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튼실한 열매를 맺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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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튼실한 열매를 맺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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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8.16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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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독일인 교도에 대한 교단의 기록을 살펴보면 원기 49년(1964) 독일인 프리츠 허먼 씨의 입교 기록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본격적인 독일 교화의 시작은 원기 71년(1986) 4월 독일 연방정부로 부터 사단법인 원불교에 대한 등록을 승인 받은 것으로 시작된다. 같은 해 서독 프랑크프르트 교당이 사단법인 등록을 승인받게 되고, 원기 77년(1992)에 이르러 프랑크푸르트선교소가 독일의 최초 교당으로 문을 열게 된다.


이후 독일은 원기 83년(1998)에 레겐스부르크 법인 승인과 원기 86년(2001) 베를린교당 신설, 원기 94년(2009) 쾰른교당 신설로 유럽에 위치한 국가중에는 가장 많은 교당이 세워졌다. 이번 탐방의 독일 지역을 담당한 원광대 마음인문학연구소 이기흥 교수는 “독일은 다른 유럽국가보다 기후가 좋지 않아, 사람들이 집안에 앉아 사색하는 습관이 생겨서 많은 철학자를 배출하게 됐다. 그래서 명상에도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닐까?”라고 위트 있게 전한다. 독일 유학의 이력을 가진 그의 말이기에 빈말은 아닐터.


그 가운데에서도 독일인 최초의 교역자인 원법우(페터 스탑나우) 교무가 근무하는 레겐스부르크 교당은 더욱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푸른 눈의 독일인이지만 늘 갖춰 입는 생활한복과 목에 걸고 있는 염주가 영락없는 수도인의 모습이다.


평소 불교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레겐스부르크대학에 유학 온 봉명근 교도(대치교당, 전북대학교 교수)와의 인연으로 프랑크푸르트교당에 나오게 됐다. 원기 79년 입교해 법우(法雨)란 법명을 받고 단박에 출가를 결심해, 정해진 교육과정과 교무고시를 마친 뒤, 원기 87년 출가식을 통해 그의 법명처럼 독일 지역에 '법의 비'를 뿌리는 교역자로 거듭났다.


이후 그는 한국인 아내인 이성전 정토와 함께 자신의 집을 교단에 희사하고 교당으로 삼아 현지인 교화에 여념이 없다. 또한 원기 89년에는 이윤덕 교무가 합류해 레겐스부르크 교당은 현지 교화에 가장 성공한 교당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레겐스부르크에 등록된 교도는 대략 60~70여명. 매주 목요일 저녁에 열리는 정례법회에는 많게는 30여명 이상의 현지인 교도들이 참석을 한단다. 기존 해외교화의 주된 대상이던, 교포나 주재원이 아닌 현지인들로 법당이 가득 찼다. (사진 ①)

7월 5일(목)에 열린 정례법회는 이윤덕 교무가 한국어로 설교를 진행하고, 이성전 교도가 이를 독일어로 통역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교도들이 낭랑한 목소리로 합독(合讀)하는 '나무아미타불'염불과 독일어 음이 달린 '일원상 서원문'독경, 그리고 독일어로 부르는 성가 '원하옵니다'는 이역만리에서 더욱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유럽은 우리와 같이 교당에 유지비를 내거나, 희사(喜捨)를 하는 문화가 없어 원법우 · 이윤덕 교무는 직장 생활을 하면서 교당을 운영하고있다. 특히 이 교무는 교도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몇 년째 설거지를 하면서 사회보장혜택을 보장받고 있다. 어느덧 '접시 닦는 도사'가 다됐다며 웃어 보이는 그는 식당 이외에도 '네팔 히말라야 파빌리온(다음 호에 소개)'에서 주차관리 요원으로 땡볕에 얼굴이 시커멓게 그을려 가면서도 그 와중에 교화를 위해 자신이 입고 있는 티셔츠 뒷면에 레겐스부르크 교당 주소와 연락처를 큼직하게 그려서 입고 다닌다. (사진 2)


일행이 방문했던 7월 8일(일)에는 지역언론사인 '미텔바이리쉐'신문 주최로 열린 원불교 선(禪) 특강에는 백여 명의 독일 사람들이 참석해 원법우 교무의 강의와 염불, 청정주, 선요가 체험과 질의응답을 이어갔다.(사진 3)


원 교무는 지그시 눈을 감고 “모든 생명에게 평화가 있기를, 우리 모두가 본래 하나라는 것을 알아차리기를, 우리 모두가 인류의 한 부분임을 알아서 세계평화를 나누는 사람이 되기를”축원하며 강의를 시작했다.


참석자들은 자신들이 평소에 사용하는 좌복과 명상 도구를 지참해 자유롭게 앉아 깊은 삼매에 들었다. 시간을 마친 뒤, 예리한 질문도 이어졌다. 한 참석자는 “돌아가 의지한다는 의미의 '귀의(歸依)'는 독일어로 피신하다(Fliehen)는 의미를 갖고 있다”며 “자기 안에 있는 평화를 찾는 것을 왜 피신이라고 번역했는가”라고 묻는다. 이에 “그것은 단순한 피신이 아니라 본래의 마음으로 돌아가는 것을 의미 한다”며 여유 있게 받아넘긴다.


이렇게 마음 찾는 이들이 끊이지 않는 한 독일 교화의 미래는 더디더라도 차근차근 튼실한 열매를 맺으리라는 확신으로 그 답변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 졌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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