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울안이 만난 사람 | 미래의 원불교, 콘텐츠로 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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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울안이 만난 사람 | 미래의 원불교, 콘텐츠로 승부한다
  • 관리자
  • 승인 2018.02.12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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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스러운 중절모와 단아 한 한복, 그를 스쳐 지나가 는 사람들은 누구라도 한 번 뒤돌아 바라보게 만드는 국 내 최고의 차(茶) 전문가 이 진수 교무에게 원불교 문화 의 미래를 물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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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성 편집장(이하 박) : 이진수 교무하면 차와 단아한 한복이 떠오릅니다. 어떤 인연으로 이런 길에 들어서게 됐는지?

이진수 교무(이하 이) : 처음 일본인이 미국동부의 교육도시 보스턴에 가서 다도(茶道)와 선(禪)을 전파했습니다. 이것을 계기로 지금도 일본불교가 미국에 탄탄하게 자리 잡게 됐습니다. 흔히들 차는 격식 없이 아무렇게나 마시면 된다고 생각하는데 그들은 '선을 하지 않고 어떻게 다도를 하는가?'라며 반문합니다.

저희 부친이 늘 의관을 정재하고 절제된 모습을 갖추라고 하셨고, 모친을 따라 절에 다니면서 불교문화를 받아들이게 됐습니다. 어린 시절 청바지를 입고 싶었는데 어머니가 한복 천을 가져다가 옷을 지어서 입히셨죠.

지금과 달리 예전에는 선비들이 주로 차를 마셨습니다. 다산 정약용 선생이 강진에 유배를 와서 이유회, 이강회 등 18명의 제자들과 '다신계(茶信契)'라는 모임을 만들어 매년 청명과 한식날에 모여 차를 만들고 시를 짓는 격조 높은 문화적 모임을 연례행사로 했었습니다. 제가 이 다신계와 관련된 집안 선대 어른에 대한 논문을 쓰기도 했습니다.

출가를 해서 보니까 일반인들과 함께할 수 있는 콘텐츠가 없었습니다. 국가적으로도 많은 축제가 있지만 그냥 장터에 불과합니다. 일본의 마츠리(祭,축제)와 비교해 보면 부끄러울 정도죠. 이를 극복해 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지리산 마천에 선방을 짓고 평생 수행 해야겠다는 염원이 있어서 앞으로 나포리 서울선방에서는 선차와 향도(香道)를 가르치려고 합니다. '차(茶)심리상담사'민간자격증을 줄 수 있도록 계획 중입니다.


: 차를 통한 문화적 경쟁력이 있다면 무엇을 들 수 있을까요?


: 대전 국립현충원에 10년 정도 노력을 해서 '헌다례(獻茶禮)'를 돌아가신 호국영령들에게 올리고 있습니다. 서울 동작동 현충원에도 현충일 헌다례를 올릴 수 있도록 요청중에 있습니다. 5·18 희생영령을 위한 헌다도 올려야죠. 이제 원불교가 국가적 차 문화를 선도할 수 있게 된 겁니다. 절에서는 육법공양이라고 밥, 과일, 향, 꽃, 차를 부처님께 올리는데 이제는 하는 곳이 없습니다. 원불교는 헌향(獻香), 헌촉(獻燭), 헌다(獻茶), 헌화(獻花)인데 이제 우리는 이런 문화적 경쟁력을 갖추게 됐습니다. 바로 이것이 생활문화의 콘텐츠입니다.

영국의 차 문화는 왕실의 문화로 빅토리아 여왕시절부터 자리를 잡게 됐습니다. 인도 아삼티와 스리랑카 실론티를 우유와 함께 블랜딩(Blending)해서 밀크티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이 모든 영연방의 상징이 됐고 왕실의 브랜드가 된겁니다.


: 앞으로의 꿈이 있으시다면


: 제가 군산 나포리에 자리를 잡을 때 일본의 청수사(靑水寺)를 모델로 삼았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절 아래에는 식당이나 가게 등이 무질서하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의 경우 신도들이 절에서 의식주를 해결하고 동시에 신앙과 수행을 하는 프로그램이 활발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서울 강남에 위치해 있는 북 카페와 소극장을 갖춘 능인선원과 구룡사를 보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저도 다도 전파와 선방 건립을 통해 제 인생을 건 절반의 서원을 이제 막 출발하고자 합니다. 이런 일이 현실로 다가오는 것이 저에게는 엄청난 기적입니다. 종교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멀어지는 시대지만, 차(茶)와 선(禪)을 통해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개발해 대중화시키고, 대종사님의 교법을 일반인에게 전하는 것이 제 사명입니다. 또 하나의 꿈은 앞으로 전국에 홍차 가게 100개를 만드는 것이 소망입니다. 일본의 경우처럼 우리도 교도들이 교당 가까이에서 살고 의식주를 해결하도록 해야 합니다. 교당에서 홍차가게를 해서 교도의 평생 일자리를 만들어줘야 하는 데 그 홍차가게는 카페 외에도 티 아카데미 교육장, 상설 갤러리, 전시장 등 고급 마케팅으로도 가능하지 않을까 고민 중입니다. 이제 미래의 원불교는 콘텐츠로 승부를 봐야합니다.

(끝)

이진수 교무는 원광대학교에서 박사를 마치고 현재는 나포리교당 주임교무, 사단법인 국제차문화교류협력재단 총재, 사단법인 한국복식과학재단 총재, 사단법인 국제선 · 명상문화재단 총재, 국제차문화학회 회장, 대구 세계차문화대회 대회장, 주식회사 CAFE KOREA 대표이사, 원광디지털대학교 교수로 근무중이다.

저서로는 「차의이해」, 「찻자리미학」, 「차와품평」, 「홍차재배원론」, 「찻잎속의차」, 「찻잎속의 과학」, 「한권으로 이해하는 중국차문화」, 「홍차강의」, 「차치료입문」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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