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림산책] 종교인이 왜 세금을 내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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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림산책] 종교인이 왜 세금을 내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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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12.19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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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교무의 ‘유림산책’(儒林散策) ⑥ | 박세웅 교무(북경대 철학박사)

박 교무의 유림산책(새연재-옛날대종경자리에).jpg

2018년 1월 1일부터 종교인 과세가 시행된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종교인에 대한 비과세는 일종의 관행으로 유지되어왔다. 이러한 관행이 생긴 이유를 두고 어느 종교단체에서는 '종교인들의 사회적 역할과 그 활동에 대한 배려 차원'이라고 주장하며, 종교인이 왜 세금을 내야 하는지 반문한다.


이 말에 일부는 동의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안타깝게도 일반사람들의 비웃음을 사기도 한다. 세상 사람을 걱정해야할 종교인이 도리어 세상 사람으로부터 걱정을 받고 있으니 말이다. 아마도 종교인이 그동안 본연의 임무를 벗어나 정치적으로 변했거나 혹은 이해관계를 따라 정치권력에 깊게 관여한 것에서도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으리라.


유학의 궁극적인 목적은 '내성외왕'(內聖外王)이다. 안으로는 성인되고 밖으로는 지도자의 덕을 갖춘다는 뜻으로 우리의 성불제중(成佛濟衆)과도 서로 통한다. 혹자는 '외왕'을 정치적인 의미로 해석하여 유학을 정치철학으로 규정하려고 한다. 물론 치국(治國)과 평천하(平天下)를 말하는 「대학」만을 보더라도 그러한 요소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공자도 과연 그렇게 생각하였는지 아니면 그 사람들이 공자를 그렇게 이용하여 왔는지는 생각해볼 문제이다.


노나라 정공(定公) 초년에 어떤 사람이 벼슬을 하고 있지 않던 공자에게 “선생께서는 어찌하여 정사(政事)를 하지 않으십니까?”하고 물어보자 공자는 “「서경」에 효에 대해서 말하였는데 '효 하며 형제간에 우애하여 정사에 베푼다.'고 하였으니, 이 또한 정사를 하는것입니다. 어찌 지위에 있어야만 정사를 하는 것이 되겠습니까?”(「논어」, 위정)하고 답한다.


원불교에도 이와 유사한 일화가 있다. 어느 날 한 정치인이 정산종사에게 찾아와 정당에도 참여하고 민족 운동도 일으켜서 건국에 힘써달라고 부탁한다. 이에 정산종사는 정치가는 무슨 방법으로든지 그 정치를 잘 하는 데에 주력하고, 종교가는 무슨 방법으로든지 그 국민을 교화하는 데에 주력하여 그 합력으로써 한 가지 나라를 건설하는 것이라고 답한다. 더불어 앞으로는 종교의 교화를 잘 받은 사람이라야 훌륭한 정치가가 될 것이라고 말씀한다.


공자와 정산종사 두 성인의 말씀에 따르면, 종교는 정치에 직접 관여하는 것이 아니라 도덕으로써 정치를 선도하여 가는 것으로, 도덕은 정치의 바탕[體]이되고 정치는 도덕의 쓰임[用]이 되는 것이다. 대종사는 “종교와 정치는 한 가정에 자모(慈母)와 엄부(嚴父)같나니 종교는 도덕에 근원하여 사람의 마음을 가르쳐 죄를 짓기 전에 미리 방지하고 복을 짓게 하는 법이요, 정치는 법률에 근원하여 일의 결과를 보아서 상과 벌을 베푸는 법이라, (중략)창생의 행과 불행은 곧 종교와 정치의 활용 여하에 달려 있는지라 제생 의세를 목적하는 우리의 책임이 어찌 중하지 않겠는가.” 말하며, '정교동심(政敎同心)'의 대의를 밝혔다.


정교동심을 잘못 이해하여 종교가 정치를 선도한다고 해서 그 본래 목적을 잊어버리고 정치에 휘말리게 되면 더 어둡고 혼탁해지기 쉬운 것이라고 경계한 대산종사의 말씀이 떠오른다. 밖에서 우리를 좌냐 우냐 정치적으로 판단하고자 하는 것은 종교의 대의를 놓친것이다. 또는 안에서 우리가 그러한 판단에 따라 경거망동하는 것은 종교의 본분을 놓친 것이다. 오로지 사심 없는 무아봉공의 심법을 갖추어서 나와 더불어 모두가 그러한 심법으로 살게 하는것이 종교인의 본분일 것이다. 문제는 종교세를 내고 안 내고에 있지 않다. 그보다 더 본질적인 문제는 '이 말'이 우리들의 '입'에서가 아니라 그들의 '가슴'에서 우러나오게 되는 날이 과연 올 것인지 안 올 것인지에 달려있다.


“종교인이 왜 세금을 내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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