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퍼즐처럼 맞춰지는 가족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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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퍼즐처럼 맞춰지는 가족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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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12.0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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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요, 유행가」(37) ㅣ 조휴정 PD(KBS1 라디오 PD, '함께하는 저녁길, 정은아입니다' 연출)

이승환의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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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나중에 자식 키워봐라” 돌아가신 어머니는 저에게 서운할 때마다 깊이 한탄하시곤 했습니다. 엄마와의 작은 의견 차이에도 왜 그렇게 내 고집만 부렸는지 길을 걷다가도 눈물이 핑 돕니다.


엄마는 얼마나 억울했을까요. 이제 엄마 노릇 30년째, 한 가지 일을 30년 했으면 장인의 반열에 오를 텐데 엄마 역할은 여전히 어렵습니다. 저에 비하면 속이 깊고 착한 아들인데도 가끔씩 미운 말을 하면 “너도 나중에 자식 키워봐라” 라시던 엄마의 슬픈 표정이 떠올라 짓는 대로 받는구나 싶습니다. 세월은 화살처럼 흘러 아들의 결혼을 앞둔 요즘, 새삼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도 나고 시부모님도 달리 보입니다. 이렇게 행복한 적이 없었다며 결혼을 향해 달려가는 아들을 보며 30년 키운 아들에 대해 1년도 안된 며느리가 나보다 더 많이 알고 모든 것을 짝에게만 맞추는 상황을 시부모님은 어떻게 담담하게 받아들이셨을까요.


저희 부모님 역시 돈 한 푼 없이 결혼 하겠다던 철없는 딸을 단 한 번도 야단치지 않으시고 어떻게든 힘이 되어주셨는데 돌이킬 수 없는 죄송함에 마음이 울컥해집니다. 이제는 드라마를 봐도 시어머니 입장도 보이고 남의 집 가정 사를 들어도 입체적으로 갈등의 요인들이 이해됩니다.


'가족', 그 소중하고 부담스럽고 절절하고 지긋지긋하고 절대적인 사랑의 관계. 내가 살아가는 이유이자 내 발목을 붙잡는 사슬이자, 내 목숨만큼 사랑하는 사람들. 이승환의 '가족(이승환·이지은 작사, 이승환·유희열 작곡)'을 저는 처음으로 챙겨 들어봅니다.


“때로는 짐이 되기도 했었죠. 많은 기대와 실망 때문에. 늘 곁에 있으니 늘 벗어나고도 싶고. 어떡해야 내가 부모님의 맘에 들 수가 있을지 모르고 사랑하는 나의 마음들을 그냥 말하고 싶지만 어색하기만 하죠.”


부모님 마음뿐 아니라 예전 제 생각이 나면서 자식들 마음도 헤아려봅니다. 부모님의 희생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지금 형편에 내가 무리하고 있다는 것도 알면서 표현하지 못 하는걸 겁니다. 정말 부모님을 사랑하는데, 나중에 꼭 부모님께 잘하고 싶은데 어색해서 표현하지 못하는 거겠죠? 남들한테는 그렇게 다정하면서, 남들한테는 싫은 소리 한마디 못하면서 '가족'이기에 긴장이 풀리고 세상에 지쳐 그냥 투정을 좀 부리는 거겠죠?


“가족이어도 알 수 없는 얘기. 따로 돌아누운 외로움이 슬프기만 해요. 아무 이유도 없는데 심술궂게 굴던 나를 위해 항상 참아주던 나의 형제들”


가사가 한 줄 한 줄 아프게 다가옵니다. 어느 날부터 저도 아들에게 “너도 나중에 자식 키워봐라”라고 말하지만 우리는 영원히 '가족'이라는 이름 앞에서는 미숙한 존재일겁니다.


이승환. 1965년생이니 거의 같은 세대인데 '어린왕자'라는 별명 때문일까요, 최강동안에 최첨단 퍼포먼스 때문일까요, 왠지 한 세대 아래에 가까운 가수라는 느낌이었습니다. 오히려 세상일에 소신발언을 하는 개인 이승환이 더 크고 매력적으로보였었는데 '천일동안', '제리 제리 고고', '덩크슛'은 정말 좋아했습니다. '가족'도 들을수록 울림이 깊습니다. 마음에 없는 말로 서로에게 상처를 내고 다시는 잘해주나 봐라, 마음의 문을 닫다가도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아니 그저 문득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다 풀려버리는 내 사랑하는 가족.


“사랑해요 우리, 고마워요 모두. 지금껏 날 지켜준 사랑. 행복해야 해요. 아픔 없는 곳에 영원히 함께여야 해요”마지막 가사야말로 우리가 가족들에게 늘 하고 싶은 말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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