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운의 죽음에 담긴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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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운의 죽음에 담긴 의미
  • 관리자
  • 승인 2018.08.02 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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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만나는 한국 토착 사상 기행 - 17 | 천지은 교도 (원불교출판사 편집장, 남중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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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민족은 열강들의 숱한 간섭과 일제에 의한 강제점령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다. 그 시기는 민족의 자존심을 훼손당하고, 민족 스스로의 발전이 중단되는 고통의 역사였다. 그러나 우리에겐 역사적 현실에 굴복하거나 타협하지 않는 투쟁의 역사가 있으며, 그로 말미암아 지금 우리가 존재하는 것이다.


최근에 구한말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를 보았다. 이 드라마는 '뜨겁고 의로운 이름, 의병'에 대한 이야기다. 누군가는 자식을 지켜내기 위해 제 목숨을 걸었고, 누군가는 나라를 위해 죽음도 피하지 않았다. 그리고 누군가는 핍박하기만 했던 나라지만 그곳에서 살아갈 아이들, 동료들을 위해 목숨을 던졌다. 이들의 죽음은 시대가 가진 아픈 공기를 드라마 전편에 깔아주었다.


열강들이 몰려오는 시기였고, 나라는 있으나 나라 걱정하는 이들은 별로 없는 조정과 신분사회 속에서 사람 취급받지 못하며 살아가던 민초들이 사실상 나라를 지키기 위해 초개와 같이 목숨을 던지던 이야기는 어쩌면 지금도 계속 이어지는 현실을 환기시키며 그 시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역사는 기록하지 않았으나 우리는 기억해야 할, 무명의 의병들. '그래서 첫 회에 장렬히 죽음을 맞이한 그들은 바로 이 '무명'의 존재들이 사실상 그 역사의 주인공들이었다는 걸 드러낸다. 이들의 죽음은 그래서 이 이야기를 이끌어갈 후대들의 피에 각인된 삶의 동기가 된다.


드라마를 보는 내내 어찌된 일인지 자꾸 대구 감영에서 온갖 고초를 당하고 죽음을 맞이했을 수운의 삶과 주검을 생각했다. 민심을 혼란케 한다는 좌도난정(左道亂政)의 죄목을 쓰고 1863년 12월, 경주 용담에서 관군에게 체포된 수운은 한양으로 잡혀 올라가던 길에 과천에 도착하였을 때 철종 임금이 돌아가시므로 다시 대구 감영으로 이송되어 수감되었다.


현재 대구 감영의 자리는 대구종로초등학교가 들어 서 있으며 교정에는 400년 넘은 회화나무가 계절마다 울창하게 잎을 드리우고 있다. 이 나무는 억울하게 희생된 수운 최제우의 감옥 생활을 지켜보았을 것으로 생각되어 '최제우 나무'라 이름하였다고 전한다. 미래를 책임질 청소년들은 물론, 온 국민들이 수운의 숭고한 뜻을 기리고, 부끄러운 지난날의 역사를 극복하기 위한 뜻을 배우는 역사의 산 교육장이 아닐 수 없다,


이 땅에 동학이 창도 된 지 159년, 그 후 1905년 동학을 천도교라는 근대적 제도종교의 틀로 재편한 지 114년이 된다. 동학을 종교적으로 계승하고 그 신앙 수행 공동체를 수호하면서 동학의 뜻을 세상에 펼치기 위하여 숱한 희생을 치러왔음을 잘 안다. 하지만 쇠약해질 대로 쇠약해진이 시대 동학은 다시금 수운의 죽음에 담긴 의미를 되새기고 '사즉생(死卽生)'의 결단을 결행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 사진 설명 : 최제우 나무 - 대구종로초등학교 교정에 있는 수령이 400년 정도 된 회화나무이다. 높이 약 17미터, 가슴높이둘레 2.8미터. 민심을 혼란케 한다는 좌도난정(左道亂政)의 죄목을 쓰고 1864년 경상감영(현 대구종로초등학교)에서 억울하게 희생된 수운 최제우의 감옥 생활을 지켜보았을 것으로 생각되어 '최제우 나무'라 이름 하였다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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