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와 마음챙김(mindfulness)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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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와 마음챙김(mindfulness)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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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8.30 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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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 처음 만나는 명상(38) ㅣ 박대성 교무(본지 편집장, 길용선원 지도교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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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초반에 본격적으로 유입되어 한국 불교에서 가장 널리 수행하고 있는 '간화선(화두(話頭)를 참구하는 참선법)'에 강력한 도전장을 낸 것이 흔히 동남아시아의 상좌부(上座部) 불교권의 대표적 수행법인 '위빠사나(Vipasana)'입니다. 이 위빠사나는 흔히 관법(觀法)이라는 한문으로 옮겨 쓰이지만, 우리말로는 쉽게 '마음챙김(mindfulness)'이라고 번역이 되어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눈 밝은 수행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마음챙김'이라는 용어는 불교에서만 쓰이고 우리 원불교의 수행법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개념일까요? 결과적으로 이 용어는 가장 원불교적인 수행의 덕목이라는 것을 밝히기 위해 이글을 씁니다.


우선 마음챙김의 어원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고대에 쓰인 인도어의 하나인 팔리(pali)어의 '사띠(sati, 다른 언어인 산스끄리뜨어(梵語)로는 '스므리티(Smrti)라고 쓰입니다)'에서 그 유래를 찾을 수 있습니다. 이는 '기억하다(smr)'와 같은 어원을 갖고 있습니다.


사전에 나타난 사띠는 기억(memory), 회상(remembrance), 주의집중(intentness of mind), 주의 깊음(mindfulness), 인식(recognization), 의식(consciousness), 주목(intentness), 깨어있음(awareness), 관찰력(observing power) 등으로 영역 할 수 있습니다.


한문으로는 번역할 때는 염(念), 억념(憶念), 수의(守意), 의지(意止), 지념(止念) 등으로 옮길 수 있습니다. 사띠를 번역하는 많은 우리말 중에는 대표적으로 마음챙김, 알아차림을 비롯해 마음지킴, 관찰, 주시, 마음집중, 알아차림, 주의 깊음, 주의집중, 수동적 주의집중, 새김 등으로 옮겨지고 있다. 그 가운데에서도 가장 많이 쓰이는 번역은 바로 '마음챙김'입니다.


이제 마음챙김이라는 용어가 우리 원불교의 수행의 개념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원불교 용어인 '대중(원불교대사전에서는 한자로 대중(大中)이라고 나오지만, 대상에 마음을 집중하다는 의미로 대중(對中)이라고 쓰는 것이 타당할 것 같습니다)'은 어떠한 것에 대한 기준을 의미하는 단어입니다. 그래서 '대중을 잡는다'거나 '대중을 삼는다'는 말은'표준', '기준'을 지니라는 의미와 상통합니다. 원불교 수행의 관점에서 '대중'과 '챙김'이라는 용어가 동일한 의미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정전』수행편, 「염불법」에서는 “염불 귀절을 따라 그 일념을 챙겨서”, 「좌선법」에서는 “다만 단전에 기운 주해 있는 것만 대중 잡되, 방심이 되면 그 기운이 풀어지나니 곧 다시 챙겨서”, 「무시선법」에서는 “항상 끌리고 안 끌리는 대중만 잡아갈지니라”는 구절이 보입니다. 마음 대중은 수행의 기준이고 표준이기 때문에 수행자라면 한 때라도 놓지 말고 이 마음 대중을 지켜가야하는 것입니다. 이는 낯선 길을 운전할때 내비게이션이 없으면 큰 불편을 겪듯, 대중없이 마음을 운용하기가 어려운 것과 같습니다.


『대종경』에는 “공부하는 사람은 세상의 천만 경계에 항상 삼학의 대중을 놓지 말아야 할 것이니, 삼학을 비유하여 말하자면 배를 운전하는데 지남침같고 기관수 같은지라, 지남침과 기관수가 없으면 그 배가 능히 바다를 건너지 못할 것이요, 삼학의 대중이 없으면 사람이 능히 세상을 잘 살아 나가기가 어렵나니라.(교의품 22장)”라고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마음 대중을 놓지 않으려면 지속적으로 챙기는 공부가 뒤따라야 합니다. '대중'과 '챙김'은 서로 떨어질 수 없는 관계를 가집니다. 아울러 대중과 챙김은 선종(禪宗)에서 화두를 참구(參究)한다는 의미와도 일맥상통합니다. 간화선(看話禪)에서 화두(話頭)를 참구하는 것을'화두를 챙긴다.'라고 표현하듯 마음의 대중을 세운다를 외치는 마음을 챙긴다는 표현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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