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세 교도(수원교당)
그리 늦지 않은 시간에 도착한
땅 끝 마을에는
설레이는 피로감에 흐뭇했다.
반가이 맞이하는 민박집 주인장은
하얀 쟁반 위에 전복과 문어를
데리고 나와
바다 소식을 들려주었고
인사도 없는 소주 두 놈은 괘씸죄로
잡아 재꼈다
따뜻한 햇살과 땅끝 앞바다 산책길
출렁이는 땅끝 앞바다는
이 땅에 모든 고통을 알고 있으리라
파도를 타고 달려온 가을 바람이
아무 말 하지 말라고 바다의 소리를
들려주었다
바다 소리를 듣지 못하고
언덕길을 올라온 딸들의 푸념과
땅끝 바다를 팔 가득 담은
마누라의 야호 소리에서
이 땅의 희망을 보았다
산책 내내 땅끝 바다는
아무 말이 없었고
등 뒤를 쫓아오는
가을 햇살이 따뜻하게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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