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울안 오피니언 | 우리 봉정 할배 · 봉정 할매
상태바
한울안 오피니언 | 우리 봉정 할배 · 봉정 할매
  • 관리자
  • 승인 2018.03.25 00: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선명 교무(원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

김선명 교무.png

평화를 길어 올리는 소성리 평화 100배는 가슴 뭉클하게 계속되고 있습니다

오전 11시 어김없이 우리의 평화 100배는 시작됩니다. 우리안의 탐욕과 분노를 내려놓아 '평화하자'는 소리 없는 기도이자, 외침이지요. 때로는 두어 명이, 어느때는 열댓 명이 할 때도 있었지요. 제법 오래전부터 마을 어르신들이 한두 분씩 동참해 주시는데, 오늘 이 두 분은 늘 가슴 울컥하게 다가옵니다.


'봉정 할배, 봉정 할매'는 노부부(老夫婦)이십니다. 댁호(宅號)로 불리는 시골 마을의 성향따라 우리도 “봉정 할배~ 봉정 할매~”라고 부릅니다. 그러고 보면 봉정 할매(본명 도금련, 다큐영화 '소성리'의 주연배우) 친정이 소성리 옆 동네 봉정리인거죠. 봉정 할매는 이제 소성리 뿐만 아니라 평화운동 전선에서 제법 유명인사입니다. 집회가 있는 날 또는 경찰과 대치가 있었던 지난날에 두주먹 불끈 쥐고 머리띠 둘러매고 삿대질 하시며 쏟아내시는 사자후(?)는 어쩜 그리도 위아래 졸가리가 딱 들어 맞든지요.

한울안오피니언(김선명).jpg

난롯가에 둘러앉아 한담(閑談)을 나눌 때도 불쑥 불쑥 내 놓으시는 말씀은 버릴게 없이 적확하게 핵심을 드러내 정리해 주곤 하십니다. 이분의 영감님이신 봉정 할배는 치아가 다 상실되어 밥보다는 소주를 주식(?)인양 약주를 좋아하시는 분입니다. 어느 날 100배를 올리는데, 봉정 할매가 가만히 집회 때 쓰는 목욕탕 의자를 가지고 와서 한켠에 앉아 지극한 정성으로 100배를 함께 올리시는 것이었습니다. 깜짝 놀랐습니다. 그 뒤로 다른 할머니가 오시고, 또 부녀회장님이 오실 때도 있고, 지나가시던 할머니도 가다 서신채로 지극히 합장 대례를 하다가 가시기도 합니다.

그런데 어느 날 봉정 할배가 길가에 평화지킴이들이 앉는 의자에 앉으시더니 100배를 올리는 저와 마주보고 의자에 앉은 채로 제 목탁에 맞춰 목례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아니 이건?' 그렇습니다. 연만하신 봉정 할배는 의자에 앉은 채로 고개를 숙여 절을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봉정 할매는 목욕탕 의자에 앉은 채로, 이렇게 소성리 평화 100배는 외롭지 않게 평화를 위한 가장 낮은 자세로의 비움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비우면 채워진다지요? 평화를 길어 올리는 소성리 평화 100배는 가슴 뭉클하게 계속되고 있습니다. 봉정 할배, 봉정할매 건강 잘 챙기세요. 사드 뽑아내고 소성리에 평화 심게요. 두 어른께 한없이 고맙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