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를 위하는 큰길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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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를 위하는 큰길을 찾아서
  • 관리자
  • 승인 2018.05.0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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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만나는 한국 토착 사상 기행 - 7 | 천지은 교도(원불교출판사 편집장, 남중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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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솔직히 얘기해서 여지껏 외국의 사상으로 무장해서 행동해 왔어요. 근대화 과정에서, 서양 것, 서양적인 사고로 모든 것을 판단하고 행동해 왔는데, 그렇게 되니까 주역도 미신이 되고, 풍수도 미신이 되고, 옛날부터 내려오는 민간에 유포된 것이 전부 무가치한 것으로 전락했어요. 그러면서 민중, 민중 하면 뭐합니까?”


1985년 봄, '민중 사상의 뿌리를 찾아서 '떠나는 사상기행에 앞서 김지하가 한 말이다. 그리고 여전히 깨달음이 그리운 2018년 봄, 그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본다.


나는 그동안 수운으로 시작하는 한국 사상가들에는 그다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인도 불교나 중국과 서양에서 들어온 사상을 좇기에 바빴다. 한국인으로서 내 자신의 내면에 깃든 영성이 어떤 것인가를 스스로 확인하지 못한 채 지적 허영에 사로잡혀 있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사진을 찍으면서 한국에도 위대한 스승이 있었다는 것을, 불과 150여 년 전 조선 후기의 성자들은 이미'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라는 이 질문에 응답한 사람들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사람들과 더불어 공감하고 관심의 길을 열어주고자 내가 이 글을 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산기슭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은 산을 오른다 하지 않고 '들어 간다'고 표현한다. 수운의 사상을 들여다보면서 '동학을 믿는다'하지 않고 '동학을 한다'고 했다는 것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이것은 민중의 삶과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로서 사람이 마땅히 배워야 할 길이요, 실천해야 할 학문으로서 동학을 설명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동학은 그저 믿기만 하는 신앙의 대상이 아니라, 배우고 실천해 가야 할 도(道)이자 학(學)의 관점으로 이해해야 할것이다.


소태산의 사상도 마찬가지다. “그대들은 하늘사람을 보았는가. 하늘사람이 하늘나라에 멀리 있는 것이 아니요, 저 어린이들이 바로 하늘사람이니….” 또 소태산은 '처처불상(處處佛像) 사사불공(事事佛供)이라 명시하고 우리 모두 부처가 되는 길을 열어주었다.


그렇다. 우리는 날마다 수없이 많은 하늘을 보고 있다. 농사짓는 하늘, 노동하는 하늘, 비정규직 하늘, 알바 하늘, 취업준비생 하늘, 왕따 하늘, 굴뚝에서 농성하는 하늘, 일 년농사를 땅에 파묻는 하늘, 손가락을 잘린 하늘, 폐지 줍는 하늘 등등. 그런데 우리는 그 하늘을 하늘로 보지 못하고 모두 실패한 사람쯤으로 보고 외면하며 사는 것은 아닌지 되짚어 볼 일이다.


# 사진설명: 깃발-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 순정은 물결같이 바람에 나부끼고 오로지 맑고 곧은 이념(理念)의 푯대 끝에 애수(哀愁)는 백로처럼 날개를 펴다. 이렇게 슬프고도 애달픈 마음을(유치환의 '깃발' 중에서)'펄럭이고 있다. 2018년 한반도의 봄을 염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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