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누리는 평화, 그게 통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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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누리는 평화, 그게 통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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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5.06 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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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만나는 한국 토착 사상 기행 - 8 | 천지은 교도(원불교출판사 편집장, 남중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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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내게 “한국 토착사상 사진을 왜 찍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무언가를 바꿀 수 있는 방법은 모든 것을 아주 천천히 다시 쳐다보는 거다”라고 말할 것이다. 그게 내가 사진을 찍는 이유이다. 물론 카메라에 담긴 사진은 보기에 아름다운 것도 있지만, 지닌 뜻이 보다 더 깊은 의미를 담고 있을 때가 두고두고 이야깃거리를 만든다. 굳이 앵글 너머 세상이 아니더라도 사람도 사물도 마찬가지다.


산과 강, 풀과 나무, 인간의 역사와 우주 자연은 끊임없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얽혀서 천천히 변화하고 있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꿈꿔 온 이상향은 또 어떨까? 역사를 통해서도 보았듯이 우리는 '불행이라는 선천'에서 '행복이라는 후천'으로 가고자 하는 민중의 꿈이 세월을 관통하며 얽혀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나는 한국 토착사상을 기행하면서 비극적인 사상의 단절을 보았다. 특히 6.25 한국전쟁이 지나간 뒤, 억압받는 민중들이 주체적으로 창조해낸 사상과 운동들의 흔적이 말소되어온 것을 역사적으로 어디에서나 잘 보았다. 기록만이 아니라 구전까지, 구전뿐만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의 기억조차 또는 집안과 집안 사이에서의 족보에서마저도 남의 눈에 띄지 않도록 그 자취들을 없애버리는 비극적인 광경을 볼 수 있었다. 이런 점들을 생각한다면 우리는 사상의 본질에 접근하기 위해 가지가지의 방법을 찾아내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몇 해 전, 두물머리에 간 적이 있다. 새벽안개를 헤치고 서서히 드러나던 풍경을 가만히 내려다보며 강물이 이곳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만남이 있었던가를 짐작해봤다.


산전수전 다 겪은 사람이 지닌 인품의 향기처럼, 한데 모여서 산 그림자를 휘감고 흐르는 넉넉한 강물은 유연하게 다시 제 갈 길로 흘러갔다. 그 모습에서 인간사의 반목이나 갈등을 치유해줄 것이라는 소망이 느껴지는 것은 너무 지나친 비약일까.


소설가 김훈은 산문집 『자전거 여행』에서 “강물이 만날 때, 강물은 합치되 부딪히지 않는다. 강물은 소리도 없이, 흔적도 없이, 구획도 없이, 합쳐서 하나를 이룬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한반도의 통일도 끊임없이 맞물고 돌아가는 변화의 극에서 마침내 일상을 누리는 것처럼 평화에 도달했으면 좋겠다. 본래 하나였었다는 점에서 보면 도달이랄 것도 없지만, 인간의 무명(無明), 어두움, 망각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라면 이제라도 인위적인 인식 노력과 자각적 실천을 통해 그 통일성을 회복해 갔으면 한다.


* 사진 설명 : 두물머리(일명 양수리) - 두물머리는 금강산에서 흘러내린 북한강과 강원도 금대봉 기슭 검룡소(儉龍沼)에서 발원한 남한강의 두 물이 합쳐지는 곳이다. 한자로는 '양수리(兩水里)'라고 쓴다.
일반적으로 이곳은 양수리에서도 나루터를 중심으로 한 장소를 가리키며, 두 강물이 머리를 맞대듯이 만나 하나의 강으로 흐르는 곳의 지명으로 사용한다. 여기 실린 사진은 '남과 북이 만나고 좌우 진영까지도 하나 되는 그날의 소망을 담아 포토샵으로 합성한 것'임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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