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울안 오피니언 | 왜 집을 짓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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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울안 오피니언 | 왜 집을 짓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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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2.26 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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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덕 교무 (원불교소태산기념관 건축추진위원회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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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성이라는 말이 유행어가 되기 훨씬 이전에 일본의 건축가 '반 시게루'는 이미 생태학적인 건물 소재인 마분지관과 종이로 실험을 시작했다. 그의 주목할 만한 건축물들은 아이티, 르완다 인종 대학살 또는 동일본 지진과 같이 자연 재해로 모든 것을 잃은 사람들을 돕기 위한 임시 주거지를 위해 설계되었다. 그는 디자인이 사회에서 가져야 하는 책임감에 대해 고민하고 실행에 옮긴 건축가다 . 비영리단체인 ' VAN(Voluntary Architects Network)'을 설립하여 20년간 일본과 터키, 중국, 아이티, 필리핀 등 각종 재난현장을 돌며 난민수용소와 이재민을 위한 종이집을 지어 재난건축 분야의 길을 걸어왔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건축계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 상을 수상한 그는 “단순히 자연 재해 뿐만 아니라 인간이 만든 재해의 문제가 커지고 있다”면서 “지진이 사람들을 죽게 만든 것이 아니라 빌딩이 붕괴돼서 사람들이 죽는다. 이는 건축가들의 책임이다. 라고 이야기했다.


소통하기위해 집을 짓는다. 1990년대 한국사회에서 집을 짓는 이유는 잘 팔리는 집이었고, 2000년대에는 싸고 좋은 집이었다. 다시 말하면 이익을 남기려는 인간의 탐욕이 중심이었다. 그 결과는 수많은 아토피 환자를 만들었고 백화점과 다리가 무너지는 인재의 연속이었다. 이러한 경험적 성찰과 피로감을 통해 현재는 건강한 집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더 나아가서 미래에는 나를 보호하는 치유의 공간으로서 집이 될 것이라고 생태건축가 품건축 김영만 대표이사는 말한다. “닫힌 공간이 아닌 마당이 있어 주민과 소통이 이뤄지는 공간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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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란한 알림 간판이 중심이 아닌 여백의 쉼표가 있는 건물외벽을 그려본다. 기도가 저절로 되어지는 햇살이 있는 법당과 몸이 닿는 곳, 마음이 머무는 곳마다 기대어 명상하는 사람들을 떠올리며 몸과 마음이 치유되는 살아있는 집이 될 것이다.


오케스트라처럼 집을 짓는다. '왜 짓는가'의 첫 번째 물음의 이음인 '어떻게 지을 것인가'의 두 번째 대답은 '건축은 과학이다'라는 명제에서 알 수 있듯이 빈틈없는 치열한 현실이다. 철근 한 조각, 시멘트 한 포, 흙 한 줌 있어야 할 자리에 정확하게 자리하는 이유가 있다. 일념 적공의 건축주가 되고 설계팀, 시공사, 감리와 감독 더불어 노동자 한 분 한 분이 오케스트라의 하모니 같은 공감과 행복한 역할 분담으로 신바람을 일으키는 사명의 연속이어야 할 것이다.

건축가, 사회적 책임을 고민하라. 나는 건축가들에게 실망했었다. 건축가들이 돈과 권력을 가진 사람들을 위해 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건축주는 건축가를 고용해 기념비적인 건축물(Monument)을 만들어 보여주고자 한다.


“나는 내 경험과 지식을 단순히 특권층이 아닌 재해로 집을 잃은 사람들을 위해 쓰고 싶었다. 사람들이 좋아하고 사랑할 수 있는 건축물을 만드는 것이 건축가의 가장 큰 임무”라고 사회가 필요할 때 건축으로 답한 건축가 반 시게루. 그와 같이 사회적 책임을 고민하고 실현하는 전문가가 우리 사회에 더 많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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