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궁궁촌은 사람의 마음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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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궁궁촌은 사람의 마음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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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6.18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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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만나는 한국 토착 사상 기행 - 11 | 천지은 교도(원불교출판사 편집장, 남중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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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자였던 아버지를 일찍 여윈 최제우는 어려운 집안 살림을 감당해야 했다. 장사를 하거나, 의술과 점술(占術)을 펼치거나 서당에서 글을 가르치면서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그는 양산과 경주 등지를 떠돌다가 울산을 거점 삼아 16년 동안 생계를 이어가고 전국을 떠돌았다. 나그네처럼 떠도는 수운의 발길 앞에 펼쳐진 세상은 그러나 모순투성이였다. 가난의 참혹까지 더해져 수운의 가슴은 답답하기만 했다. 마침내 수운은 현실의 모순을 해결할 수 있는 진리를 찾기로 하였다.


1854년, 그는 유랑을 청산하고 유곡동으로 돌아와 여시바윗골에 초가를 짓고 수행을 시작했다. 1855년 3월, 수운은 금강산 유점사에서 왔다는 선사로부터 신인(神人)에게서 받았다는 기서(奇書)를 얻게 된다. 이를 천도교에서는 '을묘천서(乙卯天書)'라고 하는데, '하늘에 기도하라'는 내용으로 전해지고 있다. 을묘천서는 수운이 득도의 길로 전환하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이를 바탕으로 그는 천성산 내원암 적멸굴에서 49일 용맹정진을 하는 등 구도를 계속한 끝에 1860년 4월 5일 마침내 경주 용담정에서 득도하기에 이른다.


수운은 한글 경전『용담유사』에서 '이재궁궁(利在弓弓)'이라는 표현을 썼다. 즉 이로움은 궁궁에 있다며 십승지나 피난처로 꼽히는 궁궁촌을 찾아 헤매는 사람들에게 “진정한 궁궁촌은 산세나 수세, 지세 등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사람의 마음에 있다”고 가르쳤다. 이 점에서는 수운의 사상과 소태산 대종사의 사상은 같다고 볼 수 있다.


“동학 가사에'이로운 것이 궁궁을을에 있다(利在弓弓乙乙)'는데 무슨 뜻이냐고 조원선이 묻자 “세상에는 구구한 해석이 많이 있으나 글자 그대로 궁궁은 무극 곧 일원이 되고 을을은 태극이 되나니 곧 도덕의 본원을 밝히심이요, 이러한 원만한 도덕을 주장하여 모든 척이 없이 살면 이로운 것이 많다는 것이라.”고 대종사가 답하였다. 또 “궁을가를 늘 부르면 운이 열린다 하였사오니 무슨 뜻이오리까?”라며 묻자 “염불이나 주송(呪誦)을 많이 계속하면 자연 일심이 청정하여 각자의 내심에 원심과 독심이 녹아질 것이며, 그에 따라 천지 허공 법계가 다 청정하고 평화하여질 것이라는 말씀이니 그보다 좋은 노래가 어디 있으리오. 많이 부르라.”고 답하였다.(『대종경』변의품 29장)


결국 궁궁은 다른 데 있지 않고 마음에 있으니, 마음공부를 하라는 말씀이다. 우리는 마음공부를 개인의 내면을 다스리는 공부라고 쉽게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사회나 공동체가 궁궁을을의 방향으로 가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마음공부를 하는 진정한 요체라고 수운과 소태산은 말하고 있다.


# 사진 설명 : 수운 최제우 유허지 울산여시바윗골 초당(울산광역시 중구 원유곡길 103) - 울산은 부인 박 씨의 고향으로, 수운은 이곳 여시바윗골에 초가를 짓고 수련을 계속 하던 중 1855년에 깨달음에 이르게 되었다고 한다. 이를 '을묘천서(乙卯天書)'라고 부른다. 이곳에는 1997년에 천도교에서 세운 '천도교 교조 대신사 수운 최제우 유허비'와 1999년에 세운 비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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