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울안 오피니언] 함께했던 '1335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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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울안 오피니언] 함께했던 '1335일’ (1)
  • 관리자
  • 승인 2017.12.19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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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은 교도(영등포교당, 세월호를 기억하는 원불교인들의 모임 대표)

한울안오피니언(이해은).jpg

이것은,

국가가
국민을

구조하지 않은
'사건'이다.


이것은 마지막 기회다.
아무리 힘들고 고통스러워도 우리는 눈을 떠야 한다.


우리가 눈을 뜨지 않으면
끝내 눈을 감지 못할 아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어느 책에선가 소설가 박민규님이 쓴 글입니다.


'세월호'이 단어 하나가 너무 많은 이들을 아프게 합니다. 이 하나의 단어가 품고 있는 아픔을 2014년 4월 16일, 그 날 이전에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요? 온 국민의 슬픔, 혼란. 1300일이 훨씬 지난 지금 까지도 해결되지 않고, 밝혀지지 않은 수많은 문제들까지.단순히 사고로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운 죽음을 맞은 것 때문만이 아니라, '내가 사는 이 나라가 뭔가 잘못된 것이 있는 줄은 알았지만 그렇게까지 말도 안 되게 망가져있었을 줄' 상상도 못했기에 더 많이 아픕니다.

세월호의 비극은 우연히 발생한 하나의 사고라기보다는 잘못된 한국사회를 바꿔내라는 저 심연으로부터 울려온 사은의 깊은 울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느새 지나온 3년 7개월 - 함께 해서 외롭지 않았고, 함께 라서 올 수 있었습니다. 자식을 키우는 어미의 심정으로 세월호 유가족들과 함께 하겠다고 광화문광장에서 단식도 하고, 안산으로, 목포로 뛰어다니던 중에 '세월호를 기억하는 원불교인들의 모임'의 마중물이 된 것은 원불교 환경연대였습니다.


지금은 공사 중이라 펜스로 다 가려져있지만 봄꽃이 예쁘게 피어나던 흑석동 서울회관 입구에 작은 바람개비와 리본으로 장식한 세월호 기도공원을 만들고, 매일 오후에 기도를 시작했습니다. 흑석동에서 시작한 기도는 광화문광장에 만들어진 세월호 천막으로 옮겨왔고, 다들 각자의 일터에서 짬을 내어 기도당번을 조직하고 주변의 교도님들과 교무님들께 함께 기도하자는 연락을 하고 기다렸다는 듯 매일 수십 명에서 최소한 몇 명이라도 함께 기도하는 날들이 이어졌습니다.


노란 우산과 노란리본으로 기도 터를 장식하며, 세월호 가족들이 집회를 하면 함께 했고, 단식을 하면 또 함께 단식을 이어갔습니다. 많은 교무님들과 교도님들이 릴레이로 단식을 이어갔고, 단식에 참여하지 못하는 분은 단식 기도비를 보내주시기도 했습니다.


그해 8월 말부터 겨울까지 가족들이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노숙을 할 때엔 '따신 밥 한 끼 공양'을 위해 일주일에 두 번씩 서울과 경인교구 교당들 돌아가며 아침밥을 해서 길거리에서 잠을 자고 생활하는 가족들의 외로운 싸움을 따뜻한 정으로 함께 녹였습니다. 따신 밥 한 끼 공양을 하면서 각 교당의 큰손언니님들의 따뜻한 마음들도 만나는 과외소득도 얻었지요. 이때 만난 큰언니 교도님들은 지금까지 여전히 따뜻하게 저희들을 챙겨주십니다.


잘못된 정권이 무늬만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한 법을 만들고 엉터리 시행령을 만들었을 때엔 시행령 폐지를 위한 삼보일배도 함께 했습니다. 비가 쏟아지는 중에도 천여 명이 모여 5개 종단이 함께하는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기도회도 했었지요.참사 1주기가 되던 2015년 4월에는 세월호를 잊지 말자는 '기억순례'의 이름으로 총부에서 팽목항까지 도보순례도 했습니다. 매일 저녁에 닿는 교당에서 참사의 희생자들을 위한 특별 천도재를 올리고 미수습자들을 위한 기도를 올렸습니다.


매일 저녁 6시 광화문광장에서 올리던 기도는 2015년이 되면서 매주 목요일 저녁 기도회로 정례화 하였습니다. 심경화 교도님이 교무님들께 돌아가며 주례를 해주십사 매주 연락을 드리고, 밴드를 통해 소식을 접한 교도님들이 함께 해주셔서 150회의 목요일 기도는 명절에도, 태풍이나 한파 속에서도 끊이지 않고 이어질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직장에서도, 집안에서도 목요일에는 제가 절대 시간을 뺄 수 없다는 것을 기억할 정도가 되었습니다.세 번의 설날과 네 번의 추석을 광화문 세월호 광장에서 가족들과 함께 합동차례를 지내고 떡국과 다과를 나누며, 세월호 희생영령을 위로하는 기도에서부터 진상규명을 위한 기도, 더 나아가 안전사회를 위한 변화를 모색하는 단계까지 함께 울고 웃으며 왔습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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