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울안칼럼 | 기업가 정신과 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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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울안칼럼 | 기업가 정신과 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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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8.01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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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오 교도 (분당교당, 건국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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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능한 젊은이들이 시험에서 실수하지 않는 연습만 하고 있으니

요즘 큰 이슈가 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청년 일자리 문제이다. 대기업들은 인건비가 저렴한 동남아 쪽으로 투자를 늘려가고 있고, 상대적으로 근무여건이 열악한 중소기업은 오히려 구직난 속에 구인난을 겪고 있다.


정부는 안정적인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공무원 수를 크게 증원하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일시방편일 따름이다. 마이크로소프트 미국 본사를 방문하고나면 미국학생들은 나도 창업하여 이렇게 좋은 회사로 키우겠다는 야망을 갖는 반면, 한국학생들은 나도 이렇게 좋은 회사에 취업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갖는다고 한다.


사회환경과 교육이 이처럼 상반된 가치관을 갖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우리나라 젊은 사람들은 모험적인 창업보다는 안정적인 직장을 선호한다. 수많은 청년들이 소위 철밥통이라는 가장 안정적인 직장인 교사, 공무원 시험 준비를 위해 고시원에서 청춘을 불사르고 있다. 그 경쟁률이 수백 대 일이 되고 보니 시험문제는 변별력 강화를 위해 매우 까다롭게 출제되고 있다. 한참 지식을 늘리고 창의적인 사고를 넓혀야 하는 나이의 유능한 젊은이들이 시험에서 실수하지 않는 연습만 하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최근에는 대학마다 기업가정신 과목을 개설하여 젊은이들의 창업의지를 북돋우고 있고, 정부에서도 청년창업을 돕기 위한 창업지원프로그램도 많이 제공하고 있다. 기업은 기업가의 꿈과 아이디어로 출발하여 기업가정신에 의해 구체적으로 실현된다. 기업가정신은 자원이나 인력의 제약을 기꺼이 감수하고 기회를 포착하여 상업화 하는 행위를 말한다. 기업가정신에는 창의와 혁신이 근본적 요소이고, 이는 현실에 만족하지 않고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는 진취성을 일컫는다.


얼마 전에 참석한 경인교구 회장단 훈련에서의 핵심 논제는 '교화'였다. 당시 교화를 논하면서 창업과 기업가정신이 뇌리에 떠올랐다. 경인교구 교의회 의장이신 민산 조제민 법사님의 고교시절 교화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게 바로 기업가정신이고 창업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양정교당 설립 시, 조 의장님 혼자서 학생회를 시작했는데 3년 만에 70여명이 법회를 볼 정도로 학생회를 키웠다고 한다. 쉬는 시간에 고교후배들 교실을 돌면서 원불교에 대하여 설명을 하고 교당에 나오도록 했고, 명문고인 부산고교 학생들이 교당에 다니니 교당에 오는 여학생들도 많아져 자연스레 양정교당 학생회가 크게 발전했다고 한다.


1970년대에는 원불교가 그다지 알려지지도 않았기 때문에 고등학교 학생이 교화를 하기는 정말 어려웠을 것이다. 민산님이 최근 교당에 비전팀을 만들어 분당교당 비전을 발표했다. 3000명이 법회를 보는 교당의 꿈을 이야기 하면서 약간 울먹였다. 그만큼 간절함이 컸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우리 모두 그러한 간절함이 있다면 교화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다음은 강덕영 등의 「경영은 도전이다」에서 성서에 나온 이야기를 인용한 부분이다.


어느 날 오래된 벗이 사막을 넘어 친구 집을 방문했다. 그러나 그 친구는 너무 가난해 먹을 것이 없었다. 그러나 밤늦게 찾아온 친구는 배가 고파 죽을 지경이었다. 그래서 집주인은 옆집 부자에게 아주 늦은 밤에 밥을 부탁했다. 그러자 부자 이웃은 “야, 이 미친놈아 이 밤중에 무슨 소리냐, 내일 아침에 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가난한 친구는 또 옆집 주인을 불렀다. “내 친구가 죽게 됐으니 제발 부탁한다”고. 그러자 옆집 주인은 또 소리쳤다. “없으니 가라”고. 그러나 이 친구는 끈질기게 또 사정 이야기를 했다.


결국 부자 이웃은 “네가 예뻐서가 아니라 내가 잠을 자야하니까 너에게 밥을 준다”고 말하고 밥을 주었다. 배고픈 친구에게 밥을 먹인 것은 그의 '머리'가 아니라 그의'발'이었다. 비록 너무 늦은시간이었지만, 그리고 거절당할 것을 뻔히 알았지만, 그는 배고픈 친구를 위한 간절함에 이웃집 부자에게 밥을 부탁하러 갔던 것이다. 그 부자가 비록 말은 “네가 예뻐서가 아니라 내가 잠을 자야하니까 너에게 밥을 준다”고 했지만, 속마음은 달랐을지도 모른다. “친구를 위하는 마음도 대단하고, 끈기도 대단한 사람이구나”라고 속으로 감탄을 수도 있다. 우리가 교화를 할 때 간절한 마음으로 끈질기게 한다면 분당교당 3000명 법회도 뜬 구름 잡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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