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이 우주를 바꾼다 (影動天心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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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이 우주를 바꾼다 (影動天心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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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8.23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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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만나는 한국 토착 사상 기행 - 19 | 천지은 교도 (원불교출판사 편집장, 남중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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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한국토착사상 관련 사진전을 하면서 '도대체 일부 김항이 누구냐'는 질문을 수차례 받았다. 사실 나 역시 『소태산 평전(김형수 지음)』을 읽다가 처음 알게 된 인물이다. 한마디로 복희 8괘·문왕 8괘로 표상되는 주역의 선천시대를 우주와 인간의 불완전·미완성 시대라고 얘기한 사람이 일부 김항이다. 가히 그의 정역사상은 후천개벽에 대한 학술적 해명을 열어놓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인물임에도 내 공부가 정역사상의 깊이에 가 닿지 못해 여기서는 간략하게 소개하는 정도에 그친다.


일부 김항 (一夫 金恒, 1826~1898))은 충청남도 논산군(현재 논산시) 양촌면 남산리에서 태어났다. 김항은 손이 무릎 아래까지 내려오는 학자풍의 모습으로 어릴 때부터 착한 성품을 보여주었다. 양보를 잘하였으며 글을 익히고 쓰는 재능이 뛰어났다. 특히 글 읽기를 좋아하여 학문의 깊은 곳 까지 곧잘 들어가 성리학과 예문(禮文)에 조예가 깊었다.


과거를 보거나 관직에 뜻을 두지 아니한 것은 순조와 철종 연간의 정치가 부패와 탐학으로 일관되어 있었기 때문으로 추측한다. 새로운 문명은 철저하게 배제하고 오직 가문의 집권만을 정치의 유일한 목적으로 삼았던 세도정치의 시대였기 때문이다. 김항은 관촉사 은진미륵 앞에서 자주 기도하며 민중의 삶이 조금이라도 나아지기를 소망하였다고 한다.


20세에 여흥 민 씨와 결혼하였다. 결혼 이후에도 입신양명의 공부에는 일체 관심을 두지 않았다. 오로지 성리(性理)를 깨닫고자 하는 공부에 전념하였다. 36세가 되던 1861년에 관직에서 은퇴한 연담(蓮潭) 이운규(李雲圭)가 인근에 정착하자 그의 문하에서 공부하였다.


이운규는 김항을 가리켜 공자의 도를 이어받아 장차 크게 천시(天時)를 받들 것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어느 날 「영동천심월(影動天心月)」이라는 오언절구를 던져 주고는 다른 곳으로 가버렸다. 김항은 이운규가 남긴 오언절구를 화두로 정진하였다. 김항은 『서전(書傳)』과 『주역(周易)』을 탐독하고 영가(詠歌)와 무도(舞蹈)를 통한 정신의 개발 등에 정진한 끝에 진리를 깨달을 수 있었다. 그로부터 19년이라는 긴세월 동안 공부한 끝에 「정역팔괘도(正易八卦圖)」를 그리게 되었고「대역서(大易序)」를 완성하였다.


영동천심월(影動天心月), 즉 '그림자가 천심월을 움직인다.'라는 뜻이다. 천심월에서 천심이란 우주의 중심을 의미하고 월이란 빛을 의미한다고 추측할 수 있다. 그림자는 빛이 없으면 성립할 수 없기 때문에 '영동천심'이라고 할 수 없다. 천심이 중심이라면 영은 변두리고, 천심이 빛이라면 영은 그림자며, 천심이 빛이라면 영은 그늘이다. 김지하는 이를 두고 “그늘이 우주를 바꾼다.”고 하였다.


* 사진 설명 : 일부 김항 - 일부 김항(1826-1898)은 학자로서 정역(正易)을 통해 소위 후천개벽에 대한 학술적 해명을 열어놓은 인물이다. 이 초상화는 인터넷에 소개된 것으로 상태가 좋지 않다.
초상화 원본을 구해보고자 후손에게연락을취했으나, “후손된입장에서 생각하는 존영의 의미를 헤아려 달라”는 답변이 돌아왔고 초상화 원본은 공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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