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바탕되어 있는 한 두렷한 기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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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바탕되어 있는 한 두렷한 기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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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9.12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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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튼교무의 정전산책 (100) ㅣ 방길튼 교무(나주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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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유가 한 체성이며 만법이 한 근원이로다. 이 가운데 생멸 없는 도와 인과 보응되는 이치가 서로 바탕하여 한 두렷한 기틀을 지었도다.” 라는 소태산 대종사의 대각일성(大覺一聲)은 병진년 3월 26일의 공시적 사건이면서 또한 소태산의 온 생애를 관통하고 있는 통시적 깨달음입니다.


소태산 대종사는 출정오도의 과정에서 『동경대전』 「포덕문」중의 한 글귀와 『주역』 「건위천괘」의 문언전 끝 구절(九五)과 인연합니다.


“그 날 조반 후, 이웃에 사는 몇 몇 마을 사람이 동학의 동경대전(東經大全)을 가지고 서로 언론(言論)하는 중, 특히 「오유영부 기명선약 기형태극 우형궁궁(吾有靈符其名仙藥其形太極又形弓弓)」이란 구절로 논란함을 들으시매, 문득 그 뜻이 해석되는 지라, 대종사 내심에 대단히 신기하게 여기시었다. 얼마 후, 또한 유학자 두 사람이 지나다가 뜰 앞에 잠간 쉬어 가는 중, 주역(周易)의 「대인 여천지합기덕 여일월합기명 여사시합기서 여귀신합기길흉(大人與天地合其德與日月合其明與四時合其序與鬼神合其吉凶)」이라는 구절을 가지고 서로 언론함을 들으시매, 그 뜻이 또한 환히 해석되시었다. 이에 더욱 이상히 여기시어 「이것이 아마 마음 밝아지는 증거가 아닌가」하시고, 전 날에 생각하시던 모든 의두를 차례로 연마 해 보신즉, 모두 한 생각에 넘지 아니 하여, 드디어 대각을 이루시었다.”
( 『원불교교사』대종사의 대각)


『주역』의 구절은 대각일성의 '만유가 한 체성'이요 '만법이 한 근원'으로 녹아듭니다. 즉 '만유와 만법'인 여천지(與天地)·여일월(與日月)·여사시(與四時)·여귀신(與鬼神)은 시간과 공간 그리고 주객의 분별이 탈락된 무분별의 '한 체성, 한 근원' 이면서 또한 이 '한 체성, 한 근원'이 그대로 천지·일월·사시·귀신인 '만유와만법'으로드러납니다. '한체성, 한 근원' 자리는 관찰되는 대상이 아니라 보는 것이 바로 보이는 그것으로 관통된 자리입니다. 그러므로 '한 체성, 한 근원'은 마음이 곧 천지요 천지가 마음으로 꿰뚫어진 자리로써, 천지의 덕(德)과 일월의 명(明)과 사시의 서(序)와 귀신의 길흉(吉凶)인 '만유와 만법'의 천지가 그대로 '한 체성, 한 근원'의 마음자리입니다. 소태산은 천지와 마음이 둘이 아니면서 하나로 드러나는 '무분별의 분별 자리'에 계합하신 것입니다.


소태산은 “나는 우연히 천도교인이 『동경대전』(吾有靈符其名仙藥其形太極又形弓弓) 읽는 소리를 듣고 문득 일원상(一圓相)의 진리와 아울러 육도사생(六途四生)의 승강(昇降)변화하는 이치를 확연히 알게 되었다.”라고 회고하십니다.

(이공주 수필, 원기26년 12월 8일)


즉 『동경대전』의 기형태극우형궁궁(其形太極又形弓弓)의 문구를 들으시고 일원상의 진리와 함께 사생이 육도로 승강되는 인과보응의 이치가 확인되신 것입니다. 마치 거울이 한 편으로는 텅 비어 맑고 밝으면서 또한 모든 것을 비추는 것처럼, 천지와 하나가 되어 주객의 분별이 사라지는 궁궁(弓弓)의 일원상과 함께 이렇게 텅 빈 가운데 모든 조화의 원리가 본래 갊아있는 태극(太極) 자리도 깨달으신 것 입니다. 그리하여 음양상승(陰陽相勝)의 도를 따라 인과 이치대로 작동되는 변화의 원리와 현상을 환히 드러내신 것입니다. 결국 생멸의 상대성이 끊어진 절대 자리를 체득하신 동시에 인과원리대로 전개되는 상대 자리까지 깨달으신 것입니다.


이처럼 진리는 한 편으로는 생멸의 분별성과 인위적인 노력이 미칠 수 없는 상대가 끊어진 절대 자리라면 또 한편으로는 유한한 생사와 노력의 한계가 있는 상대적인 인과의 세계입니다. 절대계는 노력할 것이 없는 원래 그대로 완벽한 차원이라면 상대적인 현상계는 완벽한 원래 그대로 되도록 노력하고 공을 들여야 되는 차원으로, 진리는 깨달을 것도 없고 닦을 것도 없는(無悟無修) 불생불멸의 선천(先天) 자리이면서 인과의 원리에 따라 그 경계 그 인연에 끊임없이 깨달아 닦고 또 닦아가야 하는(千通萬通) 노력의 후천(後天) 세계입니다. 인과와 노력이 애초에 적용되지 않는 불생불멸의 무분별 세계와 경계와 인연에 따라 짓고 받는 노력이 여실한 인과보응의 분별 세계가 중첩되어 있는 것입니다.


소태산 대종사께서 깨달으신 '한두렷한 기틀'의 일원상은 이러한 시공(時空) 초월의 불생불멸의 도이면서 시공의 상대계를 총섭하고 있는 인과보응의 이치입니다. 무분별의 절대자리로 보면 원래 텅 비어 신령스럽고 조화로운 둥근 자리이며, 분별이 역력한 상대자리로 보면 원인·결과가 돌고 도는 둥근 자리입니다. 그러므로 생멸 없는 절대계와 인과 보응되는 상대계가 서로 바탕하여 한두렷한 일원상의 기틀을 짓고 있는 것입니다. 소태산 스승님은 우리에게서로 바탕 되어 있는 이 두 차원을 교차해서 진리를 경영해야 된다고 하신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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