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별성과 주착심 그리고 집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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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별성과 주착심 그리고 집착
  • 관리자
  • 승인 2018.06.21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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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튼교무의 정전산책 (118) ㅣ 방길튼 교무(나주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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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은 중요합니다. 기억이 없으면 개체도 마음도 작동할 수 없게 됩니다. 어제의 기억이 있기에 오늘의 내가 있고 내일의 내가 지속될 수 있는 것입니다. 만일 기억상실에 빠지면 나라는 개체성은 없게 됩니다.


기억하는 능력이 없다면 과거란 존재 할 수 없고, 기대하는 능력이 없다면 미래도 존재할 수 없는 것입니다. 기억의 다른 면이 기대입니다. 기억에 근거해서 미래를 기대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미래에는 과거가 있고 과거는 미래를 품고 있습니다.


# 기억과 기대 그리고 집착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기억에는 긍정적인 면과 함께 부정적인 면이 있습니다. 부정적 기억은 바로 집착에서 발생합니다. 기억은 소중하나 집착은 놓아야 합니다.


집착한다는 것은 기억에 묶여 있는 것으로 과거에 붙들리고 현재에 연연하며 미래를 염려하는 삶입니다. 이러한 집착은 부재와 기대에서 발생합니다.


예를 들면 지갑에서 돈을 분실했을 때 우리는 그 없어진 돈에 집착합니다. 이처럼 있다가 없으면 그 없음에 집착하게 됩니다.


만일 시험성적에 집착하면 삶은 시험에 묶이게 됩니다. 혹여 시험결과가 기대에 못 미치게 되면 자살로 이어지곤 합니다. 앞길이 시험여부에 달려 있다고 여기므로 시험에 문제가 있게 되면 그것을 전부로 여기게 되는 것입니다.


집착은 그것만 보게 합니다. 이처럼 집착은 시야를 근시안으로 만듭니다. 주변을 돌아볼 여유를 없게 합니다. 그것만이 유일한 길이며 그것만이 행복이라 여깁니다. 다른 길은 없다고 여깁니다. 강박에 빠지게 됩니다.


또는 과거의 영화를 잃지 않기 위해 그리고 이러한 영화가 미래에 까지 지속되기를 바라는 사람은 그러한 기대와 그러한 기대치의 결여에 대한 근심걱정을 끓이며 살게 됩니다.


있는 부를 지키기 위해 모든 관심을 부의 지속에 투입하면 삶은 부에 묶이게 됩니다. 이러한 미래에 붙잡혀 있는 삶은 살아 꿈틀거리는 생생한 마음을 매몰시키게 됩니다.


이처럼 기억과 기대가 집착으로 작동 하면 우리의 삶은 고통에 매이게 됩니다. 자신도 고통에 사로잡힐 뿐만 아니라 내 앞의 인연에 대해 신경 쓸 여유도 없게 됩니다.


# 분별성과 주착심 그리고 집착
소태산 대종사는 이러한 집착을 분별성과 주착심이라고 하셨습니다. 분별성은 분별하는 성질로 분별하는 실체라면 주착심은 이러한 분별성이 강화된 마음입니다. 정신은 분별성이 없지 분별이 없는 것은 아니며 주착심이 없지 주(住)하는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집착은 한마디로 선입견이며 고정관념이며 강박관념입니다. 집착하면 경계에 매몰되고 묶입니다. 청소를 예로 들면, 깨끗이 해야 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히면 청소를 하면 옳고 청소를 안 하면 그르다고 여깁니다. 청소는 필요할 때 하는 것이지 청소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습니다. 청소는 하되 청소에 집착해서는 안 됩니다. 이러한 집착이 분별성과 주착심입니다.


어느 선사가 몽둥이를 휘두르면서 “이 몽둥이가 있다고 해도 맞을 것이고, 없다고 해도 맞을 것이다.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맞을 것이다. 이 몽둥이는 있는가 아니면 없는가? 말해보라.”고 제자들을 다그칠 때, 만일 몽둥이에 집착하면 눈앞에 텅 비었으되 환히 비추고 있는 자리가 숨게 됩니다. 이 집착을 놓을 때 눈앞에 역력한 공적영지가 감지되는 것입니다. 분별성과 주착심에 사로잡히지 않을 때 공적영지가 드러나는 것입니다.


분별성과 주착심이 없는 정신의 세력을 확보할 때 과거의 기억에도 붙잡히지 않고 미래의 기대에도 붙잡히지 않으며, 과거와 미래에 연결된 현재도 내려놓을 수 있게 됩니다.


그러면 과거와 미래가 단절된 현재에 머물 수 있는 것입니다. 과거에 묶이지도 않고 현재에 연연하지도 않으며 미래를 염려하지도 않게 됩니다.


그러할 때 지금 불어오는 바람의 감촉도 옆에서 근심에 사로 잡혀 있는 동료의 마음도 들여다 볼 여유가 있게 될 것입니다. 애증의 집착에서 통찰의 거리를 둘 때 그 사람의 다른 면도 살펴볼 수 있는 것입니다. 두렷하고 고요한 정신이 살아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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