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울안칼럼 | 어버이날 임시공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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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울안칼럼 | 어버이날 임시공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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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4.19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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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담현 교도 (마포교당 원불교인권위원회 운영위원,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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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를 동등한 존재로 바라보기부터 시작해야

다가오는 5월 8일 어버이날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려다가 말았다. 만일 공휴일로 지정되었더라면 4일간의 연휴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아쉽게도 공휴일로 지정되지 못하였는데 공휴일로 지정되지 못한 이유 중의 하나로 며느리들의 반대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되어 눈길을 끈다. 만일 공휴일로 지정되면 며느리들이 시댁에 가야되는데 그것이 불편하니 차라리 공휴일로 지정되지 않았으면 하는 의견이라고 한다.


이런 현상은 왜 일어날까. 이는 며느리와 시댁의 관계가 기본적으로 불평등하기 때문이다. 최근 나온 영화 'B급 며느리'그리고 웹툰 '며느라기'에서는 이러한 불평등한 관계 때문에 부당한 대우를 받는 며느리들의 일상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막상 현장에서 벌어지는 며느리와 시댁의 갈등은 이보다 좀 더 고차원적인 경우가 많다.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이러한 불평등한 관계가 문제가 있다는 것은 인정하고 그러한 관계를 평등한 관계로 바꾸려 하기 보다는 현실타협을 위해 서로가 적당히 알아서 조절하려고 하면서 오해가 발생한다. 며느리는 부당하지만 자신을 낮추고 시부모님을 모실 만큼 모셨는데 시부모님이 요구하는 정도가 지나치다고 여긴다.


시어머니 입장에서는 옛날 자신이 며느리 노릇할 때 생각하면 한참 떨어지지만 지금 시대에 맞게 주위에 비해 많이 낮추어 주었는데 그것마저 지키지 못하는 며느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리고 그뿐 아니라 고부간의 불평등한 관계가 발동하는 시점에 대한 판단이 서로간 주관적인 경우가 많다. 예를들어 어머니가 오랜만에 만난 아들에게 '얼굴이 수척해진 것 같다', '기운이 없어 보인다'등의 말을 하면 그것을 바라보는 며느리는 시어머니가 아들이 아닌 자신을 질책하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있다.


아내의 권유를 무시하고 주중에 무리하게 술을 많이 마신 것은 남편이기 때문에 그 질책의 대상은 아들임에도 며느리 귀에는 그렇게 들리지 않는다. 시어머니는 그렇게 받아들이는 며느리를 이해할 수 없고 며느리는 시어머니가 속사정도 모르면서 자신을 질책한다고 서운해 한다.


그래서 서로 교류가 뜸해진다. 신혼초에는 의식적으로라도 자주 왕래하였지만 시간이 지나면 며느리의 시댁출입은 뜸해지고 시어머니 역시 아들집 방문이 없어진다. 그러니 어쩔 수 없이 보게 되는 명절이 조마조마해진다. 그런데 어버이날이 공휴일이 되면 명분상 볼 수밖에 없으니 달가울 리가 없다.


이 문제에 대한 해법을 어느 책에서는 며느리는 시부모님을 직장상사 모시듯이 하고 시부모님은 며느리를 직장에서 자기보다 직급이 낮은 직원을 대하듯 하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는 근원적인 해결책이 아니라고 본다. 이는 며느리와 시부모의 불평등성을 인정하고 이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포기하였기 때문이다. 평등한 관계가 정립되어야 한다.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서로를 동등한 존재로 바라보기부터 시작해야 한다.


우리 교단 내 교당의 대부분의 출석 교도님들은 나이 드신 여성교도님들이다. 이 분들은 며느리가 있거나 혹은 며느리 역할을 하고 있는 딸을 두고 있는 부모님들이다. 교당교무님들은 교도님들을 통해 이런 저런 고부간의 문제점들을 들었을 것이다. 대종사님께서는 대종경 인도품 42장에서 “한 가정은 한나라를 축소하여 놓은 것이요, 한 나라는 여러 가정들을 모아 놓은 것이니, 한 가정은 곧 작은 나라인 동시에 큰 나라의 근본이 되나니라”라고 말씀하시면서 가정의 소중함을 강조하신바 있다. 교당 법회 날 영화 'B급며느리'나 웹툰 '며느라기'를 교도들이 함께 보고 가정의 평안을 어떻게 하면 이룰 수 있을지 같이 고민해보는 기회를 마련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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