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성(自性)의 혜광(慧光)이 나타나는 것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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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성(自性)의 혜광(慧光)이 나타나는 것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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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1.05 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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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 처음 만나는 명상(25) ㅣ 박대성 교무(본지 편집장, 길용선원 지도교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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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은 본래 무명(無明)인지라 자성의 혜광(慧光)을 따라 반드시 없어지나니”라고 대종사님은「참회문」에 말씀하고 계십니다. 선을 통해 우리는 삶을 속박하고 있는 많은 부정적인 요소들이 사라지게 됩니다.


이때 주의할 것은 그 부정적인 것을 하나하나 일일이 찾아서 제거해야 하는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사로잡혀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지혜가 밝아질 경우 무지(無知)는 단박에 제거 됩니다. 그것은 밝은 불빛을 켜는 순간 어둠은 싸우지 않아도 저절로 사라지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이렇게 지혜의 빛이 어둠을 몰아내고 속박된 몸과 마음이 참 자유를 얻게됩니다. 빗으로 헝클어진 머리를 단정히 쓸어내듯이 선은 마음을 단정하게 만드는 기술입니다. 이때 생겨난 지혜는 복잡한 내 마음 문제와 인간관계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하도록 만듭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선(禪)의 일화가 바로 달마대사로부터 전해내려 오는 심인(心印)법을 계승한 육조 혜능(六祖 慧能 638~713)의 이야기입니다.


지금은 중국의 광저우 근처인 신주(新州)라는 시골 출신으로 아버지는 일찍 돌아가시고 나무를 해서 홀어머니를 봉양하던 까막눈의 총각인 혜능은 우연히 「금강경」의 '응무소주 이생기심(應無所 住而生其心, 응하여도 머무는 바 없이 그 마음을 내라)'의 구절을 듣고 곧바로 불법에 귀의하기로 결심합니다.


곧바로 풍무산에서 가르침을 펴고 있는 오조 홍인(五祖弘忍) 대사를 찾아 행자로 8개월간 허드렛일을 했습니다. 홍인은 혜능을 떠보려고 했는지 “신주땅 오랑캐가 어떻게 부처가 되려고 하는가?”라고 물었고, 이에 혜능은 “사람이야 남북이 있지만, 불성에 어찌 남북이 있습니까?”라고 당차게 받아칩니다. 금강경의 한 구절로 자성의 차별 없는 자리를 봤으니 곧바로 고하(高下)가 없는 지혜가 나오는 것입니다. 그러나 제가 정말 좋아하는 장면은 바로 다음입니다.


홍인 대사가 자신의 법을 전하기 위해 제자들에게 게송(偈頌)을 지어 오게 했는데 수제자인 신수(神受)가 지을 것이라 생각하고 다들 아무도 나서지 않았습니다. 신수는 스승 앞에 바로 서지는 못하고 법당 벽에 “몸은 보리의 나무요(身是菩提樹) 마음은 밝은 거울과 같나니(心如明鏡臺) 때때로 부지런히 털고 닦아서(時時勤拂拭) 티끌과 먼지 묻지 않게 하라(莫使有塵埃)” 적어 놓고 돌아섭니다. 아직 투철한 확신이 서 있지는 않았던 것입니다.


홍인은 이 게송을 보고는 “이대로 수행하면 큰 죄는 짓지 않을 것이다. 다만 문턱을 넘지는 못했다”고 평했습니다. 문맹(文盲)인 혜능은 신수의 게송을 읽어달라고 옆에 있던 동자승에게 부탁하고 자신도 한 게송을 지을 테니 벽에 적어달라고 합니다. 그 게송이 바로 유명한 “보리는 본래 나무가 없고(菩提本無樹) 밝은 거울 또한 틀이 아니네(明鏡亦非臺) 본래 한 물건도 없으니(本來無一物) 어느 곳에 티끌과 먼지가 있으리요(何處有塵埃)”입니다.


이후 혜능은 우여곡절을 거치면서 스승인 홍인의 법을 이어받아 중국 선종(禪宗)의 6대 조사(祖師)가 됩니다. 그 과정에서 목숨을 잃을 위기도 있었지만 지혜의 빛은 꺼짐이 없었습니다. 자성의 혜광이 태양보다 밝게 비춘 것입니다. 저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이 이야기에 크게 매혹되어 원불교학과 1학년에 재학 중이던 당시에 육조대사의 유적지를 배낭을 메고 누볐던 기억이 여전히 생생히 남아있습니다.


선은 우리 마음(自性)에 요란함, 어리석음, 그름을 제거하라고 가르치는 것이 아닙니다. 본래 그런 것은 본래 없다고 가르치는 것이 선입니다. 그래서 혜능대사가 말씀하신 “심지무란자성정(心地無亂自性定, 심지에 요란함이 없는 것이 자성의 '정'이요) 심지무치자성혜(心地無痴自性慧), 심지에 어리석음이 없는 것이 자성의 '혜'요) 심지무비자성계(心地無非自性戒, 심지의 그릇됨이 없는 것이 자성의'계'다)”의 「육조단경」법문은 '일상수행의 요법 1·2·3조에 그대로 남아 우리에게도 수행의 표본으로 전해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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