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정기훈련법」에서 “좌선은 마음과 기운을 단전(丹田)에 주(住)하되 한 생각이라는 주착도 없이 하여, 오직 원적무별(圓寂無別)한 진경에 그쳐 있도록 함이니, 이는 사람의 순연한 근본정신을 양성하는 방법”이라 정의하고 있습니다. 결국 좌선은 순수하여 섞임이 없는 순연(純然)한 근본정신을 양성하는 방법입니다.
『정전』 「좌선법」의 '좌선의 방법'에서 “전신의 힘을 단전에 툭 부리어 일념의 주착도 없이 다만 단전에 기운 주해 있는 것만 대중 잡는”것이 기반이 됩니다. 툭 부린다는 것은 내려놓는 것입니다. 몸의 긴장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스트레스 까지 단전에 부리라는 것입니다. 온갖 근심 걱정도 내려놓아 한 생각이라는 일념의 주착도 없이 하는 것입니다. 걱정 염려 불만 등의 집착을 내려놓으면 심신이 이완되어 편안해지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온몸의 긴장을 툭 부리어 이완된 편안함에 바탕하여 지금 앉아있는 이 순간이 그냥 좋고 만족스럽고 충분하다고 여기는 것입니다. 어떠한 조건과도 비교치 말고 이렇게 앉아있는 것이 세상에서 제일 좋은 시간이라 여기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안주하는 것이 좌선의 기반이요 토대입니다.
이 기반 위에 마음과 기운을 단전에 주하여 단전 주처(住處) 외에 다른 곳으로 마음이 흘러가지 않도록 일념 집중하는 것입니다. 주처는 머무는 주거지입니다. 단전을 거주처로 삼아 마음을 단전이라는 거처에 머물도록 하여 모든 생각을 제거하는 것입니다. 단전 일경(一境)이 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오직 단전 주처를 바라보는 순수한 의식으로 존재하는 것으로, 단전 일념에 집중하여 집중하는 마음자체를 직시하는 것입니다. 이때 제거하려는 생각이나 대상도 순수한 의식에 출몰하는 현상인 줄 알면 스스로 없어지는 것입니다.
이처럼 단전을 주하고 있는 그 마음의 본래를 돌이켜 직관하면 주처인 단전은 두렷하게 드러나면서(惺惺) 단전 이외의 다른 생각이 붙을 수 없는(寂寂) 적적성성한 본래면목에 그쳐있게 됩니다.(좌선의 방법 6) 마치 고양이가 쥐를 잡기 위해 몰두할수록 도리어 고양이가 두렷해지는 격입니다. 단전주는 '대상의식'이 아니라 '깨어있음'의 드러남입니다. 처음에는 단전 대상에 의식을 집중하다가 이제는 그 의식자체를 자각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자각된 자리는 한 생각이라는 주착도 없이 고요하고 두렷한 원적무별의 진경이며 순연한 근본정신입니다. 즉 잡념(雜念)을 일념(一念)으로, 일념을 무념(無念)으로 인도하여 자성의 혜광(慧光)이 드러나는 경지입니다.
또한 심신 간 모든 긴장을 단전에 뚝 부리어 근심 걱정을 놓아버리면 불안도 탈락되어 은은한 안락함이 자리 잡게 됩니다. 이러한 안락한 감정도 어느 순간이 되면 경계로 자각해야 합니다. 이러한 안락한 느낌마저도 깨어 바라보는 순연한 근본정신에 드러난 경계이기 때문입니다. 걱정에 끌려도 안 되지만 안락한 느낌에 집착해도 안 되는 것입니다. 편안한 느낌에 안주하는 것도 적적성성한 본래자리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단전은 주처입니다. 머무는 주거지입니다. 기운과 마음을 주하고 호흡이 들락거리는 거주처입니다. 단전이 목적이 아니라 단전에 임하는 주인공을 만나는 것이 목적입니다. 단전이란 주거지의 주인공을 친견해야 합니다. 쥐에만 몰입하여 고양이를 까맣게 잊지 말고 쥐를 잡기 위해 몰두하고 있는 고양이를 드러내야 합니다. 이처럼 단전 주처에 호흡이 들락거리고 기운이 머물러 있는 그 주처의 주인공을 드러내야 본래모습을 친견하는 것입니다. 이 주인공이 바로 적적성성한 본래면목이요 진여의 본성(眞性)이며 순연한 근본정신으로 이 자리에서 자성의 혜광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이러한 단전주는 일상에서 응용되어야합니다. 좌선 시의 단전은 일상에서는 그 일 그 일이 됩니다. 단전주는 그 일 그 일에 일심하는 것으로 전환되며, 좌선 시의 적적성성한 순연한 근본정신을 일상에서 청소를 할 때도 적적성성한 자리에서 청소하고, 밥을 먹을 때도 적적성성한 자리에서 밥을 먹고, 음악을 들을 때도 적적성성한 자리에서 감상하는 것입니다. 단전주는 행주좌와어묵동정의 기본기입니다. 이 기본기를 닦아 순연한 근본정신을 일상에서 안이비설신의로 나투는 것입니다.
