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기행 | 후천개벽 사상의 계보를잇는 이들
상태바
사상 기행 | 후천개벽 사상의 계보를잇는 이들
  • 관리자
  • 승인 2018.03.25 00: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으로 만나는 한국 토착 사상 기행 - 2 | 천지은 교도(원불교출판사 편집장, 남중교당)

9면-토착사상.JPG

수운 최제우는 '사람이 곧 하늘이다'는 사상을 기본으로 천지만물을 두루 섬기는 자세를 잃지 않았으며, 일부 김항은 '주역(周易)'의 선천 세상에서 '정역(正易)'의 후천 세상으로 하늘과 땅과 인간, 천지만물의 생성변화를 괘(卦)와 수(數)로써 논리적으로 말하고 있다. 증산 강일순은 세상의 혼돈을 천지공사를 펼쳐 개벽하고자 했다. 개벽된 세상은 갈등과 폭력의 근본적인 치유로 새롭게 열어갈 '해원 상생'의 세계였다. 그리고 소태산 박중빈은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는 개교표어로써 새로운 대중적 대승불교의 세계를 열었다. 그는 원불교를 일상의 마음공부를 통해 부처가 되는, 정신개벽의 종교로 발전시켰다. 이는 조계종의 깊은 산골에 갇힌 선(禪)을 논과 밭으로, 거리와 집으로 확장시킨 대사건이었다.


조선 후기의 성자들은 이렇듯 누구도 자기 안에 머물러 있지 않았고 시대적 과제를 외면하지도 않았다. 더욱이 이기적인 신앙을 추구한 것도 아니었으며 무엇보다도 인간적이었다. 우리민족이 직면했던 근대 총체적 위기 상황에서 새로운 세계에 대한 간절한 염원을 담아 성자들은 한국 토착사상을 갈고 다듬었다. 토착사상의 참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큰 수확이 아닐 수 없다.


결국 나는 이들이 주목했던 후천개벽의 사상적 행로를 더듬어가며 사진을 찍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그리고 쉬는 날이면 한국 토착사상의 거처를 찾아 카메라를 메고 길을 떠났다. 부여에서 시작하여 경주의 수운 최제우, 논산의 일부 김항, 김제의 증산 강일순, 영광과 익산의 소태산 박중빈을 찾아다녔다. 물론 이들 네 분 외에도 이 땅의 사상가들은 많고 많았지만, 이번 사진 기행에는 후천개벽 사상의 계보를 잇는 이들로 한정하였다.


나는 그들 앞에 정직하기로 하였다. 사상은 일상에서 태어났다. 사상이 태어나고 펼쳐진 현장에 가보면 대단하지도 별스럽지도 않은 그런 일상의 공간들로 채워져 있었다. 특별한 카메라 기법으로 현혹하여 담아내고 싶지도 않았다. 그저 보이는 그대로 렌즈를 갖다 대고 셔터를 누르는 것으로 성인들이 살았던 현장을 기록하여 이시대의 사람들과 공감하고 관심의 길을 열어주는 데 의미를 두기로 하였다. 다행히 사진을 찍으면 찍을수록 용기가 났다.


이렇게 시작한 사상 기행은 부여의 정림사지 오층석탑에서 시작하여 익산의 원불교 총부에서 끝이 났다. 이것은 우연이 아닐지도 모른다.


#사진 : 계룡저수지에서 바라본 계룡산 전경. 충남 공주시 계룡면 하대리에 위치한 저수지는 1954년에 착공하여 1964년 준공된 농업관개용이다. 동쪽은 계룡산과 완만하게 이어지고 있으며 남쪽과 북쪽에는 화강암 구릉지가 있다. 전라북도의 모악산과 함께 민족종교가 탄생된 영험한 곳으로 예로부터 계룡산은 정신 세계의 젖줄이라 할 수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