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수록 깨닫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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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수록 깨닫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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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4.07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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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요, 유행가」 ㅣ 조휴정(수현, 강남교당) KBS1 라디오 PD, '함께하는 저녁길, 정은아입니다' 연출

조용필'이젠 그랬으면 좋겠네'

유행가(조용필).jpg

나이와 관련된 유머나 속담, 격언 등은 누가 만들어내는지, 들을 때마다 무릎을 치게됩니다. 얼마전 친구에게 들은 이야기도 그랬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지켜야 하는 'UP(업)'이 있는데 'clean up(클린업 : 깨끗하게), make up(메이크 업 : 화장하고), dress up(드레스 업 : 옷 잘 입고), give up(기브 업 : 욕심 버리고). shut up(셧 업 : 말을 아끼라)'이랍니다. 정말 공감이 되고 재미있어서 다른 사람에게 써먹으려고 메모까지 해뒀는데 곱씹어 볼수록 어려운 이야기였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깨끗하게 가꾸라는 앞의 세 가지는 단순히 외모만 치장하라는 것이 아니라는 것까지 느끼고 있기에 지킬 수 있을 것 같은데 뒤의 두 가지가 문제였습니다. 아직은 뭔가가 잘 포기가 안되거든요. 특히 퇴직 후에 어떻게 살 것 인가를 생각해보면 '일' 없이 지내는 것이 잘 상상이 안 되는 겁니다. 특별한 취미나 특기도 없고 관심분야도 한정되어 있어서 무엇이든 '일'을 하고 싶은데 그게 어디까지가 의욕이고 어디까지가 욕심인지 판단이 잘 안섭니다.


입을 닫는 것도 그렇습니다. 소심하다보니 예전에는 못마땅하고 억울해도 그냥 혼자서 끙끙 앓다가 말았는데 나이가 드니까 나중에 어떻게 되더라도 말을 하게 되더군요. 하고 싶은 말을 못하면 답답해서 죽을 것 같은 겁니다. 자식이나 후배들에게도 내가 겪었던 시행착오를 겪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런저런 조언을 해주고 싶지만 듣는 입장에서는 다 시대에 뒤떨어진 잔소리와 참견일 테지요. 새삼, 곱게 늙기가 쉽지 않겠구나. 반성을 하다 보니 이 다섯 가지 'up(업)'을 지키지 못하면 가장 가까운 사람들과 소원해질 것 같아 정신이 번쩍 듭니다. 더 늦기 전에 애써 지켜보리라 다짐하면서 이 노래도 찾아 들어봅니다. 조용필의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조용필 작곡, 박주연 작사)'입니다.


“나는 떠날 때부터 다시 돌아올 걸 알았지. 눈에 익은 이 자리, 편히 쉴 수 있는 곳. 많은 것을 찾아서 멀리만 떠났지. 난 어디 서 있었는지. 하늘 높이 날아서 별을 안고 싶어. 소중한 건 모두 잊고 산 건 아니었나.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 그대 그늘에서 지친 마음 아물게 해. 소중한 건 옆에 있다고 먼 길 떠나려는 사람에게 말 했으면”


그렇죠, 정말 소중한건 옆에 있죠. 이제 하나둘씩 현역에서 물러나고 있는 친구들을 보면 부부사이, 친구관계가 좋은 경우엔 서로 더 의지하면서 즐겁게 지내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엔 정말 갈 곳이 없더군요. 베이비부머세대인 우리는 쉬는 법도 잘 노는 법도 몰랐으니까요. 성공이라는 '별'을 찾아 멀리만 떠났던 우리. 하지만 다섯 가지 'up(업)'을 잘 지키며 이제는 정말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을 챙기면서 살아야겠습니다.

이 노래를 부른, 조용필. 우리나라에 이런 가수가 또 나올수 있을까요? 히트곡수, 다양한 음악 장르, 공연문화의 고급화, 연주와 가창력, 작사 작곡 능력, 뭐 하나 최고가 아닌 것이 없습니다. 25년 전, 그의 공연을 본 적이 있는데 별 말도 없이 이틀을 모두 다른 히트 곡만으로 몇 시간의 공연을 해내더군요. 곧 70이 되겠지만 아직도 젊은 감성을 잃지 않고 있는 조용필, 두 번째 평양공연을 치른 조용필은 그야말로 '국민가수'입니다. 그러고 보니, 그야말로 다섯 가지 'up(업)'을 충실히 따랐기에 지금의 영광을 누리고 있는거네요.


사생활의 즐거움을 포기하고 오늘도 묵묵히 연습에 매진한 그였기에 그토록 아름다운 노래들이 결실을 맺었을 겁니다. 그의 노래 중 저는'그대 발길이 머무는 곳에'와 덜 알려졌지만 '너의 빈자리'를 참 좋아합니다. 설명이 필요 없는 가왕(歌王) 조용필. 1969년 데뷔이래, 언제나 현역으로 언제나 새로운 모습으로 언제나 최선을 다하는 조용필과 같은 시대를 살았다는 것은, 행복이고 영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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