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하나면 충분한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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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하나면 충분한 인생
  • 관리자
  • 승인 2018.05.06 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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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요, 시네마 ㅣ 조휴정(수현, 강남교당) KBS1 라디오 PD, '함께하는 저녁길, 정은아입니다' 연출

'내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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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가 나와있는 건 아니지만 제 경험상 터득한 것이 있습니다. 야망과 가정의 행복은 반비례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결혼을 앞둔 여성들에게 말하곤 합니다. 야망 있는 남자는 만나지 말라고요. 야망 있는 여자도 마찬가지죠. 야망 있는 사람들은 늘 외부의 시선을 의식하고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며 주변과 진정한 소통을 못하는 걸 많이 봐왔거든요.


'야망'이라고 이름 붙일만한 능력도 없었지만 저 역시 내면보다 외향만 쫏았던 시간이 있었습니다. 저녁 약속도 많았고 공허한 인간관계라도 유지하려고 애를 썼었죠. 신뢰와 진정한 우정이 없는 인간관계만큼 허무한 게 있을까요? 나에 대한 나쁜 말, 오해, 평가는 먼 곳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그런 쓸데없는 만남에서 내 스스로 뱉은 말과 행동에 기반한 것이 대부분입니다. 억울 할 게 없는 거죠.


운 좋게도 지금은 그런 삶에서 벗어나 가정과 일에만 집중하며 살고 있는데 그 계기는 역시 진정한 친구들과 사랑을 만났기 때문이었습니다. 관계가 정리되고 마음이 안정되니 불쑥불쑥 솟구치는 물질 욕심, 자리 욕심도 바로바로 진정시킬 수 있고 내가 갖고 있는 것들에 매일매일감사하게됩니다. 물론, '내사랑(2017년 작, 애이슬링 월시 감독)'의 모드를 보면 저는 아직 멀었지만요.


이 영화는 실화입니다. 캐나다의 민속화가 모드 루이스(1903년~1970년)는 선천성 류마티스 관절염으로 모든 것이 불편한 장애인으로 큰 고통 속에 살았습니다. 아무도 따뜻하게 돌봐주는 사람 없이 힘겨운 삶을 살아가던 그녀는 괴팍한 생선장사 에버렛의 가정부로 들어가죠. 고아원에서 자란 에버렛도 사랑을 표현할 줄 모르는 거친 남자였지만 순수하고 천성이 밝은 모드에게 조금씩 물들어갑니다.


주인과 가정부의 관계로 시작한 두 사람은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에게 가장 필요한 존재가 되어가고 춥고 어두웠던 공간도 모드의 사랑스런 그림으로 화사하게 변해갑니다. 그러다 모드의 인생을 바꿔놓는 사람이 나타나죠. 그녀의 재능을 알아본 이웃, 산드라를 만나면서 모드의 재능은 외부로 알려지고 시골 촌부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명성을 얻게 됩니다. 무뚝뚝한 에버렛이지만 사실은 모드를 진심으로 사랑하기에 조금씩 착한 남편으로 변해가는 것이야 말로 그 어떤 부나 명성보다 모드를 행복하게 했을 겁니다.


하지만, 모드의 몸은 점점 쇠약해져 가고 두 사람에게 허락된 시간이 얼마남지 않은 시점에서야 에버렛은 후회를 합니다. “왜 나는 당신이 부족한 사람이 라고 생각했을까”라면서요. 하지만, 모드는 말합니다. “당신과 함께라면 나는 바랄게 없어요... 나는 사랑 받았어요”


당신과 함께라면 더 바랄 것이 없다는 마음, 우리도 한번쯤은 느껴봤을 겁니다. 이 세상에 오직 그 사람뿐인 것 같던 연애시절, 우리는 그렇게 순수하게 사랑하나면 되는 사람들이었죠. 하지만, 그 예쁜 마음은 이제 기억에도 희미합니다. '당신만 있으면'에서 '당신만 없으면'으로 바뀌는 이유도 물질적인 것이 90%는 될 겁니다. 하지만 모드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살던 집도, 언제나 수줍게 미소 짓는 모습도 남편에 대한 사랑도 끝까지 그대로였습니다. 욕심 많던 그녀의 이모가 말합니다. “우리 중에 너만이 행복을 찾았구나”라고요. 지금 제 주변을 봐도 그렇습니다. 돈이 얼마가 있건 명함에 어떤 직위가 적혀있건 행복하게 웃고 즐기는 사람은 부부사이가 좋은 사람입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사랑을 가장 최우선으로 놓고 사는 사람들 입니다. 가정의 달 5월은 사랑이 넘치는 계절입니다. 우리도 다시 예전의 우리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사랑밖에 모르던 사랑하나면 충분하던 너만 있으면 행복하던 그 시절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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