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와! 원불교학과는 처음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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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와! 원불교학과는 처음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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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8.06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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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교무의 ‘유림산책’儒林散策 (22) | 박세웅(성호) 교무(원광대학교 마음인문학연구소 HK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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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대학교 원불교학과에서는 여름방학을 맞이하여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원불교학과 진학캠프를 하였다. 그 주제가 '어서와! 원불교학과는 처음이지?'였다. 이곳에 참석한 아이들의 제일 큰 참여 동기는 바로 평소 전무출신과 다른 직업에 대한 갈등 때문이었다. 원불교학과에 진학하여 전무출신을 하게 되면 평소 자신의 관심분야에 대한 모든 것들을 포기하고, 재능과 소질조차 제도에 갇혀 마음껏 발휘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걱정한다. 하지만 전무출신만큼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직업 또한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이들은 이것이냐 저것이냐를 두고 고민한다. 원불교학과에 처음 온 아이들에게 이들보다 앞서 교단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과연 어떻게 이야기해주어야 할까?


맹자(孟子)는 직업 선택의 중요성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씀한 적이 있다. “화살 만드는 사람이 어찌 갑옷 만드는 사람보다 인(仁)하지 못하겠는가마는, 화살 만드는 사람은 행여 사람을 상하지 못할까 두려워하고, 갑옷 만드는 사람은 행여 사람을 상할까 두려워하나니, 무당과 관 만드는 목수도 또한 그러하다. 그러므로 직업을 선택함에 삼가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맹자』 「공손추장구」) 맹자의 말씀에 따르면 사람에게는 누구나 사람을 사랑하는 인(仁)이 내재되어 있지만 그 직업여하에 따라 일생을 통해 그 인의 마음을 확충할 수도 있고, 사장시킬 수도 있다는 말이다. 화살과 관을 만드는 사람은 자연 '죽음'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고, 반면 갑옷을 만드는 사람과 사람들의 소망을 대신 빌어주는 무당은 '삶'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처럼 말이다.


대종사 역시 직업선택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씀하였다. “사람의 직업 가운데에 복을 짓는 직업도 있고 죄를 짓는 직업도 있나니, 복을 짓는 직업은 그 직업을 가짐으로써 모든 사회에 이익이 미쳐가며 나의 마음도 자연히 선하여지는 직업이요, 죄를 짓는 직업은 그 직업을 가짐으로써 모든 사회에 해독이 미쳐 가며 나의 마음도 자연히 악해지는 직업이라, 그러므로 사람이 직업을 가지는 데에도 반드시 가리는 바가 있어야 할 것이다.”

대종사가 말씀한 본의는 앞서 맹자의 말씀과 상통한다. 하지만 대종사는 더 나아가 모든 직업 가운데에 제일 좋은 직업은 일체 중생의 마음을 바르게 인도하여 고해에서 낙원으로 제도하는 부처님의 사업이라고 말씀한다. 또한 사람이 세상에 나서 할 일 가운데 큰 일 두 가지가 있는데 그 하나는 정법의 스승을 만나 성불하는 일이요, 그 둘은 대도를 성취한 후에 중생을 건지는 일이라, 이 두 가지 일이 모든 일 가운데 가장 근본 되고 큰일이 된다고 하였다.


파란고해의 일체생령을 광대무량한 낙원으로 인도하는 제도 사업을 해나가는데는 다양한 분야의 인력이 필요하다. 대종사는 출가공부인의 의식 생활도 각자의 처지를 따라 직업을 갖게 할 것이라고 밝힌 바가 있다. 물론 경제 방면에 중점을 두신 말씀이지만 이는 그 직업을 통해 제도사업의 다양성과 전문성을 확보하는 길도 될 것이다. 어쩌면 대종사는 직업선택의 기로에서 원불교학과에 진학하기를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원불교학과에 진학하는 것은 너의 그 꿈을 포기하고 오라는 것이 아니라 너의 그 꿈을 더 가치 있게 키우고 더 크게 쓰기 위해 오라는 것이다.”라고 말씀해주지 않을까.


정산종사는 세상에 나서는 이의 가장 중요한 일은 최초의 발원을 크게 세움이니, 성불제중의 원이 모든 발원 가운데 으뜸이라고 하였다. 세상을 향해 걸음을 내딛는 우리 아이들이 자신의 작은 발원에 갇히지 말고, 그 발원을 더욱 크게 세워 대종사의 일대경륜 제생의세를 함께 실현해가기를 염원해본다.


“어서와! 세상에 가장 근본 되고 큰일은 처음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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