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울안칼럼 | 덕화(德貨)를 저승의 복통장(福通帳)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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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울안칼럼 | 덕화(德貨)를 저승의 복통장(福通帳)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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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4.05 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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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오 교도(분당교당) 건국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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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 돈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덕(德)이라는 화폐다

요즘 세상을 시끄럽게 하는 뉴스중의 하나가 전직 대통령의 돈과 관계되는 것이다. 아직 사실로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그게 사실이라면 많은 사람들이 크게 의아해 할 것 같다. '가지고 있는 돈을 평생 써도 남을 텐데, 그는 왜 그렇게 돈에 집착했을까?'하면서.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형편에 따라 많고 적음은 다를지라도, 돈을 벌기 위해 보통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살고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일이다.“ 우리가저승갈때가지고 갈 수 있는 것은 이생에서 쌓아 놓은 공덕 밖에 없다.”이는 교단사업에 큰 공헌을 하시고, 반평생을 원불교 법대로 사셨던 고(故) 신타원 종사(홍라희 여사모친)께서 하신 말씀이다.


당나라 때의 시성이라고 일컫는 이태백은 “천지자(天地者)는 만물지역려(萬物之逆旅)요, 광음자(光陰者)는 백대지(百代之)과객(過客)”이라 하였다. 이 광음자를 인생자로 바꾸어 놓아도 말이 된다고 생각한다. 하늘과 땅은 모든 사물이 잠시 머물다 가는 여관과 같고, 인생은 영원한 시간속의 나그네와 같다는 의미다. 우리는 이 세상에 사는 동안 천지라는 여관에 묵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내 것이라고 생각하는 재물과 권세, 명예와 생명까지도 천지라는 여관의 비품이요, 소모품일 뿐이다. 여관이 제공하는 비품을 소중하게 사용하지 않고 함부로 쓰거나 망가뜨리면 어김없이 다음 세상으로 청구될 것이다. 이 세상 것은 아무것도 저 세상에 가지고 가지 못한다. 그것은 모두가 여관의 비품이요, 소모품이지 자기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의 창업자 이병철 회장도 열반하시니까 장의위원들이 저승길 노자하시라고 관속에 동전 일곱닢을 넣어드렸다는데, 아마 지금도 관속에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다. 가져가지 못할 그것 들(재산·권세·명예·생명)을 자기 것인 줄 알고 악착같이 모으며 온갖 죄를 짓는 사람들을 보면 딱하기 이를 데 없다.


그러면 저승에 가져갈 것은 아무것도 없는가? 아니다. 저승 돈은 얼마든지 가져갈 수 있다. 우리 돈을 미국에 가져가봐야 사용할 수 없듯이 이승 돈은 저승에 가져갈 수 없으나 저승 돈이라면 얼마든지 가져 갈 수 있는 것이다. 저승 돈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덕(德)이라는 화폐다. 우리 돈이 원화이듯이 저승돈은 덕화(德貨)다. 이승에 살면서 부지런히 덕화를 벌어서 저승 은행에 예치해 두면 저승에 가서 잘 쓸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지난 세상에서 덕화를 많이 벌어두었던 사람들은 이승에 다시 왔을 때 좋은 여관에 들지 않겠는가?


덕화는 어떻게 버는가? 부처님 말씀에 의하면 마음과 몸과 말과 물질로 번다. 마음으로는 심덕을, 몸으로는 행덕을, 말로는 언덕을, 물질로는 재덕을 써서 모든 사람에게 유익을 주면, 저승의 복통장(福通帳)에 그대로 입금이 되는 것이다. 반대로 이승에서 재물과 권세와 명예와 생명이 자기 것인 줄 알고 함부로 쓰던 사람은 낱낱이 청구가 되어 저승에 차곡차곡 쌓여 있을 것이다. 덕화를 버는데 일찍 눈뜬 사람은 많은 덕화를 가지고 저승에 갈 것이요, 이승의 모든 것이 여관의 비품임을 깨닫고 소중히 다루었던 사람은 덕화의 종자돈을 가지고 다시 새로운 생을 시작할 것이다.


우리는 이 세상에 와서 백년도 되지 않는 세월을 살다가 다시 다음 생으로 떠나고 있다. 결국 우리 모두 하루하루 죽을 날을 향해 가고 있는 것이다. 누구나 아는 사실이며 변할 수 없는 진리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를 망각하고 영생을 살 것처럼 치열하게 이기적인 삶을 살고 있다. 그러나 마음의 여유와 삶의 지혜를 가지고 주위를 둘러보면 복통장에 입금 할 일이 하나 둘씩 눈에 띄게 될것이다. 연초에 하는 덕담도 '복 많이 받으세요.'에서 '복 많이 지으세요.'로 바뀌었으면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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