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에 대한 깊고 품위 있는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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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에 대한 깊고 품위 있는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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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4.19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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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요, 시네마 ㅣ 조휴정(수현, 강남교당) KBS1 라디오 PD, '함께하는 저녁길, 정은아입니다' 연출

'콜 미 바이 유어 네임(Call Me by Your N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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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라는 타이틀이 붙은 지 올해 꼭 30년이 되었습니다. 30년간 무슨 일을 꾸준히 했다면 전문가가 되고도 남아야할텐데 아직도 낯설고 어렵습니다. 이제는 성인이 된 아이들이 가끔 사회생활의 어려움을 이야기할 때 인생 선배로써 뭔가 조언을 해줘야할 때도 있는데 그것도 쉽지 않습니다.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부모 눈에는 자식이 어려보이기 때문이겠지만 '실패나 고통 없이 꽃길만 걸었으면 하는 욕심'이 지혜와 공감의 마음을 덮어버리는 건 아닐까싶습니다. 그러다보니 진정한 소통은 어려워지고 강요와 질책과 막무가내식 사랑만 넘쳐나고 결국은 자식을 망치기도 하죠. 저도 부끄러운 엄마입니다만, 얼마 전 '콜 미 바이 유어 네임(Call Me by Your Name, 2017년 작 루카구아다니노 감독)'을 보면서 어떤 부모가 되어야겠다는 답은 찾았습니다.


영화의 줄거리는 어찌 보면 간단합니다. 고고학 교수인 아버지와 번역가인 어머니와 함께 여름 별장을 찾은 17세 소년 엘리오는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아버지의 보조연구원 올리버에게 묘한 감정을 느낍니다. 청춘의 사랑은 항상 열병이며 혼란이고 비극이죠. 동성을 사랑하게 된 엘리오도 그랬습니다. 이별이 예정된 두 사람은 섬세한 감정의 줄다리기 끝에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지만 거기까지죠.


여름이 끝날 무렵 올리버는 떠나버리고 엘리오는 깊은 슬픔의 터널 속에 갇혀버립니다. 그리고 어느 겨울, 엘리오는 올리버의 전화를 받죠. 곧 결혼할거라는. 아직도 남아있는 사랑의 불씨 때문에 크게 요동치는 엘리오의 슬픈 눈동자를 보면서 내 자식이 저런 상황이라면 나는 어떻게 행동했을까, 계속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평소, 동성애에 관해 편견을 갖고 있지 않다고 생각해왔지만 만약 내 자식 일이라면 엘리오의 부모처럼 의연하게 지켜볼 수 있을까? 자신이 없습니다. 아직도 세상은 동성애에 대해 관대하지 않죠. 아니, 많은 나라, 많은 지역에서는 아직도 철저하게 외면당하는 사랑입니다. 그런 어려운 길을 내 자식이 간다고 할 때 선뜻 괜찮다고 말할 자신이 없습니다. 하지만 엘리오의 부모는 달랐습니다.


엘리오의 부모는 아슬아슬하게 줄타기 하는 두 사람의 시작과 끝을 모두 알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올리버의 감정을 확신하지 못해 괴로워하는 엘리오에게 “올리버도 너를 사랑한다. 너보다 더”라는 말까지 해줍니다. 올리버가 떠날 때가 다가오자 엘리오의 부모는 남겨진 엘리오가 받을 상처에 대해 걱정을 하며 두 사람에게 여행을 권합니다. 올리버가 떠난 후, 격한 슬픔에 빠진 엘리오가 데리러 와달라며 전화를 하는 상대는 바로 어머니였습니다. 상심에 빠진 아들에게 진정한 위로를 건네는 사람은 아버지였고요.


“사람들은 슬픔과 고통을 잊기 위해 스스로의 감정을 막아버려 일생을 무의미하게 보내버리지. 하지만, 어떤 것들은 평생 너를 붙잡아 둘 때도 있어. 기억하렴. 우리의 마음과 몸은 오직 한번만 주어진다는 것을 말이야. 그리고 우리의 몸은 언젠가 아무도 쳐다봐주지 않을 때가 올 거란다. 지금 당장은 슬픔이 넘치고 고통스러울 거야. 하지만 그것들을 외면하지 말아라. 네가 느꼈던 기쁨과 함께 그 슬픔들을 그대로 간직 하렴”


자식에게 일어나는 어떤 상황 하나에 집착하지 않고 자식의 인생 자체를 지지하고 이끌어주는 부모! 정말 멋지고 대단합니다. 죽었다 깨어나도 저런 부모가 될 자신은 없지만 비슷하게라도 되고 싶습니다. 자식만 크는 게 아니라 부모야말로 자식의 어려움을 통해 성장해갑니다. '좋은 부모', 단 한번만 주어지는 삶 속에서 마지막으로 이루고 싶은 숙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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