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울안 오피니언] 공론화에 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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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울안 오피니언] 공론화에 부쳐
  • 관리자
  • 승인 2017.11.20 20: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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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경

한울안오피니언(김선경).jpg

만일 누군가가 저에게
어디서 태어났느냐고 묻는다면,
저는
핵발전소 앞에서는 한국인이 아니라고
대답하겠습니다.


만일 누군가가 저에게
어느 나라 사람이냐고 묻는다면,
저는
송전탑 앞에서는 한국인이 아니라고 대
답하겠습니다.
지구에서 태어나고
지구라는 나라에서 자란
지구인이라고 대답하겠습니다.


만일 누군가가 저에게
어디 살 길래 그리 염려하느냐고 묻는
다면,
24개나 되는 핵발전소가
서로 옹기종기 모여 있는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언젠가 터질 사고에 대한 불안과
피폭의 위협을 느끼며 산다고 대답하
겠습니다.


만일 누군가가 저에게
전기 없이 어떻게 살 거냐고 묻는다면,
핵발전소를 통한 전기는
필요 없다고 대답하겠습니다.
태양과 바람이 만들어내는
폐기물 걱정 없는 전기를 쓰고 싶다고
대답하겠습니다.
발전소 때문에
누군가가 짓밟힐 일 없는,
안전하고 정의롭게 생산되는 전기가 필
요하다고 대답하겠습니다.


더 이상
아이들의 미래를 담보로,
할머니들의 터전을 담보로,
안전과 건강을 담보로 하는 전기는 싫
다고 대답하겠습니다.
지금을 사는
우리들의 손과 발을 묶고,
진실을 은폐하고,
사람보다 돈을 선택하게 만드는,
애썼던 모든 것들을 무기력하게 만드
는 그들이 밉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은
이 세상을 살아갈 모든 이들에게
미안하다는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습
니다.


핵발전소는 단순히
건설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핵발전소는 단순히
이익과 손실을 따지는 문제가 아닙니
다.
우리 모두는
그 동안 인류사에 있어왔던
“핵”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이야기의 시작과 끝은
절대 행복하지도,
절대로 평화적이지도
않았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한 나라의 국민이기 이전에
지구를 수호하고
생명체를 보호해야하는 의무를 지닌
지구인임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그럼 어떻게
핵발전소를 멈추게 할 거냐고
그 누군가가 물어본다면,
저는
제 곁에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싸우고 있는 동지들과 함께
더 많은 동지들을 만들어서,
저 멀리 세계 곳곳에서 탈핵을 외치는
친구들과 함께
즐겁게 연대하고 싸울 것이라고,
대한민국을 넘어서서
지구상에 모든 핵이 존재하지 않는 그
날까지
포기하지 않겠노라고 대답하겠습니다.


* 김선경 씨는 전주 남부시장 청년몰 책방 '토닥토닥'을 운영하고 있으며, 전북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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