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울안칼럼 | 달력, 시간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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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3.03 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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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경 교도 (서울교당, 문화콘텐츠컴퍼니 스푸마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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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 자연과 융화되어 평화롭게 살아가고자 하는 원불교의 교리를 담고 싶었다

밀레니얼 트렌드를 읽으며 다양성을 갖춘 종이 달력 - 2월이 시작되고도 며칠이 지나 묵직한 무게의 택배를 받았다. 드라마 '도깨비' 서점으로 유명해진 인천 헌책방 한미서점의 2018년 일력 달력이었다. 한미서점의 주인장이며 이 달력의 기획과 제작을 진행한 필자의 친구가 보내온 것이다. 문화관광부의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인 '꿈다락 토요문화학교'를 진행한 결과물을 베이스로 제작한 2018년 일력 달력이었다. 나무판자를 하나하나 덧대어 직접 제작한 일력을 꺼내어 넘겨보며 나도 모르게 한숨을 토해냈다.


우연하게도 필자 또한 지난해 가을 원불교소태산기념관의 탁상 달력인 '2018 일원을 담아 은혜를 짓다'를 기획·제작하였기에 범상치 않은 일력 달력을 보며 들였을 품이 한눈에 보였기 때문이다. 일력은 매일 뜯어내는 것이 묘미라지만 아아 이건 도저히 뜯어 버리지 못할 것 같다. 효율과 숫자로 채워진 달력이 아닌 이야기가 담긴 달력을 쉽게 뜯어 버리기 쉽지 않으리라.


스마트폰에 저장하는 방식의 웹 스케줄러에 밀려 종이 달력이 쓸모를 잃은 것 아닌가 싶겠지만 시장을 보면 그렇지 않다. 내 손안에서 지극히 사적으로 일정관리를 해주는 수많은 애플리케이션이 개발되고있음과 동시에 밀레니얼 세대의 트렌드를 읽어내 다양성을 갖춘 종이 달력들이 다채로운 수요층을 의식해 세분화 되어 제작되어 팔려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시간을 대표하는 아이콘, 달력 - 원불교소태산기념관 2018년 달력을 기획하며 비로소 뭉뚱그린 개념을 가지고 질문도 없이 무심하게 매일 사용해 온 '달력'에 대해서 찬찬히 들여다볼 기회를 얻었다. 인류는 달력을 언제부터 무슨 이유로 사용하기 시작했을까. 1만 년 전 농경 생활의 정착과 함께 씨는 언제 뿌려야 하는지, 홍수는 언제 또 올지 등 자연의 규칙적인 순환의 해답을 찾기 위해 해, 달, 별, 식물 등 자연현상의 관찰에서 시작되었다.


하루를 결정하는 낮과 밤, 한 달의 시작을 알리는 보름달, 한 해의 경과를 말해주는 계절의 변화 그 중 비교적 쉽게 관측 가능한 달이 최초 달력의 기준점으로 사용되었다. 인간의 시간을 대표하는 지식콘텐츠라 할 수 있는 달력을 발전시켜왔다. 문화권에 따라서 사람들은 태양을 기준으로 하는 태양력을 사용하기도 했고, 달을 기준으로 하는 태음력을 사용하기도 했다. 또 그 두 가지를 보완적으로 사용하기도 했는데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달력은 태양력에 기초한 로마 달력인 그레고리력(Gregorian calendar)에서 발전했다.


일원을 담아 은혜를 짓다 - 원불교소태산기념관 달력 콘텐츠 기획에 있어 가장 무게중심을 둔 것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자연스러운 흐름과 언어였다. 북아메리카 원주민들은 그들의 삶에 있는 풍경의 변화나 마음의 움직임을 주제로 하는 그들의 언어로 그달의 이름을 정했다. 각각의 달들은 단순한 숫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생생히 살아 움직이는 자연의 시간 그 자체다.


기념관 달력의 기획에서도 현대인들에게 익숙한 숫자와 영어로 구성된 달력 표기를 넘어서는 어떤 주목성을 느끼게 하고 싶었다. 원불교소태산기념관의 지향성을 담은 원불교의 주요사상을 우선으로 하되 원불교 밖 사회인들도 공감할 수 있는 가치 단어를 고민하며 기념관 사무국 교무님들과 함께 신중하게 논의하며 찾아나갔다.


“이소성대의 일월. 개벽의 이월, 상생상화의 삼월, 대각의 사월. 사은의 오월, 천도의 유월, 무시선의 칠월, 사무여한의 팔월, 인과보응의 구월, 평화의 시월, 적공의 십일월, 일원의 십이월”

원불교소태산기념관 2018달력은 기념관 공사개요, 역사와 설계 개념을 기본으로 담고 소태산의 창립정신과 법신불 진리, 주요사상으로 열두 달의 이름을 새로이 지었다. 진리, 자연과 융화되어 평화롭게 살아가고자 하는 원불교의 교리를 담고 싶었다. 가속페달을 밟고 달려가는 시간을 잠시 멈춰 삶의 깊은 가치를 찾아내고 때로는 침묵하며 조용히 자신을 성찰할 수 있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무시선 무처선으로 몸과 마음을 깨끗이 정화하며 원만구족한 삶을 지향하며 2018년을 보내도 계속 소장하고픈 달력으로 남아줬으면 하는 바램을 감히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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