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성性으로 차별과 미움받지 않는 세상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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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성性으로 차별과 미움받지 않는 세상을 꿈꾸며
  • 관리자
  • 승인 2018.08.02 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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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요, 시네마 ㅣ 조휴정(수현, 강남교당) KBS1 라디오 ‘박종훈의 경제쇼’ 연출

'델마와 루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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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들으면 '그때를 아십니까' 수준이지만 1980년대까지도 여성인권에 대한 인식은 정말 낮았습니다. 직장에서 성(性)희롱적 발언은 다반사였고 집안에 우환이 생겨도 '여자 잘못 들여서', 남편이 일찍 죽어도 '남편 잡아먹은 팔자 쎈 여자' 탓이라며 다 여자에게 뒤집어씌웠죠.


아직도 없어지지 않은 서방님, 도련님, 아가씨, 형님.. 등 시댁의 호칭은 가족의 언어가 아닌 계급의 언어입니다. 하지만, 요즘은 여성들의 파워가 만만치 않죠. 여성들이 공부는 물론이고 스포츠나 여러 방면에서 탁월한 성과를 내고 있고 가정에서도 딸 바보라는 말이 생길만큼 귀한대접을 받죠.


남성들의 인식도 많이 바뀌어서 직장에서도 행동이나 말을 조심하고 아내에게 충성(?)을 다하는 남자들의 이야기는 차고 넘칩니다. 이렇게 원만하게 사회분위기가 변화하고 있는 것 같았는데 최근들어 남녀갈등의 수위가 위험해보입니다. 서로를 향한 적대감이 철천지원수 수준이라 저 같은 옛날 사람은 기사를 읽는 것 조차 힘이 듭니다. 저는 여자이긴 하지만 아들만 둘을 둔 엄마이기도 해서 남녀갈등을 양쪽에서 다 헤아리게 됩니다.


입장 바꿔 생각해보면 이렇게까지 극단적으로 치닫지는 않겠지만 아무래도 남성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바로, 여성들이 일상에서 겪는 크고 작은 성적인 위협입니다. 여성으로 태어났다면 어려서부터 '이상한 남자'들의 크고 작은 성적인 위협을 당하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겁니다. 어려서는 그런 일들이 뭘 의미하는지 몰랐거나 성장해서는 용기가 없어 저항하거나 신고하지 못했을 뿐 끔찍하고 불쾌한 '이상한 남자'들이 얼마나 많은지 같은 남자들은 알까요?


'델마와 루이스(1991년작, 리들리 스콧감독)'도 여행길에서 만난 그런 남자들 때문에 인생이 완전히 파국으로 치닫게 됩니다. 이제는 페미니즘 영화의 대표작이 된 '델마와 루이스'의 줄거리는 많은 분들이 아실 겁니다. 식당에서 일하지만 이성적이며 심지가 굳은 루이스(수잔 서랜든)와 폭력적인 남편을 둔 가정주부 델마(지나 데이비스)는 가벼운 마음으로 여행을 떠납니다. 하지만, 인생은 예측하지 못했던 상황에서 아주 우발적 사고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곳으로 휩쓸려가곤 하죠.


휴게소에서 델마를 강간하려던 건달을 루이스가 총으로 쏘면서 두 여성은 도망자가 되고 마는데요, 어쩌면 수 없이 많은 남자들의 성희롱과 성추행에 질리고 질린 루이스의 분노가 폭발했던 건지도 모릅니다. 졸지에 도망자가 된 두 여성은 중간에 또 다른 건달(브래드피트)을 만나 갖고 있던 돈을 모두 털리면서 은행 강도까지 하게 됩니다. 평범한 두 여성의 일탈은 마치 오래전부터 그래왔던 것처럼 점점 더 대담해집니다.


여성이라는 DNA에 차곡차곡 쌓여왔던 분노와 복수에 대한 열망 때문일까요? 델마와 루이스에게 저급한 희롱을 일삼던 유조차 트레일러 운전사에게 “너의 어머니와 아내라면 이렇게 하겠느냐”며 유조차를 폭파시켜버리는 장면에서 여자라면 누구랄 것 없이 짜릿한 희열을 느꼈을 겁니다. 하지만 거기까지죠. 자신들을 향해 서서히 다가오는 경찰차를 뒤로하고 델마와 루이스는 서로를 향해 미소 지으며 그랜드캐년의 광활한 자연으로 생애 처음의 멋진 비상을 감행합니다.


요즘도 델마와 루이스가 있느냐고요? 분명한건 델마와 루이스를 괴롭혔던 추악한 남성들은 아직 있다는 겁니다. 여성이 겪고 있는 일상적인 성적 위협만 남성들이 적극 공감해줘도 많은 문제가 풀릴것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여성(남성)을 차별하면서 인간적으로 성숙한 남성(여성)을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남과 여는 영원히 함께 살아야할 짝입니다. 증오로는 어떤 문제도 풀리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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