다. 그리고 중요한 교학적 과제들을 제기하면서 나온 내용으로 앞으로 교학에서 정교하게 깊이 연구되어야 할 것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단 지도부의 뜻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외면하는 일은 상식과 합리성에 어긋난다.


오히려 세계학계에 소태산대종사님의 경전과 정산종사님의 법어를 소개한 일은 교단적으로 엄청난 경사이다. 덧붙여 말하자면, 그 의미는 소태산대종사님과 정산종사님을 세계적 성자로 만들어 놓은 것과 다름없는 일이다. 그리고 미국에서 학계로 저서나 번역이 나오는 일은 피를 말릴 만큼 힘든 일이고 시간도 엄청나게 소요되는 것을 많이 보았다.


미국에 총부를 건설하고 교화 기관을 설립한다고 하더라도 미국 지성 사회에서 인정받을 만한 교서의 번역이나 연구 활동이 없다면 원불교가 미국 사회에 뿌리를 내리는 일은 요원할 것이다. 앞으로 자발적으로 더 훌륭한 후배들이 나와서 외국어와 학문적 수련을 튼튼히 닦아서 연구와 번역 등의 분야에서 세계적 활동을 할 수 있게하기 위해서 교단적으로 막을 것이 아니라 더 북돋아 주어야 할 것이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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