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락을 수용하는 것이요 - 영화 ‘신과 함께’의 원불교적 해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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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락을 수용하는 것이요 - 영화 ‘신과 함께’의 원불교적 해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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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1.22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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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 처음 만나는 명상(26) ㅣ 박대성 교무(본지 편집장, 길용선원 지도교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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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는 특정한 장소나 공간에 극락이나 천국이 건설되어 있다고 가르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극락과 지옥은 다른곳이 아니라 내 마음의 기쁨과 고통이 만들어내는 일종의 심리적 현상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래서 대종사님께서는 “네 마음이 죄복(罪福)과 고락(苦樂)을 초월한 자리에 그쳐 있으면 그 자리가 곧 극락(대종경 변의품 10장)”이라고 하십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은 절반의 기쁨과 절반의 고통으로 구성된 곳입니다. 적당한 고통과 적당한 기쁨이 있으므로 마음공부의 가장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습니다. 세상의 기쁨이나 고통은 영원하지 않고 일시적인 것이 대부분입니다. 이러한 이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바로 마음속에다 극락을 수용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고와 낙을 초월한 자리를 극락이라 이르나니라(대종경 성리품 3장)”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최근에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에 성공한 영화 '신과 함께'는 불교와 죽음 그리고 효(孝)라고 하는 전통적인 키워드를 현대적으로 해석해 많은 관객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에게도 익숙한 사후 49일 간 영혼이 머무르게 되는 중음(中陰)의 개념은 영화에서도 그대로 엿볼 수 있습니다.


불교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명부(冥府) 라고도 불리는 곳에서 49일 동안 7명의 대왕을 만나 7번의 심판을 받는다고 합니다. 이때의 판결 내용에 따라 육도로 윤회를 하게 된다는 것이 일반적으로 알려진 극락과 지옥에 관한 불교적 입장입니다. 사실 이러한 사상은 불교 교리와 힌두교와 도교 그리고 무속 등 민간신앙이 뒤섞인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자세히 설명하기 어렵지만 영화가 동명의 웹툰을 기반으로 했기에 전반적인 이해는 가능할 것 같습니다. 주인공 김자홍은 이생에서 큰 불효를 저지를 뻔했다는 죄스러움으로 집을 나오게 됩니다. 이후 소방관이 되어 이타적인 삶을 살던 그는 저승에서도 '귀인(貴人)'으로 판결을 받지만 죄책감이라는 이름으로 마음속에 자리 잡은 강한 집착은 죽음 앞에서도 해결되지 않습니다.


이후 김자홍은 저승 삼차사로 불리는 일종의 '변호사'들과 함께 지옥세계를 넘나들며 저승 대왕들의 판결을 순차적으로 받게 됩니다. 위기의 순간이 매번 찾아오지만 전생에 쌓은 선업(善業)과 삼차사의 노력(원불교식으로 해석한다면 이승과 저승을 자유롭게 다니는 '강림차사 강림도령'은 수양력으로, 말보다 행동파인 '일직차사 해원맥'은 취사력으로, 다음 지옥의 기소내용을 미리 알 수 있는 능력과 변호의 재능을 가진 '월직차사 이덕춘'은 연구력으로 비유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으로 수월하게 넘어갑니다.


그러나 “만일 마음 가운데 원진을 풀지 못하면 그것이 내생의 악한 인과의 종자가 되나니라(대종경 천도품 3장)”고 하신 대종사님의 말씀대로 지극히 선량했던 김자홍이지만 풀지 못한 업력은 그의 발목을 지옥 문턱까지 끌어당깁니다. 그뿐 아니라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자홍의 동생 김수홍, 관심병사, 소대장 그리고 하다못해 저승 삼차사 까지도) 모두가 인연에서 오는 강한 집착과 탐착으로 가슴 아파하고 괴로움 속에서 지옥 생활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바로 우리들의 또 다른 모습이기도 한 것입니다.


영화 '신과 함께'는 우리의 마음속에서 하루에도 수십 번 오르락내리락 하며 생생하게 작용하는 이승과 저승, 극락과 지옥, 육도의 세계를 그대로 드러내 보이는 한 편의 설법입니다. 그리고 그 결론은 염라대왕의 명사대인 “이승에서 이미 진심으로 용서받은 내용은 저승에서 다루지 않는다”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살아서 수용하지 못할 극락이라면 죽어서 가게 될 극락 역시 존재하지 않을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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