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울안이 만난 사람┃스승과 제자의 아름다운 동행 “다시태어나도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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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울안이 만난 사람┃스승과 제자의 아름다운 동행 “다시태어나도우리”
  • 관리자
  • 승인 2017.10.02 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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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선한 바람이 가을을 알 리는 요즘, 더구나 긴 추석 연휴는 반갑기만 하다. 이런 날 깊은 여운을 남기는 영화 한 편은 어떨까? ‘라다크(인도 최북단 잠 무카슈미르 주 동부지역)’ 를 무대로 벌어지는 린포체 (rinpoche : 전생에 출가 수 행자로 수도하다가 다시 인 간의 몸을 받아 환생했다 것 이 증명된 사람) 앙뚜와 그 의 스승 우르갼의 감동적인 이야기를 그려낸 영화 ‘다 시 태어나도 우리’의 문창 용 감독을 만나 이야기를 나 눴다. -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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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태어나도 우리'의 주인공 '앙뚜'는 전생을 기억하는 조금 남다른 소년으로 지금껏 영화에서 쉽게 만나보지 못한 특별한 캐릭터로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앙뚜'는 동자승이었으나 여섯 살이 되던 해 라다크 불교협회로부터 전생의 업을 이어가기 위해 몸을 바꿔 다시 태어난 티베트 불가의 고승으로 살아있는 부처로 불리는 '린포체'로 인정받는다.


마을 사람들이 고개를 숙이며 기도를 할 만큼 린포체는 티베트 불가에서 특별한 존재이지만 정작 앙뚜는 영화 속에서 호기심 많지만 동시에 날아오는 공을 피해 도망갈 정도로 겁많고 순수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며, 공부는 뒷전이고 또래보다 키가 작아서 고민인 '귀요미'이기도 하다.


이런 앙뚜를 헌신적으로 보살피는 스승인 '우르갼'은 때로는 부모처럼 옷도 입히고 밥도 먹이며 때로는 친구처럼 함께 축구공을 가지고 놀고, 학교에 앙뚜가 놓고 간 교과서를 챙겨다 주는 등 유일한 동반자로서 영화 내내 앙뚜의 곁에 함께한다. 18년 경력의 프리랜서 다큐멘터리 PD인 문 감독은 어떻게 두 사람을 만나게 됐을까?


“2009년에 EBS에서 동양의학 다큐멘터리 촬영차 해발 3,500m의 라다크를 찾았습니다. 현지 코디네이터는 도망을 간 상태였고 말 못할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그래도 촬영을 이어나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때 그 지역 사람들이 티벳 의학 전문가인 우르갼 스님을 소개시켜줬고 곁에서 맴도는 5살짜리 앙뚜를 처음 만나게 되었죠”


사제지간(師弟之間)이기보다는 할아버지와 손자 같은 두 사람의 관계에 한눈에 반한 문 감독은 이들의 이야기를 작품에 담기 위해 돈이 모일 때마다 매년 두세 차례 라다크를 찾았다. 그렇게 시작한 촬영이 2016년 2월 마지막 신을 찍을때까지 7년간 이어졌고 편집등 후반 작업에 1년이 더 소요됐다고 한다.


티벳 불교의 활불(活佛)로 전해지는 린포체는 어딘가 모르게 신비로운 존재였을 터, “처음 만났을 땐 천진난만하기만 했던 어린 앙뚜가 점점 소년으로 자라며 수행자로써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몸부림치는 모습을 보게 됐다”는 문 감독.


전생에 자신이 수행했던 사원을 찾아 나서기 위해 지금은 중국의 치하에 놓여있는 티베트 캄으로 직접 떠나기로 결심하는 '앙뚜'와 스승 '우르갼'의 3,000km의 여정은 현대인들의 관점으로는 무모해 보일수밖에 없다.

“말릴 생각은 없었나요? 더구나 그곳은 중국의 점령지라서 입국 자체가 어려울 텐데요?”라는 기자의 물음에 “말릴 생각은커녕 오히려 제가 무엇에 홀린 듯 따라 나선 것 같았습니다”라고 답하며 웃어 보이는 문 감독을 보며 이 사람도 어느새 앙뚜와 우르갼 두 사람을 닮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스친다.


영화를 처음 접할 때는 티벳 불교를 다룬 종교 영화라는 선입견이 있었지만 두 사람의 발자국을 따라가다 보니 종교가 아니라 '인간' 그 자체를 다룬영화라는 확신이 더욱 깊어진다.


그럼에도 우문(愚問)을 아니할 수 없다. “감독님은 전생을 믿으십니까?”,“ 네, 저는 전생을 믿습니다. 물질적인 것은 형태를 계속 바꿔 나갈 수 있지만 정신적인 무언가는 영원히 변하지 않고 계속 이어져나갈것이라고 확신 합니다.”


앙뚜와 우르갼의 서로에 대한 신뢰와 헌신은 '체화된 신념'이라는 단어이외에는 설명 할 길이 없어 보인다. 그들을 위해서라도 세세생생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하는 삼세인과는 실존해야만 할 것 같다.


영화는 눈 덮인 히말라야산맥의 압도적인 위용부터 라다크 시골마을의 평화로운 모습등에 이르기까지 이들이 살아가는 순간들을 담담하게 관객에게 전하고 있다. 앙뚜가 제대로 앞을 바라보는 것조차 어려운 눈보라 속에서 뿔 나팔을 부는 장면, 두 사람이 꽃밭에 앉아 지평선 너머를 바라보는 장면 등, 영화 속에서 펼쳐질 장대하고 아름다운 모습은 오랜만에 영화를 보면서도 휴식을 취할 수 있다는 체험을 느끼게 해준다.


영화의 막바지 결국 티베트캄에 들어서지 못한 두 사람에게는 이별이 기다리고 있다. 더 성숙한 수행자가 되기 위해 수도원에 남아야 하는 앙뚜와 그런 제자를 두고 라다크로 돌아가야 하는 스승.


“영화를 찍는 기간 동안 한번도 눈물을 보인 적이 없는 우르갼 스님이 제자를 두고 돌아서는 순간, 어린 아이처럼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저희 스텝들도 우느라고 정신이 없어서 카메라 초점이 흐려지기도했지요” 애별리고(愛別離苦), 그러나 마냥 절망이 아닌 순수한 슬픔만으로도 그 이별이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일깨워준 두 사람의 눈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묻자, 문 감독은 “2년 전부터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인 인도네시아의 한 마을에서 희망을 안고 살아가는 소녀의 이야기를 작품에 담고 있다”고 한다. 지금처럼 어디서든 더 큰 이야기를 담아낼 것으로 믿는다.

사족을 달자면 이 영화의 매끄러운 현지어 번역은 라다크 출신의 원광조 교무(타시돌마, 한겨레중·고등학교 근무)가 완성한 것이다.

한울안이만난사람(삽입용).jpg


영화 '다시 태어나도 우리'
제67회 베를린국제영화제 : 제너레이션 대상
제43회 시애틀국제영화제 : 다큐멘터리 부문 심사위원대상 수상
제65회 트렌토산악영화제 : 관객상 수상
제6회모스크바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 그랑프리&편집상 수상

* 문의 : 홀리가든(02-540-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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