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림산책 | 부전자전(父傳子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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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림산책 | 부전자전(父傳子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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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3.20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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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교무의 '유림산책’(儒林散策) ⑫ | 박세웅 교무(원광대학교 마음인문학연구소 HK교수)

박 교무의 유림산책(새연재-옛날대종경자리에).jpg

한동안 매스컴에서는 한 종교단체의 '세습'문제가 화제가 되었다. 일반 사람이었다면 자신의 자녀에게 무엇을 물려주던 상관없을지도 모르지만, 그들은 세상을 위해 살고자 한다는 이른바 종교인이었다. 그래서 그들의 '부전자전'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공자에게는 백어(伯魚)라는 아들이 있었다. 어느 날 진항(陳亢)이라는 사람이 그에게 “자네는 혹시 공자로부터 특별한 말씀을 들은 적이 있는가?”하고 물어본다. 그는 백어가 공자의 아들이니 반드시 그 아들에게는 다른 사람 몰래 무엇인가 특별히 전해주고 챙겨 줄 것이라고 여기고 이와 같이 물어본 것이다. 백어는 이에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없었습니다. 일찍이 공자께서홀로 서 계실 때에 내가 빨리 걸어 뜰을 지나는데, '시(詩)를 배웠느냐?'하고 물으시기에 '못하였습니다.'하고 대답하였더니, '시(詩)를 배우지 않으면 말을 할 수 없다.'고 하시므로 물러 나와 시를 배웠습니다. 다른 날에 또 홀로 서 계실 때에 내가 빨리 걸어 뜰을 지나는데, '예(禮)를 배웠느냐?'하고 물으시기에 '못하였습니다.'하고 대답하였더니, '예(禮)를 배우지 않으면 설 수 없다.'고 하시므로 물러 나와 예를 배웠습니다. 나는 이 두 가지를 들었습니다.”(『논어』「계씨」)


이 이야기를 들은 진항은 기뻐하면서 자신이 하나를 물어서 셋을 들었으니, 시를 듣고 예를 들었으며 또 군자가 그 아들을 멀리하는 것을 들었다고 말한다. 여기서 멀리하였다는 것은 소원(疏遠)했다는 의미가 아니라 공자가 그 아들 백어 가르치기를 제자들과 다름이 없이 가르쳤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 글귀에서 보다 중요한 것은 아버지가 그 아들을 다른 제자들과 마찬가지로 동등하게 대우했다는 사실보다는, 그 아들이 아버지의 말씀을 듣고 그것을 그냥 흘려버리지 않고 바로 나아가 실행에 옮겼다는 것에 있을지도 모른다.


대종사에게도 역시 4남매의 자녀가 있었다. 그 중 장남의 이름은 광전(光田)으로 일찍이 일본에서 유학하여 철학을 공부하고, 1941년에 출가하여 대종사의 제도사업에 합력했다고 전해진다. 대종사는 대산종사에게 “너는 큰아들이고 광전은 작은아들이다.”라고 말 할 정도로 제자들 속에서 편애하는 바 없이 가르쳤다. 평소 일원상의 진리에 관심을 가졌던 광전은 아버지 대종사에게 '일원상과 인간과의 관계', '일원상의 신앙', '일원상의 수행', '일원상 상징'등을 묻고 가르침을 받게 된다. 이 내용은 원불교 『대종경』 「교의품」에도 실려 있다. 또한 장녀의 이름은 길선(吉善)으로 대종사의 일기감정에서 5갑이라는 최고점을 받기도 하였다. 그녀가 자녀이기 때문에 사사로이 준 것일까? 그 일기내용을 살펴보면 그녀가 평소 대종사의 가르침대로 실생활에 잘 응용했기 때문이었음을 알 수 있다. 공자의 아들 백어처럼 말이다.


공자의 아들 백어와 대종사의 아들 광전, 딸 길선 등은 모두 자녀인 동시에 제자였으며, 혈연인 동시에 법연이었던 것이다. 정산종사는 “소중한 인연에 두 가지가 있나니 혈연과 법연이라, 혈연은 육친의 가족이요 법연은 법의 가족이니, 혈연과 법연이 다 소중하나 영생을 놓고 볼 때에는 혈연보다 법연이 더 소중하다.”고 말씀한다. 우리는 비록 육친의 가족이 될 수는 없었지만, 이 일원회상 안에서 법부(法父), 법모(法母), 법형(法兄), 법제(法弟)라는 법의 가족으로 영생을 함께 할 수 있으리라.


그 길은 무엇보다 공자와 대종사의 가르침 그대로를 실천하고 증득(證得)하는데 있을 것이며, 이러한 의미에서의 세습이라면 세상 사람들에게 권장 할 만한 좋은 일인지도 모르겠다. 결국 부전자전(父傳子傳)은 '누구에게 전하고 받았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무엇을 전하고 받았는가?'가 더 중요한 것이다.


“아들아! 받아라. 『원불교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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