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울안 오피니언] 5년의 발걸음으로 다가서는 탈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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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울안 오피니언] 5년의 발걸음으로 다가서는 탈핵
  • 관리자
  • 승인 2017.12.07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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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우 교도(송천교당, 탈핵정보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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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27일 월요일은 원불교 영광·전북·광주전남교구, 영산공동체와 원불교환경연대가 생명·평화·탈핵을 염원하며 군청에서 핵발전소까지 걷기 시작해 어느덧 5년이 된 날이다. 험난한 22km 순례길에 참가한 인원은 총 3천 명이 넘고 262회 걸음을 짚어보니 5천7백km가 넘는다.


순례의 마무리는 서로 사배하고 기도로 끝낸다. 이 날은 한빛원자력본부장에게 발전소 중단을 촉구하는 편지를 전달키로 했다. 편지 전달을 알렸는데 아무도 받으러 나오지를 않았다. 평소와 다름없는 순례였고 직원 누구에게든 전하고 가겠다는데 나오지를 않아 들어가려고 하니 문을 잠그고 경찰을 출동시켰다. 5년을 지속한 탈핵순례단의 편지 의사를 무시하면서 경찰을 부르는 과민반응에 순례단은 정문 앞에 주저앉았다.


지진이 왕성해진 시기에 더 무서운 핵발전소 구조 문제며 후쿠시마 참사 이후 시작한 순례의 의의와 정당성등을 역설하고 편지조차 거절하는 한수원 한빛본부를 성토했다. 한 시간 반이나 지나서야 지역주민 대응팀장이라는 이가 순례단 편지를 받겠다고 나왔다.


오로지 생명을 수호하고 평화를 추구하며 탈핵을 촉구하며 5년을 걸었다. 핵발전소는 지구를 오염시키고 생명을 가장 위협한다. 핵발전소 사고를 막는 가장 빠른 길은 가동 중단이다. 특히 영광한빛핵발전소는 건설 당시부터 최근까지 어이없고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사건사고의 연속이었다. 늘 냉각수 상실을 유념해야할 증기발생기에 망치가 들어 있어도, 방사능 누출사고가 나도 잘 지켜준다던 격납건물에 구멍이 나도 모르고 있고, 어떻게 잘 지었다는 핵발전소 콘크리트 벽이 떨어져 나가느냐고 추궁했다. 내진 설계 운운하고 암반 위에 지었으니 튼튼하다고 선전하지만 땅이 갈라지고 꺼지는 지진 앞에 내진 설계는 무색해지고 암반 자체가 깨지면서 땅이 흔들리는 게 지진임을 강조했다.

한울안오피니언(김신우).jpg

원자로 건물과 배관으로 연결된 터빈건물은 더욱 지진에 취약하고 특히 답도 없이 쌓여만 가는 폐 핵연료 문제를 어찌할 것인가 추궁하며, 안전할 때 멈추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용기이니 은혜 속에 사는 모든 생명의 이름으로 핵발전소 폐쇄를 촉구한다는 내용으로 편지를 마무리했다.


탈핵순례 5주년을 맞아 원불교 탈핵운동을 돌아보고 방향을 모색하는 집담회도 가졌다. 3인 탈핵토크의 강해윤·김성근 교무님과 '야생초 편지'의 황대권 님, 지난 주 강연하신 김선명 교무님과 이선조 영광교구장님을 비롯해 순례를 거의 빠뜨리지 않는 오광선 교무님 등 여러 교무님이 참가하셨다. 영광탈핵운동의 핵심 주민 분들로 인해 집담회는 더 풍성했다.


핵 폐기장 반대투쟁 중 37일간의 단식을 감행하던 얘기며, 원불교 탈핵운동을 효율적으로 확산하기 위한 방안으로 거리 선전전을 더 주문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탈핵을 둘러싼 얘기들은 한 분 한 분이 몇 시간이라도 모자랄 사연들을 품고 있는데 압축해서 듣기엔 아쉬움이 컸다.


작년에 열반하신 원불교 환경운동의 선구자 김현 교무님은 핵무기에 못지않은 핵발전소 폐해를 간파하시고 “북한 핵도 남한 핵도 안 된다. 세계 어디에도 핵은 안 된다”고 설파하셨다고 한다. 1986년 체르노빌 참사가 발생했지만 군사독재 정부시절이라 뉴스가 제한되었다. 엄혹한 시절 반핵을 역설하신 김현 교무님은 예언자적 성찰로 원불교 반핵운동의 길을 펼치셨음을 새삼 되새겨주셨다.


이선조 교무님은 “어떤 방법이든 환경과 평화와 통일을 추구해야 한다. 우리는 구도인, 원만인, 개벽인, 조화인이다. 이 안에 생명과 평화도 있다. 영광교구는 월요일이면 탈핵순례가 주 업무이다. 5년간의 공덕이 사라지지 않도록 순례는 이어져야 한다. 우리가 동포를 대신하여 탈핵 운동을 한다는 생각을 갖고 계속 공부하고 교화해가야 한다”는 마무리 말씀으로 집담회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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