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본(務本)하는 무아(無我)의 교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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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본(務本)하는 무아(無我)의 교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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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3.30 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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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교무의 '유림산책’(儒林散策) ⑬ | 박세웅(성호) 교무(원광대학교 마음인문학연구소 HK교수)

박세웅 교무, 유림산책.jpg

“우리가 교화를 안 하면 결국 빚쟁이다” 대학원 예비교무 시절 한 스승의 말씀이다. 이 말씀은 그 후로 화두가 되었다. 어쩌면 제생의세(濟生醫世)를 서원하는 우리 모두의 영원한 화두일지도 모른다. 그러므로'소극적인 교화를 적극적인 교화'로 교화의식의 대전환은 언제나 현재진행형이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각자마다 이를 가로막는 요인이 있을 것이니, 나에게 그 요인 중의 하나는 바로 '나(我)'였음을 고백한다.


어느 날 악사(樂師)인 면(冕)이라는 사람이 공자를 만나러 왔을 때 그가 계단에 이르자 공자(孔子)는 “계단입니다.” 말씀해주고, 자리에 이르자 “자리입니다.” 말씀해주었다. 제자들이 모두 자리에 앉자 공자(孔子)는 악사에게 “아무개는 여기에 있고 아무개는 여기에 있습니다.”라고 말씀해주었다. 마침내 그가 만남을 끝내고 나가자, 공자의 제자인 자장(子張)이 “악사(樂師)와 더불어 말씀하는 방법입니까?”라고 물어보았다. 공자는 이에 다음과 같이 말씀한다. “그러하다. 진실로 악사(樂師)를 도와주는 방법이다.”(『논어』「위령공」)


공자가 그에게 이렇듯 하나하나 상세하게 설명하며 응대한 이유는 당시 악사는 모두 맹인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지 그 이유만으로 공자의 행동이 설명될 수 있을까? 공자는 평소 상복을 입은 사람, 관작(官爵)이 높은 사람, 눈이 먼 사람을 만날 경우 비록 그 사람이 나이가 적더라도 반드시 일어나 예의를 지켰고, 그 옆을 지나쳐야 할때에는 종종걸음을 하였다고 한다.(『논어』「자한」) 공자가 일상생활 속에서도 남녀노소 신분고하를 막론하고 항상 낮은 자리를 자처하며 그에 맞는 예를 갖추었음을 보여주는 일화이다.


대종사 당시에 한 승려가 찾아온 일이 있었다. 대종사는 그를 응접하며 화장실까지 친히 안내하였다. 옆에 있던 시자가 그 모습을 보고 “그렇게 까지 하실 것이 무엇이 있습니까?”라고 말하자 대종사는 “응, 그래야 한다.”라고 말씀하며 그 승려에게 끝까지 친절을 베풀었다고 전해진다. 이후에 그 승려가 돌아가서 대종사를 “과연 생불이다.”라고 선전하였다고 하니, 아마 그 악사도 돌아가서 공자를 성인이라고 선전하였을 것이다.


사람을 만나고 대하는 것이 교화의 시작이라고 한다면, 공자와 대종사가 이와 같이 교화를 한 모습에서 우리는 한 가지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은 바로 두 성인이 모두 나(我) 없는 '무아(無我)의 교화'를 실천했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무아'는 '나는 한 종단의 스승이다. 나는 깨달은 사람이다. 나는 수많은 사람이 따르는 지도자이다.'등과 같이 어떤 지위와 명예와 상(相)에도 사로 잡혀 있지 않은 상태를 의미한다.


대산종사는 “참 수도인은 무아(無我)의 심정으로 친절을 베풀어야 교화가 되는 것이다.”라고 말씀한다. 공자가 악사에게, 대종사가 승려에게 친절을 베풀어 그들을 감화시켰던 것은 상(相) 없는 무아의 자리에서 대아(大我)를 이루신 일이라 생각된다. 두 성인은 교화가 뜻대로 되지 않아 포기하고 절망하려는 우리들에게'과연 교화자 한 사람 한 사람이 수도를 통한 무아의 심정 속에 살고 있는가?'를 무엇보다 먼저 되돌아 봐야함을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혹자는이렇게 반문할수도 있다. “그럼 수도를 못하는 사람은 교화도 하지 말라는 말인가?” 대산종사는 교단의 체제 확립에 대해 “교단의 근본은 대종사께서 밝혀 주신 일원의 교법이니 공부를 위주로 하여 교화가 따르도록 하고(工夫爲主敎化從), 교화를 위주로 하여 사업이 따르도록 하라. (敎化爲主事業從)”고 당부한 일이 있다. 이는 공자의 다음 말씀과도 상통하니, 성자들의 본의를 왜곡하지 않아야겠다.


“군자는 근본에 힘써야 하나니, 근본이 서야 도가 살아난다(君子務本, 本立而道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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