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울안칼럼] 타자(打者)의 타율과 변호사의 승소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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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울안칼럼] 타자(打者)의 타율과 변호사의 승소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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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10.26 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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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담현 교도 (마포교당 원불교인권위원회 운영위원,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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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소송이라도 이길 수 있다고 장담한다면 이는 사기꾼일 가능성이 높다

“승소율이 얼마나 되세요?” 변호사로서 소개를 받을 때 농담반 진담반으로 가끔 듣는 질문이다. 간단하게 말하면 야구 타자의 타율처럼 1번 재판할 때 승소할 확률을 묻는 것이다. 이에대한 나의 대답은 “모른다”이다. 실제 계산해본 적도 없고 알 수도 없다. 설령 안다고 해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


야구에서는 순수하게 타자와 투수의 역량에 따라 타율 및 방어율이 결정된다. 하지만 재판은 그렇지 않다. 원고와 피고간의 사실관계 혹은 형사 피고인이이미 저지른 행동을 놓고 그 안에서 자신의 의뢰인을 대리하거나 변호한다. 즉 이미 굳어진 팩트(fact)안에서 움직일 뿐이다. 따라서 변호사가 아무리 뛰어나다고 하더라도 사실 자체를 뒤집을 수는 없는바 어느 정도 승패는 정해진 상태에서 소송이 시작된다.


살인을 저지른 살인범을 살인범이 아닌 것으로 만들 수는 없다. 아마도 살인, 폭행, 상해와 같은 범죄를 주로 담당하는 변호사는 승률이 1할도 채 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범죄들은 이미 증거가 확실한 상태에서 형사재판에 회부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 변호사가 무능하다고 할 수 없다. 이런 경우 담당변호사는 의뢰인인 피고인의 형을 낮추기 위해 관련정황과 사정을 판사에게 충분히 어필하려고 부단히 노력한다.


형사상 유죄가 분명한데 무죄선고를 받아 낸 변호사가 있다면 그 변호사가 대단하다기 보다는 애초 검찰이 제시한 증거자료가 불충분하거나 담당판사가 판단착오를 범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어떤 변호사가 자신은 유죄를 무죄로 만들 수 있으며 어떤 소송이라도 이길 수 있다고 장담한다면 이는 사기꾼일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유죄를 무죄로 바꾸어 줄 수 있는 변호사, 어떤 소송도 이겨 줄 수 있는 변호사를 찾는다. 이를 위해 담당 판사와 친한 전관출신의 변호사를 찾거나 기꺼이 거액을 지불하려고 한다. 그러다가 결과가 좋지 않으면 변호사와 돈 문제로 다툼이 일어나기도 한다. 화장품회사 '네이처리퍼블릭'과 관련한 판사 출신의 모변호사의 경우가 대표적인 경우로 수십억원을 주었는데 의뢰인이 징역형이 선고되어 변호사에게 그 돈을 돌려달라고 하였고 이에 변호사가 못 돌려주겠다고 하니 구치소에서 서로 싸워 그 내용이 온 나라에 공개되었다. 자신의 잘못은 전혀 인정하지 않고 이를 돈으로 어떻게 해보려는 의뢰인이나 이런 명백한 사건을 수십억 원에 이르는 거액을 받아 의뢰인에게 헛된 기대를 심어준 변호사 모두가 문제가 있다.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한 재판에서 전직 대통령의 변호인단 총사임 그리고 이재용 삼성부회장의 호화 변호인단에 대하여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온다. 하지만 이재용 부회장은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고 전직대통령은 헌법재판소에서 재판관 전원일치로 탄핵결정을 받았다. 변호인이 누군지가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변호사를 선임할 일이 있을 때 제일 중요한 것은 승소율이 아니다. 정해진 사실 아래서 어떻게 그러한 행위나 결과에 이르게 되었는지 충분히 설명을 들어주고 그 안에서 제3자인 판사가 납득할만한 사유를 찾아 이를 강조하여 어필해줄 수 있는 변호사를 찾는 것이 우선이다. 타율이나 방어율 같은 것은 한국시리즈가 한창인 지금의 가을 야구에 한정해야지 이를 재판에 끌어다 적용할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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