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울안 칼럼] 동물복지, 사은보은의 실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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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울안 칼럼] 동물복지, 사은보은의 실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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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8.26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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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담현 교도 (마포교당 변호사, (사)평화의친구들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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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이나 교도들이 뜻을 모아 동물복지를 실천하는 농장을 만들면 어떨까

올해도 어김없이 3번의 복날이 지났다. 그리고 어김없이 그때마다 소란이 있었다. 개고기를 허용해야 하는 것인지 말아야 하는 것인지. 개고기를 먹지 말자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개들이 어둡고 좁은 철장 안에서 항생제가 섞인 밥만 먹는 끔찍한 사육현장의 모습을 보여주며 시민들의 지지를 호소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사육의 문제점은 개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닭이나 오리 축사도 마찬가지고 돼지와 소도 그렇다. 모두 엄청나게 좁은 축사에서 평생 꼼짝도 못하고 먹이만 받아먹다가 도살당한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닭이나 오리에서 발생하는 조류독감이나 소, 돼지 등에서 나타나는 질병인 구제역이 자주 발생하게 된 것은 모두 지나친 밀집사육 때문이다. 좁은 우리에 갇힌 가축들이 면역력이 극히 저하되어 있고, 또 이들이 빽빽이 밀집되어 관리되고 있기 때문에 한번 병이 발생하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가축들을 포함한 동물들이 비록 인간과는 다르지만 감성을 지니고 있다는 증거를 속속 제시하고 있다. 과학적 증거가 없다고 해도 강아지나 돼지도 아픔을 느끼는 존재임을 어린 아이도 알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아픔에 대하여 지금껏 우리는 외면하여 왔다. 우리 인간의 식량이 부족하기에 어쩔 수 없이 가축을 사육해야 한다는 변명을 하기에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가축은 지나치게 많다. 또 그러한 이유가 밀집사육을 필연적으로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니다. 관리의 효율성, 비용 절감 등 수익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그렇게 좁고 빡빡한 형태로 축사가 지어졌을 뿐 다른 이유는 없다.


이런 지금까지의 관행을 반성하는 의미에서 그리고 밀집 사육된 가축의 고기를 먹는 것이 결코 인간의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웰빙 바람을 배경으로 동물복지를 중시하는 농장들이 국내에서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 원인이야 어찌되었건 이러한 동물복지를 중시하는 농장들이 확산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우리 원불교 교리로 본다면 밀집사육을 통한 가축사육은 동포은의 하나인 가축을 고통스럽게 하는 것으로 동포 배은에 속한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우리 교단에서 이러한 가축의 밀집사육에 대하여 문제를 제기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개선하려는 움직임은 크게 없었다.


현재 교단은 교법정신의 실현을 위해 학교, 병원 등 많은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시설에는 구내식당이 들어가 있는 경우가 많다.

현재 동물복지를 반영한 가축 축사를 운영하는 이들은 그 비용이 높기때문에 어쩔 수 없이 높은 판매단가를 제시할 수 밖에 없다. 안정적인 구입처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사은보은의 실천이라는 측면에서 교단이 운영하는 시설에 입주해 있는 구내식당들에게 동물복지 농장에서 구입한 고기를 식재료로 할 것을 주문한다면 어떨까.


더 나아가 아예 교단이나 교도들이 뜻을 모아 동물복지를 실천하는 농장을 만들면 어떨까. 녹슨 철장에 갇혀 불쌍한 눈빛을 하고 있는 강아지들 사진을 보며 지나가는 복날 드는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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