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시작할 때의 그 마음(初發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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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시작할 때의 그 마음(初發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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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3.25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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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 처음 만나는 명상(30) ㅣ 박대성 교무(본지 편집장, 길용선원 지도교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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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는 잡을 수 없고 미래는 아직 다가오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영원한 현재, 영원한 지금 위에 살고 있습니다. 지나간 과거에 발목이 잡혀서 지금 이 순간에 도달하지 못하거나, 오지 않은 미래에 속아서 현재를 외면하지는 않으십니까? 처음의 그 마음, 처음의 그 설렘을 간직하는 것은 인간관계에서 뿐만 아니라 선에서도 필수적으로 요구됩니다.


익숙한 사람, 상황, 물건을 처음 대하는 것처럼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지 아니면 자신의 잣대로 판단, 평가하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소태산 대종사께서는“이것은 마치 새 옷을 입은 사람이 처음에는 그 옷을 조심하여 입다가도 때가 묻고 구김이 지면 그 주의를 놓아 버리는 것과 같다(대종경 인도품 38장)”는 비유를 들려주고 계십니다. 일상성에 매몰되어 초심에 대한 주의를 놓아버리기 쉬운 것이 우리의 삶입니다. 불가에서도 '초발심시변정각(初發心是便正覺)'곧 처음의 마음을 오롯하게 유지하는 것이 곧 바른 깨침을 얻는 길 이라고 가르칩니다. 초심을 놓지 않는 것은 수행의 중요한 비결입니다.


내가 어떠한 대상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는 판단이 들게 되면 곧바로 그것에 대한 새로운 정보는 차단되어 버리고 맙니다. 예를 들어 “내 자녀에 대해서 부모인 나만큼 잘 아는 사람이 없다”는 생각이 마음속에 들어서면 자녀에 대한 새로운 정보는 즉각적으로 차단되고 맙니다. 특히 “내 자녀는 나의 것”이라는 소유의 개념까지 함께 주입된다면 자녀를 이해하는 것은 고사하고 둘 사이에는 거대한 장벽만이 남게 됩니다.


더구나 지금 이 순간 “ '나'는 진리에 대해서어느정도알고있다”, “ '나' 만큼 교리를 잘 아는 사람은 없다”며 자신 있게 장담하고 있다면 진급은 고사하고 영생의 제도 문이 서서히 닫히고 있음을 상기해야 합니다. 바로 위에서 예를 든 두가지 영적인 허풍 앞에 '나(ego)'라고 하는 무서운 단어가 마음속에 뱀처럼 똬리를 틀며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초심이 중요한 이유는 이를 유지하는 사람만이 진급하고 변화할 수 있기때문입니다. 우리 몸의 위장 내벽 세포는 2시간 반 정도면 살다가 죽어 새로운 세포에게 자리를 내주고 적혈구는 3개월을 살고 교체된다고 합니다. 체세포는 25~30일 정도 살며 1년 정도면 몸에 있는 거의 대부분의 낡은 세포는 죽어 없어지고 새 세포로 교체됩니다. 적어도 1년 안에 육체적으로는 완전히 새로운 인간으로 변화한다는 의미입니다.


만일 우리의 육체가 아기 때의 첫 마음을 잃고 낡은 세포를 고집하며 새로운 세포의 성장을 거부한다면 그것은 곧 죽음으로 향하게 되는 것입니다. 바로 이런 현상을 의학적으로 암(癌)이라 규정하는 것입니다. 사람의 정신도 이와 같이 고정관념에 찌들어 변화를 거부하는 경우와 변화에 순응하고 그 흐름에 올라타는 경우가 있습니다. 초심을 잃지 않는 사람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일일 시시(日日時時)로 자기가 자기를 가르칩니다'(솔성요론 8절) 이런 사람은 하루가 다르게 진급하게 됩니다.


흔히 잘 알려진 소설 「삼국지」에는 '괄목상대(刮目相對)'라는 고사성어가 전해지고 있습니다. 오(吳)나라 손권(孫權)의 부하 중 여몽(呂蒙)이라는 장군은 전쟁에서 많은 공을 세웠지만 학문을 갖추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는 공부를 권하는 손권의 충고를 받아 전쟁터에서도 손에서 책을 놓지 않고 공부했다고 합니다. 얼마 후 손권의 휘하에 있는 뛰어난 학식과 지혜를 갖춘 노숙이 여몽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옛날과 달리 매우 박식해져있음을 알고 깜짝 놀랐다고 합니다. 이에 여몽이 “선비는 헤어진 지 삼일이 지나면 눈을 비비고 다시 볼 정도로 달라져 있어야 하는 법입니다”라고 한 이야기에서 유래합니다.


손권의 충고를 받아들여 변화로 진급을 맞이한 여몽처럼 여러분도 초발심으로 괄목상대하는 공부인 되시기를 간절히 염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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