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연재 | 도가니탕과 운동화 네 켤레
상태바
특별연재 | 도가니탕과 운동화 네 켤레
  • 관리자
  • 승인 2018.08.06 06: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국 깐수성에서 보낸 편지 ① | 원익선 교무(원광대학교 정역원)

특별연재(평화마라톤).jpg

지금은 2층 양옥으로 단장된 서울 최초의 교당인 창신동 경성출장소 터에서 자고 새벽 4시에 일어났다. 어젯밤(7월 20일) 광화문에서 상생·평화·하나를 주제로 열린 원불교 평화기도의 흥분이 채 가시지 않았다. 평화를 바라는 간절한 기도문은 물론 평화를 내용으로 수놓은 음악은 심금을 울렸다. 교법의 사회화를 위해 일생을 쏟은 우리 선진님들이 보셨다면 얼마나 좋아했을까. 김선명 교무님(원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은 잠을 못 이뤘다고 했다.


주산 송도성 종사님이 약관 20세의 나이에 출장소장을 하며, 세상을 위해 심신을 불태웠던 곳, 그곳에서 나의 영혼 또한 정화되는 것 같았다. 뜨겁게 타오르는 법열로 활활 불태울 것 같은 기운을 느낀다. 이 기운을 가지고, 오늘 평범하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은 우리의 법 동지를 만난다. 주산종사님의 살아 있는 혼은 이미 작년 9월1일부터 헤이그로부터 시작해 유라시아 대륙에서 평화의 태풍을 휘몰아치며 동진(東進)하고 있다.

그 혼의 주인공은 중곡교당의 강명구(법명 진성) 평화마라토너이다. 우리가 오늘(7월 21일) 출발하는 이유 또한 한반도와 세계평화를 위해 온몸을 불사르는 그 혼을 만나러 가기 위한 것이다. 5시 30분에 동대문 버스정류장에서 '원불교강명구후원회' 구한이 간사를 만났다. 인천공항행 리무진을 타고 6시 45분에 도착했다.


원불교인권위원회 지수인 사무국장님과 원불교환경연대 이태옥 사무처장님이 강명구 선생님이 드시고 싶다는 도가니탕을 아이스 팩으로 채운 보온박스에 넣어 공항으로 가져왔다. 마라톤 운동화 네켤레와 함께, 빵집에서 간단하게 아침을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향후 북경에서는 지원 서포터즈를 모아 대대적으로 후원하자는 것, 후반으로 갈수록 이 평화마라톤을 한국사회에 알려 평화의 분위기가 상승하도록 하자는 것, 만약에 신의주를 통과하고 평양을 거쳐 판문점을 통해 내려오게 되면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이 마라톤의 의미를 더욱 홍보하고, 원불교 평화운동을 배가시킬 동력으로 활용하자는 것 등 진지한 이야기가 오갔다. 뜻 깊은 아침이었다. 어제도 힘을 모아 역사적인 평화기도회를 열었지만, 사회를 향한 종교적 역할에 대해 재가·출가가 함께 교감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주산종사님께서 꿈꾸시던 것이 아니었을까?


출국수속을 하고, 면세점에서 강명구 선생님이 드시고싶다는 도가니탕에 구색이 맞는 총각김치와 배추김치를 샀다. 대한항공으로 아침 9시 30분쯤 출발해서 2시간 반 걸리는 시안(西安)을 향했다.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이 육중한 현대문명의 총아인 비행기가 하늘로 나는 것을 보면 경이를 금치 못한다.


원불교 또한 이제는 이 비행기처럼 세계로 비상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언제나 지상에 있으면 이 세계에서 저 세계로 맘껏 가지 못한다. 갈매기 조나단처럼 용기를 내어 보다 넓은 세계를 향해 비상하여 날아가는 원불교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바쁘다는 핑계를 대고 그 동안 현지에 관한 역사나 문화조사를 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한겨레신문의 개인 글 모음인 '한겨레: 온'에는 3일에 한 번씩 올리는 강명구 선생님의 사진과 글이 올라오는데 벌써 100회를 훌쩍 넘겼다. 이 글들을 읽고 있노라면 평화마라톤을 위해 얼마나 많은 준비를 하셨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각 지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그렇게 해박할 수가 없다.


그 사실 위에 마라톤을 통해 동서를 꿰고 남북을 관통한다. 미지의 세계로부터 거시적인 우주로까지 무한대의 상상력과 영혼의 확대가 파노라마를 그린다. 하나의 대하드라마를 보는 느낌이다. 그러니 이곳 깐수성(甘肅省)에 대한 공부를 했어야 했다. 더구나 불교가 전해진 실크로드의 마지막 길이 아닌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