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울안칼럼] 우리는 무엇에 몰입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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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울안칼럼] 우리는 무엇에 몰입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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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11.11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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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대기 교무 (교화훈련부 청소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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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빨라진 변화의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가고 있는가

원불교의 2세기를 여는 미래교화를 위한 질문들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더 빨라진 변화의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가고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 깊다. 그런데 앞으로에 대한 이야기는 하면 할 수록 어렵다. '다음에오는것은 무엇인가'와 같은 질문은 완전히 무력하다. 아무도 확신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한 이야기들 속에 앞으로도 잘하기 위해서는 예측이나 계획을 잘하는 것보다는 유연하게 대응하고 움직일 줄 알아야 한다는 판단을 하게 된다. 기존 정보의 가치는 떨어진다. 변화의 폭풍을 즐기면서 새로운 정보를 스스로 공부해서 창조적으로 움직이는 사람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시대인 것 같다.


정말로 잘 배우는 사람이 귀한 시대가 되려나 보다. 그런데 여기서 또 다른 문제가 연결된다. 어떻게 배워야 하는지 새로운 배움의 방법론을 얘기한다. 인공지능이 가시화한 후, 사교육 시장을 중심으로'창조성'에 관한 교육 열풍이 한창이다. 궁금해서 그 내용들을 문의하고 확인해보면, 이게 과연 도움이 될까 되묻게 된다. 초점을 잘못 잡은 경우가 부지기수다. 우리 시대에 필요한 창조성이란 일시적이고 기발한 생각이라기보다는 가치 있는 삶의 지속적 실천에 가깝다.


자신이 '바라보는 곳'에 대한 신념을 품고, 이를 자주, 반복해서 실행하는 것이 창조적 인간으로 사는 유일한 길이지 않을까. 창조는 지금과 다른 질서를 만들어 우리들을 '더 나은 인간'으로, 세상을 '더욱 살 만한 곳' 으로 바꾸는 일이다. 삶의 가치에 대한 질문 없이 이 일은 당연히 불가능하다. 아이들 대부분이 이런 질문을 자연스레 고민하는 인간으로 성장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아이들을 창조적 인간으로 기르는 일에서 실패한 것이다. 따라서 한국교육의 적폐를 청산하는 방법은 코딩과 같은 '문명의 교육'과 더불어 독서 등과 같이 아이들이 자연스레 삶의 의미를 묻도록 도와주는 '교육과 삶의 문명화'에 놓여 있다.


관련하여 현 시대를 개념화 하는 여러 정의들이 등장하는데, 인간과 기계가 지능적 협업을 통해서 새로운 종류의 일을 창출하는 '휴머리즘(human+algorithm)'의 시대라는 표현을 본적이 있다. 인공지능을 통해서 기존 데이터 패턴을 빠르게 파악하고, 거기에 인간의 창조성을 더해서 눈부신 성취를 얻자는 말이다. 이처럼 인공지능의 등장은, 인간 자신의 고유성을 촉진하는 쪽으로 진화할 것을 인류에게 요구한다.


인공지능과 인간지능이 공진화하는 시대에 '인간의 고유성'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토머스 프리드먼의 「늦어서 고마워」에 중요한 실마리 하나가 나온다. '정지 또는 휴식하는 능력'이다. “기계는 정지 버튼을 누르면 멈춘다. 그러나 인간에게 정지 버튼을 누르면 무언가를 시작한다. 멈춰 서서 곰곰이 생각하고, 전제를 다시 생각하며, 무엇이 가능한지 다시 구상하고, 무엇보다 가장 깊이 간직하고 있는 믿음을 다시 연결한다. 일단 그 일을 하고 나면 더 나은 길을 재구상할 수 있다.” 하루 스물네 시간 쉬지 않고 학습하는 인공지능과 달리, 인간은 생물학적 한계 때문에 쉬지 않고는 배울 수 없다. 한때는 '사당오락' 식의 연속해서 공부하는 능력을 시험하는 문제로 엘리트를 선발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 방면으로는 인공지능이 이미 인간을 영원히 능가하므로, 아무나 인공지능과 접속할 수 있는 오늘날에는 시답잖은 능력에 지나지 않는다.


프리드먼이 보여주듯, 창조성은 인간이 본래부터 잘하기 힘든 '연속학습 능력'보다는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에 얼마만큼 민감한지, 정지 버튼 상태에서 '더 나은 길'을 발견할 수 있는지에 달린 듯하다. 인공지능의 존재를 너무 우려 섞인 시선으로 볼 필요는 없다. 인간 지능에 대한 각성을 촉발할 좋은 기회다. 계산력에서 해방된 우리는 무엇에 몰입하고, 전환의 삶을 살아갈까? 새로운 일상수행에서의 새로운 창조성과 고유성에 대한 고민을 계속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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